[여성향 게임] Office Lover 공략 chapter.9 - 난관과 분열

 

chapter.8 - 난관과 분열

 

 

 

시상식 날….

전혀 모르는 언어들과 수많은 목소리들이 강당 안을 울리고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보니 '국제 패션 어워즈'라는 이름이 적힌 큰 현수막이 메인 무대 위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각 상을 받는 이름들이 아래에 작은 글씨로 나열되어 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올해 일본에서 기념식이 열리게 됨에 따라,

많은 손님들 사이에서 르 끌라 드 솔레유 출신의 사람들과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는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나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누군가를 발견했던 것이다.

 

솔레유 일본 지국의 사장, 내가 모시던 타이가 선생님.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쾌활하게 손을 흔들더니,

포도주 잔을 가까운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잘 지내셨어요, 사장님? 너무 오랜만에 뵈어요."

"정말, 오랜만이군 아마네! 나야 별다른 일 없는 늙은이지만, 자네 좀 보세! 굉장히 좋아졌군."

 

내 양 볼이 붉게 달아올랐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내 알고 있었지. 그의 밑에 있게 되면… 너희 둘 다 잘 될 줄 알았어."

 

사장님은 키타자와 씨와 나의 관계라든가 그가 내게 한 말을 모두 눈치채고 있음이 틀림 없다….

 

때마침 바로 몇 초 뒤 키타자와가 메인 입구에 들어섰다.

그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플로어를 분주히 돌아다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색을 했다.

셔츠 깃을 바로잡은 그는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가 찾던 사람은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럼, 좋은 시간들 보내게."

 

사장님은 나에게 윙크를 한 후 자리를 피하셨다.

 

'어머나….'

 

약간 얼떨떨한 기분이 된 나는 사장님이 군중 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군."

"별 일 없죠? 곧 전화하려고 했는데."

 

프랑스어는 결코 나의 전공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가 받을 상의 시상식이 곧 다음에 열릴 것이라고 어떻게든 추측했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초조하게 연설문을 검토하며 긴장하고 있겠지만, 그는 달랐다.

 

"알아, 시상식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그는 내 손을 잡고 빈 방으로 안내했다. 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잘못됐어요?"

 

그는 나를 바짝 끌어당겨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으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전부 다 네 덕분이야."

"전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걸요."

 

그는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띄우며 내 눈을 응시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이내 걱정과 불안의 표정으로 희미해졌다.

 

"왜 그래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너는 나와 계속 함께 있어 줄 거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요?"

 

그의 말을 듣자 지난 몇 주 동안 내 마음 한 구석을 괴롭혔던 두려움과 걱정이 속으로 부풀어 올랐다.

나는 그 두려움과 우려가 무엇인지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 여기에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걱정이 돼서."

"우리는 최고의 행복을 끊임없이 추구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아. 그리고, 그렇게 행복을 손에 넣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그게 신경 쓰여…."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은 다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신경 쓰지 마, 오늘 밤은 내가 좀 자신을 잃었군."

"키타자와 씨…."

"내 말은…, 절대로 내 인생에서 널 잃을 일은 없을 거라는 거야. 네가 도망치려 한다 해도. 그러니…날 믿어."

"이미 제 마음 알고 계시잖아요."

"그렇지."

 

곧 안도의 표정이 그의 얼굴에 스쳤고, 그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키타자와 씨! 키타자와 씨!"

 

이벤트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 왔고, 문 앞에 직원 한 명이 나타났다.

 

"…시간이 됐나 봐."

 

그는 나를 한 번 꼭 끌어안았고, 그 순간은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작별 인사도 하기 전에 문 밖으로 사라졌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아, 계셨군요! 준비 되셨나요, 선생님?"

"문제 없네. 잠깐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

 

그리고 그것으로 그는 복도로 사라졌다.

시상식은 그 직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 이 상을 수여하게 된 영광스런 주인공… 르 끌라 드 솔레이유의 키타자와 오우미!"

 

키타자와는 일어나서 천천히 단상으로 올라갔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강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키타자와는 우아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트로피를 받아 들고는, 감사의 말을 올리며 군중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마이크 쪽으로 몸을 숙인 그는 가다듬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오늘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이렇게 뜻 깊은 영광을 얻는 일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인지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강당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군중들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인산인해를 이룬 그들 너머로 밖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 내가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사람이…."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내가 이 트로피를 들고 이 자리에 설 수도 없었겠죠."

 

강당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키타자와 씨…. 무슨 말을….'

 

"그녀는 내게 영감을 주는 나의 뮤즈이자, 나의 연료였습니다. 덕분에 나는 내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멋진 디자인으로, 그리고 그녀가 내 디자인을 입은 모습을 생각하면서…."

"즉,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지금 디자인에 임하는 내 꿈입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돌연 멈춘 것 같았다.

강당을 가득 메운 끊임없는 흥분에도 불구하고,

군중들은 그가 이어 나갈 말들을 기대에 부푼 채 기다렸다.

 

"그녀는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항상 나를 지탱해 주었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마저 내 곁을 지켜 주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나의 희망, 나의 빛이나 마찬가집니다."

 

강당의 흥분이 극에 달했다.

수백 개의 빛을 발하는 카메라의 섬광에 내 눈까지 멀어 버릴 것 같았다.

 

"이 디자인을 포함한 내 모든 작품들…. 이 영광을 모두 그녀에게 돌립니다. 모두 그녀를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 린?"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당당하게 단상에서 내려왔다.

 

"키타자와 씨, 잠깐만요! 더 말씀해 주시죠!"

"그녀란 누구를 뜻하시는 겁니까?"

"그녀와는 어떤 관계시죠? 그리고─"

 

카메라 플래시가 강당을 비추었고 키타자와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 뒤를 따랐다.

그는 이 쪽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키타자와는 자신을 뒤따르는 기자들의 무리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인파를 지나쳐,

바로 내 앞에 멈추어 섰다.

그 어떤 소동에도 동요하지 않고 그는 내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만 가자."

 

그는 출구 쪽으로 고갯짓을 해 보이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소용돌이치는 카메라 플래시와 환호성 사이에서 마치 우리가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두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시상식은 다음 날 아침 모든 신문의 첫 번째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의 '그녀'에 대한 기사들은 각종 추측과 예상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어쩐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세상에, 이젠 어디서나….'

 

기차역 신문 가판대에 줄을 선 사람들 사이로, 나는 키타자와 씨와 나의 또 다른 사진을 발견했다.

내 휴대폰은 그 시상식 날 밤 이후로 쉬지 않고 울리고 있었다.

친구나 지인들 모두 나에게 좋은 소식을 알려 달라며 전화를 걸어 댔다.

 

'키타자와 씨가 그렇게까지 대중적인 존재일 줄은 몰랐어….'

 

언론 매체들이 나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었더라면 나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신문에서든 자극적이고 민망하기만 한 가십거리들만이 들끓고 있었다.

 

'이걸 보신 부모님은 대체 어떻게 생각하실까….'

 

어른들의 걱정을 생각하기만 해도 사무실에 출근한 내내 침울한 기분이 들었다.

 

 

 

"린…?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이야?"

"와카코…."

 

와카코는 내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내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났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손에 들려 있는 신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 나도 이거 읽었어! 키타자와 부장님…. 얼마나 세련되고 남자답고 멋진 사람이니!"

"그러니까 내 말은, 세계적으로 그렇게 유명해졌다는 얘기야. 누군가는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그녀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아마네 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

"넌 하루 아침에 유명인이 된 거야. 믿을 수가 없어! 현실 속 신데렐라, 오드리 헵번 그 자체잖아. 안 그래?"

 

와카코는 신이 나서 환호를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기사는 나를 불편하게 했다.

 

"실은…. 나는 그런 식으로 오르내리는 게 편치가 않아."

"어머, 그것 때문에 괴로운 거야?"

"하지만 이런 큰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질투나 훼방꾼은 나타나기 마련이잖니. 걱정할 것 없어!"

 

그녀의 긍정적인 태도는 분명 나를 배려하고 위로하기 위함이었겠지만,

그녀의 얼굴 표정은 그녀가 정말로 진심에서 우러나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리나 미치야마가 부장님 애인이었다는 건 전부 헛소문이었다며. "

"너랑 부장님도 그 동안 많이 힘들었을 거야. 그러니까 이번 일은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해!"

"고마워."

 

그녀가 뭔가 말을 계속하려 할 때, 내 등 뒤로 누군가가 나타난 듯 보였다.

와카코는 이를 눈치 채고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운 내, 린! 터널 끝에는 항상 빛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야. 나는 항상 그렇게 믿거든."

"어쨌든 나중에 또 얘기하자!"

 

그녀는 내 어깨를 다정하게 톡 치고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당황해서 돌아서자, 키타자와 씨와 마주쳤다.

 

 

 

"앗! 저, 좋은…아침이에요."

 

차마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던 나는 몸이 빳빳하게 굳은 채 그를 어색하게 맞이했고,

그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잠시 말없이 손을 뻗어 신문지를 내 손에서 빼냈다.

 

"설마 이런 걸 읽었다고 할 셈은 아니겠지."

 

그는 웃으며 그 기사를 훑어보았다.

 

"뭐, 그래도 사진은 잘 나온 편이군."

 

그의 우아한 이목구비가 사진에서도 두드러지게 돋보인다. 그에 대해서는 나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너무 완벽해 보였기 때문에 내 존재감은 그만큼 흐려져 있었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현실인지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사진 속 그와 함께 있는 연인은 바로 나였고, 이 기사 또한 분명 우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신문 기사는 키타자와에게 국제 디자인 상을 안긴 디자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화제는 그의 경력과 업적으로 옮겨가다가 갑자기 직업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나와의 사적인 관계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내가 마치 그를 유혹해서 그의 노력과 야망을 앗아간 것처럼….

 

"뒤로 갈 수록 내용이 엉망진창이군. 차라리 만화를 읽는 게 유익하겠어."

 

그는 신문을 내 책상 위에 놓았고,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그의 태도에 나는 약간 안심이 되었다.

 

"이제 말해 봐, 뭐가 그렇게 널 괴롭히는지."

"아무 것도…, 이제 괜찮아요."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는 거만하게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다.

그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오히려 안도감이 느껴졌다.

 

"알겠어. 그럼 이제 그 문제는 됐고…. 오늘 저녁 식사나 같이 하지."

"저녁… 저하고요?"

"그래, 우리 둘이서.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게 뭔데요?"

"저녁에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되어 가는 일이지?'

 

 

 

아직 혼란스러운 기분이었지만 나는 일단 호기심을 덮어두고 그 날의 일을 시작했다.

 

'너무 궁금해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

 

나는 창 밖을 내다보며 태양이 서둘러 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고맙게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으며 동료들이 순수하게 지지해 주는 그 모든 느낌들이 나를 기쁘게 했다.

그런 기분은 축복받은 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했다.

 

 

 

"오늘은 뭘 먹고 싶지?"

"음… 일식은 어때요?"

"좋지. 마침 좋은 초밥집을 알고 있어."

 

우리는 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회사 정문까지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겨우 문 밖으로 두 발짝 내디딘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카메라 플래시가 우리를 향해 터졌고, 우리는 우리가 조용히 퇴근하기는 글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만 둬….'

 

나는 플래시 빛에 눈을 뜰 수 없었다.

우리로부터 겨우 몇십 미터 떨어진 곳에, 값비싸게 생긴 카메라를 든 키 크고 건장한 남자가 서 있었다.

득의양양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고, 그는 우리를 몇 번이나 위아래로 훑어 보더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의 입에서 풍기는 고약한 담배 냄새 때문에 나는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네 린 씨 맞죠? 오, 게다가 키타자와 오우미 본인까지 그녀 곁에! 이 투샷은 분명 돈이 될 거야."

 

남자는 그의 카메라 렌즈를 조절했고 몸을 구부리며 우리를 렌즈로 겨누었다.

 

- 찰칵!

 

순간 내 시야가 새하얘졌다.

 

 

 

"지금 무슨 짓이지?"

"오, 대단한 특종감이라서요. 미치야마 사리나 씨 사건과 관련된 두 연인의 이야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마네 씨. 당신이 모델 계의 여왕의 남자를 훔쳐간 장본인이시죠?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제가 모든 것을 밝혀 드릴 테니! 이런 걸로 저희 같은 기자 나부랭이들에게 먹고 살 정도의 수입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 좋은 말 할 때 그 쯤 해 두시지."

 

키타자와는 기자의 질문 공세를 막아내며 나를 감쌌다.

그러나 그 집요한 사진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좋아, 좋아요. 알겠어요. 적어도 이거 하나 쯤은 답해 줄 수 있겠죠? 아마네 양!"

"공식적으로 당신은 미치야마 사리나의 연인을 빼앗았고, 덕분에 그녀는 전과가 생겼죠. 어때요, 당신의 소감은?"

 

'소감이라고…?'

 

"그만 하라고 했지. 저런 것 상대할 필요 없어, 린."

"자, 아마네 양. 왜 대답이 없어요?"

 

인내심을 잃은 남자는 앞으로 불쑥 다가들어 내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당장 그녀에게서 손 떼!"

 

키타자와는 언성을 높이며 남자의 팔을 뿌리쳐 나를 놓게 만들었다.

 

"어이쿠! 이거, 폭행이야 형씨! 역시 전과자의 전 애인답군."

 

파파라치의 눈이 키타자와 씨와 나 사이를 오갔고, 이내 사악하게 웃었다.

 

"미안하게 됐수다, 전과자의 전 남자친구 씨. 이걸로 기분이 좀 풀리셨나?"

 

그의 말에는 악의가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너무나도 큰 충격과 상처에 나는 사고회로가 멈춰 버렸다.

 

"계속 지껄여 보시지. 네가 얼마나 더러운 인간인지 증명하게 될 뿐이야."

"폭행 타령, 좋지. 하지만 법적으로 대응하려면 네 무단 침입부터 법적으로 검토해 보는 게 좋을걸."

 

키타자와의 차가운 말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다. 기자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보는 곧 돈이랍니다, 아가씨. 당신이 언론에 제공할 소재가 많다는 걸 알고 있죠."

"그러니까 우리들한테도 그 부를 좀 나눠 주십사 하는 것이고─"

"당장 꺼져!"

 

 

 

키타자와는 그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고, 기자는 차갑게 웃으며 곧 떠났다.

 

"맙소사. 어떻게 들어온 거지? 사내 보안을 강화해야겠어. …괜찮아?"

"네…, 전 괜찮아요."

 

그러나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내 말이 거짓임을 드러냈다.

이제 알겠어, 시상식 날로부터 계속 들었던 불안한 생각….

내 직감이 맞았던 거야.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이 일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