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8장

​무네노리："린….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다."
 
그 말을 남긴 무네노리 님은 활시위를 겨누었고….
쏘아 올린 불화살이 성 지붕에 꽂혔다!

 

​순식간에 불이 번져 간다…!
 
사무라이１："서, 서쪽 성벽이 폭발했다!"
사무라이２："병사들은 서쪽으로 이동해라!"
사무라이３："그 전에, 성에 붙은 불을 끄는 게 먼저다!"
 
성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병사들은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무네노리："이 틈을 타서 한조가 성으로 침입할 것이다. 제 아무리 타키가와라고 해도, 급습에는 대처하지 못하겠지."

사무라이１："서쪽에서 닌자들이 공격해 온다!"
사무라이２："뭐, 뭐라고?!"

 

​─탕! 탕!
 
코타로："……."

코타로 님이 차례로 병사들을 저격했다.
 
무네노리："후우마 코타로인가…. 듣던 대로 화승총 실력이 기가 막히군."
 
고에몬："한꺼번에 처리해 주지!"
사무라이들：""으아악!""
 
고에몬 님의 거대한 수리검이 병사들을 베어 나간다.
 
고에몬："사스케! 사이조! 지금 당장 동쪽으로 돌아가!"
사스케："좋았어!"
사이조："가자, 사스케!"
 
사스케가 갈고리로 적을 쓰러뜨리고, 사이조 님이 쇄겸으로 적을 베면서 무기고로 향했다.
그 동안에도 다른 부하 닌자들이 차례로 적을 쓰러뜨리고 있다….

무네노리："급습을 받아 우왕좌왕하고 있군. 얼마 버티지 못할 거다."
무네노리："…엎드려!"
 
무네노리 님이 내 머리를 눌렀다!
 
린："꺄악…?!"
 
굉음과 함께, 불꽃을 내뿜으며 무기고가 폭발했다…!

​사무라이："노부카츠 님! 이 쪽으로 피신을!"
노부카츠："오오…. 전투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느냐?!"
사무라이："이…, 이대로는 우리 군사를 잃을 뿐입니다."
노부카츠："뭐라고?!"
사무라이："성에 불이 붙고, 무기고도 폭발했습니다…. 이제는 후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노부카츠："한심한 소리 지껄이지 마라! 겨우 이 정도 수의 닌자를 상대로…."

 

​한조："오다 노부카츠!"
 
한조 님이 노부카츠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노부카츠："네, 네 놈은…?!"
한조："…각오해라!"
노부카츠："끄아악!"
 
한조 님의 검에 노부카츠가 쓰러졌다…!
 
무네노리："드디어 우두머리를 처치했군. 이 전투는 우리의 승리다."
 
무네노리 님의 말대로, 대장의 목이 베인 병사들은 전의를 잃기 시작했다.

​무네노리："지금 당장 성을 탈출한다."
 
무네노리 님의 품에 안긴 채,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그 때….
 
타키가와："무네노리 님!"
무네노리："…타키가와 님."
타키가와："어째서 그런 곳에 숨어 있었던 거요?"
무네노리："……."
타키가와："설마 당신이 닌자를 끌어들인 거요?"
타키가와："네 이 놈…! 처음부터 반역할 생각으로?!"

 

무네노리："어쩔 수 없었다."
린："……!"
 
무네노리 님이 타키가와 님을 한 번에 베어 버렸다…!
 
타키가와："크윽…. 이… 배신…자…!"
 
타키가와는 눈을 부릅뜬 채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 후, 우리는 한조 님 일행과 산에서 합류했다.

사이조："하녀들은 눈치 채고 성을 탈출한 모양이다."
고에몬："우리 쪽에서는 잘 된 일이지. 전쟁과는 무관한 여자들을 끌어들이고 싶진 않았어."
무네노리："……."
 
그 때, 무네노리 님이 결의를 보이지 않으셨더라면 다들 폭발로 죽고 말았겠지….

​사스케："그래도 제법 만만찮은 상대였어!"
코타로："닌자를 상대로 경험이 없는 자들치고는, 움직임이 재빠르더군."
한조："야규 님…. 저 병사들의 훈련을 직접…?"
무네노리："그래, 모두 내가 훈련시킨 자들이다."
린："……."
 
(사무라이："고향에 돌아가면 자랑할 겁니다!")
(사무라이："바로 그 야규 무네노리 님에게서 검술을 배웠다고 말이죠!")
 
다들 무네노리 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던 젊은이들이었는데….

​한조："야규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가 공격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조："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무네노리："그보다도 지금은, 은신처로 서두르지."

 

​린："무네노리 님, 차 드세요."

무네노리 님은 말 없이 창 밖만 바라보고 계실 뿐….

​린："무네노리 님, 차 식겠어요…!"＊
무네노리："……."
린："…일단, 싸움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무네노리 님의 뒷모습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나는 살짝 무네노리 님 곁으로 다가갔다.
 
린："무네노리 님…. 제게는 속마음을 털어 놓으셔도 괜찮아요."
무네노리："……."
​린："잘 따르던 병사들과 싸우게 돼서 괴로우신 거죠?"
​린："…제발 혼자서만 괴로워하지 마세요…."

 

​무네노리 님이 돌아보며 내 어깨를 붙잡았다.
 
무네노리："…네 마음대로 상상하지 마."
린："……!"
 
무네노리："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착한 사람이 아니다."
 
린："무네노리 님이라면 저도 이제 조금은 알아요."＊
린："지금까지 곁에 있었으니까. 무네노리 님은 정말 상냥하고…."
무네노리："날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무네노리："…내겐 다정함 같은 건 필요 없어. 방해만 된단 말이다."
​무네노리："오늘도 적에게 정에 이끌려, 하마터면 작전을 실패할 뻔했어."
린："그래도, 전쟁에서는 이겼잖아요…?"
무네노리："이번에는 용케 이겼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항상 운이 따르란 법은 없어."
 
무네노리 님은 진지하게 내 눈을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미안하지만…. 이제 내게 다가오지 말아 다오."
린："왜…,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저는 무네노리 님을…!"
무네노리："아무 말도 하지 마!"
 
무네노리 님은 강하게 내 어깨를 움켜쥐고는 천천히 손을 떼었다.
 
무네노리："난 너와 있으면 야규의 후계자가 아닌…. 그저 단순한 남자가 되어 버린다."
 
(무네노리："너와 있으면 내가 자꾸 이상해져.")
 
무네노리 님이 몇 번인가 했던 그 말….
내가 있으면 이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건가…?
 
무네노리："핫토리 한조와 함께 이가로 돌아가. 그리고… 나 같은 건 잊어버려."

 

​며칠 후, 이가 마을.
 
이가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마루야마 성에서의 치열한 생활이 마치 먼 옛날 얘기 같다.

​쿠마："뭐야, 린. 이런 곳에 있었어?"
린："네, 쿠마 님. 산에서 약초를 캐 오는 길이에요."
린："전쟁이 시작되면, 약초가 많이 필요해질 테니까요."
 
그렇다. 노부카츠를 무찔렀다 해도, 아직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노부나가를 쓰러뜨리지 않는 한, 닌자의 미래는 보장받지 못한다….
 
쿠마："한조 님은 계속 작전 회의 중이셔. 어떻게 노부나가에게 접근할지를."
린："…또, 무네노리 님의 힘을 빌리게 될까요?"
쿠마："아마도.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린："……."

​쿠마："아무튼, 너도 정말 고생 많았다!"
린："고생요…?"
쿠마："그 야규 무네노리와 함께 보름이나 마루야마 성에서 지냈으니 말야."
쿠마："그 녀석 잘난 척하는 거, 받아 주기 힘들지 않았니?"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동안 가까이서 지내 보니….
 
(무네노리："너와 있으면…. 세상이 넓어지는 것 같다.")
(무네노리："지금까지 나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만 살아 왔는지 알게 됐어.")
 
나도 무네노리 님의 다정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야규 가문을 짊어지고 가는 데 그 다정함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쿠마："뭐, 그래도 그 녀석의 계책 덕분에 이가를 지킬 수가 있었으니까!"
린："……."
쿠마："린, 너 괜찮은 거야? 심란해 보이는데…."
린："괘, 괜찮아요! 잠시 다른 생각을 좀…."
쿠마："너…, 혹시 그 사람한테 반한 거니?"
린："엣?! 네? 무, 무슨 그런…!"
쿠마："네 얼굴에 이미 다 써 있는걸. 딱 봐도 사랑에 빠진 얼굴인데 뭘."
 
사랑에 빠진 얼굴이라니….
 
쿠마："나도 사랑에 빠져 봤으니, 잘 알지."
린："…한조 님한테요?"
쿠마："어, 어떻게 그걸…!"
​린："어떻게라니…. 쿠마 님 얼굴에도 써 있는걸요. 한조 님께 푹 빠졌다고."
쿠마："그런…. 얼굴에 써 있다니…."
 
쿠마 님, 귀까지 빨개졌다. 귀여워….
 
린："한조 님과 잘 되셨으면 좋겠네요!"
쿠마："…그런 건, 불가능해. 난 못생겼고 매력도 없고…."
린："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쿠마 님이 얼마나 귀여운데!"
쿠마："괜찮아, 위로해 주지 않아도.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하니까."
쿠마："늘 좋아하는 사람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걸."

 

​린："늘 좋아하는 사람 가까이에…. 정말 좋겠다."
 
나도 계속 무네노리 님 곁에 있고 싶었어.
 
(무네노리："그래, 넌 성가셔. 엄청 성가시다고.")
(무네노리："그래도 심심하진 않으니까 된 건가?")
 
그 목소리를…. 계속 곁에서 듣고 싶었다.
 
(무네노리："미안하다.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말아 줘.")
 
잊어야 해. 내가 가까이 있으면, 무네노리 님께 폐만 끼치게 되니까….

 

​한조："공주."
린："한조 님…."
한조："무슨 일 있습니까?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안 돼. 한조 님까지 걱정하시게 만들다니….
 
린："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한조："그렇습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 주십시오."
한조：""저는 둔해서…. 말해 주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한조 님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셨다.
 
한조："여자의 마음 같은 건, 잘 몰라서…."
린："잘 모르신다구요?"
​한조："예…. 그런 건, 반류슈카이에도 안 나와 있습니다."
린："호호호…!"

 

한조："…오랜만에 공주의 웃음 소리를 들었네요."
 
포근한 미소. 쿠마 님이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알 것 같아….
 
한조："걱정했습니다. 마루야마 성에서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으셨나 싶어서."
린："아니에요…. 무네노리 님도 잘 대해 주셨고."
 
그러고 보니, 무네노리 님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셨지.
고양이를 보고 놀라서 내게 매달리기도 하고….
 
(린："괜찮아, 안 무서워. 착하지~")
(무네노리："…이건 굴욕이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만 내도 싫어하셨지….
 
(린："야─옹!")
(무네노리："좀! 그만 해!")
(무네노리："정말…. 너만은 몰랐어야 했는데.")
 
한조："…공주…?"
 
앗…! 또 내 마음이 과거로 돌아가 버렸어….
 
린："죄송해요…. 제가 또 멍하니 있었네요.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데…."
​한조："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린："네…?"
 
한조："…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와 버렸으니까요."
한조："불안하고 무서워서 마음이 흔들리시는 건 당연한 겁니다."
린："……."
한조："평범한 여자 아이라면 벌써 도망쳤을 겁니다. 공주는 과분할 정도로 잘 하고 계십니다."
 
한조 님이 살짝 내 어깨에 손을 얹으셨다.
 
한조："그렇게 혼자서만 짊어지려 하지 말고…. 괜찮다면 제게도 기대 주십시오."
린："한조 님…."
​한조："미안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한조 님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떼셨다.
 
린："아니에요. 기뻐요. …정말 기뻐요…."
 
성실하고 자상한 데다, 사려 깊으신 분. …한조 님은 정말 멋진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짓궂게 놀리던 무네노리 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정말이지 이래서 꼬마 아가씨는…." 이라고 핀잔 주던 말이 그립다.
좋아진 사람을…. 그렇게 간단히 잊을 수는 없어….
 
그 때, 전령으로 날아 온 매가 한조 님의 어깨에 내려 앉았다.
 
한조："이건, 야규 님의 서신…."
린："무네노리 님의…?"
 
한조 님이 매에게 묶여 있는 서신을 펼쳤다.
 
한조："…내일 야규 님이 이가로 오신다는군요."
린："네…?!"
한조："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아마도 공주와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