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미야모토 무사시 공략：4장

야규 무네노리…?
 
무사시："야규라면…. 도쿠가와 가(家) 소속의 사무라이인가."
 
도쿠가와는 오다와 동맹을 맺었다는…. 그렇다면….
 
린："설마 저 사람은 노부나가가 보낸…?!"
무사시："…글쎄, 어떨까."
 
수장："야규 님께서 무슨 일로 저희 절에…?!"
무네노리："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지. 그보다 일 대 다수라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
 
무네노리 님이 검을 빼 들었다.

수장："……?!"

무네노리："낭인, 이름은?"
무사시："…미야모토 무사시."
무네노리："호오…. 너였나, 검으로는 질 줄 모른다는 소문의 그 미야모토 무사시가."
무사시："그 쪽은 세간에 검술무쌍이라고까지 불리는 야규 무네노리군."
 
두 사람은 서로를 주시했다….
 
무네노리："미야모토 무사시…. 네고로슈를 죽이지 않고 베는 것이 가능한가?"
무사시："가능하다."
무네노리："좋아…. 그렇다면 나도 돕지."
 
─챙!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사시 씨가 닌자의 창을 잡더니 공중으로 날려 버렸다.
 
네고로슈 닌자１："으앗!"
무네노리："하하! 굉장한 괴력이군."
 
무네노리 님은 검으로 닌자들의 창을 부러뜨렸다.
 
네고로슈 닌자２："너, 너무 빨라…!"
 
무사시 씨는 빼앗은 창을 휘둘러 닌자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네고로슈 닌자３："으악!"
네고로슈 닌자４："크윽!"
 
굉장해…. 단 두 명이서 저 많은 닌자들을 여유롭게 상대하고 있어…!
 
수장："…모두 물러서라!"
 
수장의 목소리에 닌자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수장："우리가 어떻게 해도 이 두 사람에게는 이길 수 없겠군."
무사시："……."
 
네고로슈의 수장은 무네노리 님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수장："정말 죄송합니다…. 야규 님께 무기를 겨누어서."
무네노리："처음부터 너희들이 내게 손을 대지 못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무네노리："도쿠가와에게 적대하는 것은 결국 도쿠가와와 동맹을 맺은 오다에게도 적대하겠다는 것이 되니까. 그렇지?"
수장："……."
 
(역시 무네노리 님은 우리의 적인 건가…?)

무네노리："그래서 진심으로 대적하지 못한 거겠지?"
수장："…예…!"
무네노리："거기 젊은 닌자는 어떤가?"
 
무네노리 님은 토라마루 씨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무네노리："솔직히 말해라…. 너는 오다에게 적대할 생각인가?"
토라마루："……."
무네노리："네고로슈의 의견이 두 파로 갈려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토라마루："죄송하지만, 저는─"
수장："토라마루, 쓸 데 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무네노리："나는 이 자에게 묻고 있다!"

무네노리 님의 호통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토라마루："저는 오다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네노리："……."
토라마루："이대로 지배에 굴복당하고 살 수만은 없다고…."
토라마루："이 이상, 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수 없다고."
수장："토라마루! 너는 젊어서 아직 아무 것도 몰라!"
수장："오다에게 맞서 봤자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 것 같으냐?"
토라마루："그건…!"

린："그렇다고 해서 노부나가의 폭정을 그대로 둘 건가요?"
토라마루："공주님…."
린："마을 사람들은 생존의 권리조차 짓밟히고 있어요! 부디 노부나가에게 맞서 주세요!"
린："여러분은 수행을 거듭해 온 닌자들이잖아요?! 그 힘을 약자들을 위해서 써 주세요!"
수장："조그만 계집 주제에 마음대로 떠들지 마라! 우리는 네고로슈를 지켜야만 한다!"
린："그건 지키는 게 아니고 단순히 도망치는 것일 뿐이잖아요!"
수장："뭐라고…?!"
린："노부나가가 천하를 얻으면 난세는 영원히 끝나지 않아요!"

무네노리："……."
무사시："……."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수장："…토라마루의 말대로다. …그리고 공주의 말도 맞다."
토라마루："두목…."
수장："미안하지만…. 실은 모두의 진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속여 왔다."
수장："이가, 코우가, 후우마의 닌자들은 모두 결속하여 진심으로 노부나가를 쓰러뜨릴 생각입니까?"
린："네, 저희들은 진심입니다."
수장："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들도 돕겠습니다."
린："……!"
 
무네노리："두목, 그것은 네고로슈 전체의 의견인가?"
수장："우두머리가 한 번 결정한다면 닌자들은 복종합니다. 복종하지 않는 자는 곧 적입니다."
무네노리："알겠다. 그렇다면 야규는 그 전쟁을 뒤에서 후원하지."
린："……?!"
무네노리："무기와 군량도 필요한 만큼 준비해 주겠다."
수장："야규 님…! 당신의 진심은…?"

무네노리 님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더 이상 노부나가 멋대로 두지 않는다…. 이에야스 님도 같은 생각이다."
 
(이에야스 님도…?)
 
무네노리："인술원류(忍術原流), 쿠스노키 류를 잇는 공주인가."
린："…저를 아시나요?"
무네노리："그래.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호위를 데리고 네고로슈에 온 것도."
 
(무네노리 님은 처음부터 모두 알고 있었구나….)
 
무네노리："야규의 정보망은 전국에 퍼져 있으니까."
린："……."

무네노리 님은 내 어깨를 힘주어 잡았다.
 
무네노리："닌자 공주…. 이제부터 같이 힘을 합쳐 노부나가에게 맞서도록 하자."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린："무, 무서웠어요…창에 찔려 죽는 건가 싶어서…."
무사시："…아까의 패기는 어디로 간 거야?"
린："그건 단지 무심결에…. 마음이 급해서…."
무사시："……."
린："아침 밥 먹은 거 잘한 것 같아요. 안 그랬으면 그런 힘, 안 나왔을 거예요."
 
무사시 씨가 내 어깨에 팔을 걸쳤다.
 
무사시："너…. 작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메었구나."
린："무사시 씨…."
린："아…. 속 쓰려…."
무사시："…뭐…?"
린："너무 긴장해서 속이 쓰려요."
무사시："……."

 

무사시 씨가 주머니에서 귤을 꺼냈다.
 
무사시："먹어. 좀 나아질 거야."
린："이건 어디서 난 거예요…?"
무사시："부엌에 있길래, 슬쩍 해 왔지."
린："뭐라구요?!"
 
(그것도 세 개나…!)
 
무사시："배 고프니까, 뭐 괜찮겠지."
 
(마음대로 가지고 오면 안 될 것 같은데….)
 
무사시："어이, 이 쪽으로 오라고."
린："꺅…!?"
 
그는 강제로 내 몸을 낚아채어 자기 무릎에 앉혔다.

린："무슨 짓이에요?!"
무사시："됐으니까 귤이나 먹어."
 
그는 나를 무릎에 앉힌 채 두 손으로 귤을 쪼갰다.

무사시："껍질 째 다 먹어라. 몸에 좋으니까."
린："네…에…!"
 
무사시 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건가…?
나를 무릎에 앉힌 채 귓가에서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워서 간지럽다.
 
무사시："너, 열 있는 거 아냐? 얼굴이 붉은데."
린："……."
 
그는 큰 손으로 내 이마에 손을 짚었다.

린："……!"
 
무사시："자, 아 해 봐."
린："…아…."
 
새콤달콤한 귤의 맛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무사시："맛있어?"
린："…네, 맛있네요."
무사시："그래…. 그거 다행이군."
 
무사시 씨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검을 잡았을 때는 그렇게 박력 넘치면서….

 

무사시："너는 참 이상한 여자군."
린："네…?"
무사시："아까랑은 다른 사람 같아. 내 앞을 가로 막고선 '비킬 수 없어요!' 라고 외쳤잖아?"
린："반성하고 있어요…. 무대포였다고."＊
린："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린："무사시 씨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무사시："…이런 작은 몸으로 날 지키려고 했다고?"
린："……."
무사시："그래서야… 입장이 반대가 돼 버리잖아."
 
무사시 씨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내 몸을 울린다.
왠지 언제까지나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괘, 괜찮잖아요? 가끔은…. 반대가 돼도."
무사시："괜찮지 않아."
린："왜요?"
무사시："…남자가 여자를 지키는 게 당연하잖아."
 
역시…. 무사시 씨는 약자들을 지키면서 살아 온 거야.
 
(무사시："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만 검을 쓴다.")
(무사시："단지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서지. 강한 상대와 싸우며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린："…무사시 씨도 귤 드실래요?"
무사시："응."
린："자, 이걸 반으로 나눠서…."
 
그 때, 갑자기 방 문이 열렸다.

 

무네노리："뭐야. 너희들 사이가 너무 좋은 것 아닌가."
린："시, 실례잖아요!"
 
나는 당황해서 무사시 씨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린："왜 갑자기 문을 여는 거예요!"
무네노리："말하는 소리가 들려서 와 본 것 뿐이다."
린："……."
 
(그냥 와 본 것 뿐이라니…. 이 사람,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이잖아.)
 
무네노리："내 방은 너희들 방 바로 옆이다. 좁은 절이니 손님이 묵을 방도 변변찮나 보군."
린："……."
무네노리："꼬마 아가씨, 둘이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무네노리："호위, 너는 안 와도 돼. 이 꼬마 아가씨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

 

무네노리："이제 곧 해가 지겠군."
린："……."
무네노리："네고로슈의 속내는 알았다. 전부 계산대로 진행되는군."
린："무네노리 님은 처음부터 네고로슈를 설득시키기 위해 오신 건가요?"
린："같이 힘을 합쳐 노부나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무네노리："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야규 일족이 네고로슈를 이용하는 것이다."
린："……."
무네노리："핫토리 한조와도 언젠가 손을 잡을 날이 오겠지. 그 또한 계산대로다."
 
(그럼 무네노리 님은 한조 님도 이용하려는 건가…?)

무네노리："…그런데, 한 가지 계산이 틀렸다."
린："계산이 틀렸다구요…?"
무네노리："바로 너야, 꼬마 아가씨."
 
무네노리 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닌자의 상징으로 선택된 명색 뿐인 공주라고 생각했었는데…."
무네노리："아무래도 내 생각이 틀린 것 같군."
린："……."
무네노리："너는 진심으로 함께 싸우려는 거지?"
무네노리："정말이지 이상한 여자군. 닌자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나 받으면 되는 것을…."
린："그런 건 싫어요…!"
무네노리："……."
린："보호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무네노리："무엇 때문에?"
 
무네노리 님은 날카로운 눈으로 내게 되물었다.
 
무네노리："너, 본래는 닌자가 아니지 않나? 어째서 닌자의 미래를 위해 싸우려고 하는 거지."
린："닌자 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서예요."
무네노리："……."
린："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나는 그에게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린："무네노리 님은 무엇 때문에 싸우시는 거죠?"
무네노리："야규 일족과 도쿠가와 가의 영광을 위해서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는 건가…?)
 
린："당신은…."
무네노리："뭐지?"
린："…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린："무네노리 님…, 식량은 언제 쯤 도착하나요?"
무네노리："서두르면 내일 아침에는 도착할 것이다."
린："그렇다면 그 중 일부를 저에게 좀 파시겠어요?"
무네노리："팔라고…?"
 
나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린："여기 석 냥이 있어요."
 
칸신지를 나오면서 할아버지께서 여비로 주신 돈….
 
린："이 석 냥으로 식량을 좀 살 수 있을까요?"
무네노리："대체 어디에 쓰려고?"
린："마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요."
무네노리："……."

분명 또 이상한 여자다 뭐다 말씀하시겠지만….
 
무네노리："석 냥이라…. 이게 너의 전 재산인가?"
린："혹시 부족하다면, 나중에라도 갚을 테니…!" 

 

무사시："거기에 다섯 냥 더하지."
린："무사시 씨…."

그 다섯 냥은,
날 경호하는 대가로 한조 님으로부터 받은 의뢰금….
 
무네노리："식량은 주마…. 하지만 돈은 필요 없다."
린："하지만…."
 
무네노리："돈은 어차피 필요한 만큼 있으니."
린："…무네노리 님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아요!"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무네노리："후… 하하핫! 너, 내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린："……."
무네노리："정말 재미있군…. 너 같은 여자는 처음 봤다."
 
무네노리 님이 내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무네노리："식량을 주지. 즐겁게 해 준 답례다. 이제 됐지?"

그 말을 남기고 돌아가는 무네노리 님의 뒷모습을,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린："……."
 
린："…으, 열 받아!"
무사시："뭐… 뭐야, 갑자기."
린："저 사람 깔보는 태도 말이에요! 자기가 얼마나 잘났길래!"
무사시："잘난 건 맞지…. 야규 일족의 후계자니까."
린："그건 그렇지만…. 저렇게 잘난 척 말할 것까진…!"
무사시："자 자, 복숭아라도 먹고 기분 풀어."
린："보, 복숭아?!"
 
무사시 씨가 주머니에서 복숭아를 꺼냈다.
 
무사시："부엌에서 슬쩍 해 왔다."
린："…잘 먹겠습니다!"＊
 
아, 나도 모르게 손이 가 버렸다….
 
무사시："역시 넌 먹성이 좋군."
린："……."
무사시："네고로슈…. 먹을 게 없다 없다 하지만, 찾아 보면 계속 나오잖아."
린："…풋…. 아하하…!"
무사시："뭐야…. 화 내는 건가 싶다가도 갑자기 웃고. 이상한 녀석."
 
무사시 씨와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방금 전까지 화 났던 기분이 한 번에 풀려 버렸다….

린："하지만, 훔치는 건 이제 하면 안 돼요!"
무사시："훔친 게 아니고 그냥 슬쩍 한 것 뿐인데."
린："같은 거예요!"
 
나는 무사시 씨의 손을 꼭 잡았다.

 

무사시："…뭐야."
린："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손을 잡고 싶어졌어요…. 안 되나요?"
무사시："…아니, 별로 안 될 건 없는데."

우리는 손을 잡고 방으로 향했다.
 
무사시："아,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린："일찍요…?"
무사시："음식 만들 거지? 나도 돕겠다."
린："…네…!"
 
잡은 손에서 온기가 전해져 왔다.
무사시 씨라면, 같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전쟁 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