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미야모토 무사시 공략：2장

다음 날, 우리는 절벽 아래로 한조 님을 찾으러 갔다.
 
린："하아, 하아…."
 
정말 험한 산이네…. 하지만 지금은 한 시라도 빨리 한조 님을 찾아야만 해.

무사시："지쳤으면 좀 쉴까?"
린："아뇨, 괜찮아요…."
무사시："무리하지 마. 땀 범벅이구만. 어디 보자, 내 손수건이…."
 
무사시 씨가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린："아, 손수건이라면 제가 가지고 있어요! 아침에 빨아서 말렸거든요."
 
나는 무사시 씨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린："자, 이제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해요."
무사시："…고맙군. 너, 의외로 여자다운데?"
린："의외라니…. 빨래는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요!"

무사시："…계속 혼자서만 여행을 해 왔으니, 여자와 이야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린："아…."
 
(혼자 떠돌면서 무사 수행을 해 온 건가…. 외롭지 않았을까?)
 
무사시："아, 감이 열렸군."
린："어머,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무사시 씨가 손을 뻗어 감을 땄다.

(무사시 씨, 역시 키가 크구나. 팔도 굵고, 단단해….)

 

무사시："자, 너도 먹어라."
린："고, 고마워요."
 
감을 받아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어!)

무사시："이 감, 잘 익어서 맛이 좋군."
 
그는 한 손으로 우걱우걱 감을 먹었다.

(분위기가 참 야성적이라고 할까, 야수에 가까울지도.)
 
린："무사시 씨…. 입 주변에 다 묻었어요!"
무사시："너도 입술 끝에 묻었는데 뭘."
 
그가 손수건으로 내 입술을 닦아 주었다.

그 때….
 
린："?!"
 
갑자기 그가 내 옷깃을 잡으며 기모노를 풀었다…?!
 
린："……!"
 
너무 놀라 몸이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무사시："거미다!"
린："거미?!"
무사시："네 기모노 속으로 거미가 들어갔다고!"
린："뭐라구요?!"

그가 내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
 
린："꺄악! 그만…!"
무사시："움직이지 마! 독거미면 어쩌려고!"
 
(헉…!)

그의 손이 내 몸을 여기저기 더듬었다…!
 
무사시："…아, 잡았다."
린："진짜 거미네…."
무사시："…기모노 고쳐 입어."
 
나는 서둘러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으…. 아무리 급한 상황이었다지만 남자에게 이렇게 만져지게 되다니….)
 
그 때, 무사시 씨가 나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린："이, 이번엔 무슨…?!"
 
(수리검?!)

 

사스케："너 이 자식, 린이에게서 떨어져!"
린："사스케…?!"
고에몬："사스케, 린을 찾았나?"
린："고에몬 님…!"
무사시："이 녀석들, 아는 사이인가?"
사스케："너 이 자식! 잘도 린이를…!"
 
(앗, 어떡해…. 나, 기모노가 풀어진 채로…!)
 
린："사스케, 그런 게 아니야…!"
고에몬："사스케, 요란 떨지 마."
무사시："……."
고에몬："……."

무사시 씨와 고에몬 님이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사스케："고에몬! 넌 어떻게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어!"
고에몬："이 남자는 여자에게 난폭하게 굴 놈으로 보이지는 않아."
린："마, 맞아요…. 오해예요! 무사시 씨는 저를 도와 주셔서…."
 
고에몬："무사시…? 혹시 미야모토 무사시인가?"
사스케："어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누군데?!"
고에몬："검술이 뛰어나,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다는 남자다. 이런 데서 실물을 보게 될 줄이야."
무사시："……."
고에몬："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린："…사실 한조 님께 편지가 와서…."
 
나는 고에몬 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고에몬："…그렇군…. 시모야마 카이가 배신을 했군."
고에몬："사실 우리도 이가로부터 정보를 전해 받고 왔다. 시모야마의 움직임이 미심쩍다고…."
고에몬："그래서 서둘러 한조 님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쫓아 온 거지."
 
고에몬 님이 무사시 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에몬："린을 지켜 줘서 고맙군."
무사시："……."
사스케："정말, 린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사스케："어쨌든 린이는 우리 닌자들의 결속의 상징인 닌자 공주니까!"
무사시："닌자의 공주…?"
사스케："뭐야…. 너, 혹시 몰랐던 거야?"
고에몬："린이의 신분도 모르고 구해 준 거였나?"
무사시："…그저 이 여자가 노부나가에게 끌려 가면 험한 일을 당할 것 같아서였다."
고에몬："과연….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역시 무사시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고에몬 님은 한 눈에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보신 거네….

 

그 때였다.
 
사이조："사스케! 고에몬!"
린："사이조 님, 코타로 님!"
 
코타로："공주…! 무사하셨군요."
사이조："저 쪽 계곡에서 한조 님을 찾았다!"
 
린："……!!"

 

한조："너, 너는…?! 왜 공주가 이 자와…!?"
린："한조 님! 무사시 씨가 시모야마 카이를 죽이고 저를 지켜 주었어요."
 
나는 한조 님께 그 후의 일을 설명해 드렸다.
 
한조："그랬군…. 공주, 면목이 없습니다. 공주를 지켜 주지 못해서…."
린："아뇨, 그런 말씀 마세요. 한조 님이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한조 님께서 무사하신 모습을 보자 눈물이 흘렀다.

한조："많이 무서우셨겠군요."
린："아뇨, 무사시 씨가 있어서 무섭지 않았어요."

무사시："……."
린："……?"
 
무사시 씨는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고에몬："한조 님, 상처는 어떠십니까?"
한조："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 그 외에는 가벼운 상처다."
고에몬："그렇습니까…. 그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그 정도라니, 역시 한조 님이시네요."
 
한조："아니…. 나는 시모야마의 배신을 눈치 채지 못했다."
고에몬："……."

한조："고에몬. 너는 그 때 분명 시모야마를 신용할 수 없다고 말했었지."
고에몬："예, 근거는 없고 직감이었지만…. 그 남자는 왠지 방심할 수 없겠다는 기분이 들어서요."
 
(역시 고에몬 님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시구나….)
 
고에몬："그건 그렇고 한조 님, 또 다른 정보를 얻어 왔습니다."
고에몬："노부나가의 아들 노부카츠가 이가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조："이가를 공격한다고…?!"
 
(노부나가는 서둘러서 닌자들을 멸망시킬 심산인가 보네….)
 
고에몬："저희는 어서 이가로 돌아가 공격을 막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린을…."
한조："그렇군. 공주를 이가로 데리고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허나 어디 숨길 만한 곳도 없고…."
고에몬："숨기기보다는, 린에게 임무를 주시면 어떠시겠습니까?"
 
(임무…?)

 

한조："고에몬, 무슨 말이지?"
고에몬："린을 네고로슈 쪽으로 이동하게 하는 거죠."
린："네고로슈…?"
 
고에몬："우리는 네고로슈라는 닌자 집단과의 결속을 바라고 있어."
고에몬："하지만 네고로슈도 노부나가와 싸울지, 복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
린："제가 네고로슈 쪽으로 가서, 함께 노부나가와 싸우자고 설득하는 거군요?"
고에몬："맞았어."
한조："안 된다, 너무 위험해!"
한조："혹시 네고로슈가 노부나가에게 복종하겠다고 결정이라도 한다면 공주는 어떻게 되겠느냐!"
 
린："…해 볼게요."
한조："공주…?!"
린："저는 닌자의 결속의 상징으로 선택된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보호만 받고 싶지는 않아요."
한조："하지만…!"
린："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닌자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뭔가 하고 싶어요."
고에몬："그래, 그거야말로 닌자의 공주지."
 
고에몬 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조："하지만…!"
린："한조 님, 부탁드려요. 저도 여러분을 도와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나는 강하게 한조 님을 바라보았다.

린："위험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한조："……."
고에몬："한조 님, 지금은 손이 부족합니다. 쓸 수 있는 수를 전부 쓰지 않으면…."
한조："고에몬…. 너란 녀석은…."
 
고에몬："일전에 네고로슈의 토라마루와 임무를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고에몬："그는 신뢰할 수 있는 자입니다. 그에게 먼저 편지를 보내지요."
한조："…알겠다."
 
한조 님은 마지못해 허락하셨다. 나를 위험에 처하게 두고 싶지 않으신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연연할 상황이 아니다.
나도 목숨을 걸고 닌자들의 미래를 위해서 싸우지 않으면….

 

한조："하지만, 누가 공주를 데리고 네고로슈까지 데리고 가지?" 
고에몬："이 남자를 경호로 두지요." 
무사시："……." 
  
(무사시 씨를…?)

한조："뭐…? 무슨 소리냐!"
고에몬："닌자가 호위하는 것보다, 그가 하는 편이 오히려 적의 눈을 속일 수 있습니다."
한조："그건 그렇지만…!"
고에몬："게다가 무사시의 검술은, 직접 싸워 보신 한조 님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시겠죠."
한조："……."
고에몬："닌자 열 명보다도 그 한 명이 더 힘이 되지 않을까요?"
무사시："……." 

고에몬："무사시, 자네는 어떤가? 이 일을 받아 들일 생각이 있나?"
무사시："……."
무사시："알았다, 받아 들이지."
린："무사시 씨…."
한조："그건 돈 때문인가? 아니면… 공주 때문인가?"
무사시："돈 때문도, 이 여자 때문도 아니다. …검 때문이다."
 
(검 때문이라고….)
 
무사시："노부나가의 부하와 싸우게 되면, 내 실력을 확인할 수도 있을 테니까."

 

린："여기가 키슈…."
린："네고로슈에는 거의 다 온 건가요?"
무사시："그래, 이 근처다."
 
린："네고로슈는 절에서 살고 있나 보군요."
 
무사시："본디 진언종의 승려들이 네고로슈의 선조라 하더군. 지금도 승병이 많다고 하지."
 
무사시："절에 도착하더라도 방심하진 말아. 네고로슈가 우리를 환영해 줄지 어떨지도 잘 모르니…."
무사시："알겠지? 너는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아라."
 
결국 이렇게 또 무사시 씨와 함께가 되었다.
 
우연찮게 다시 그에게 보호받게 되다니….

무사시："핫토리 한조는 나를 경호원으로 두는 것을 못 미더워 하더군."
린："……."
무사시："…너, 혹시 그 남자에게 반했나?"
린："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무사시："그와 재회했을 때 울었잖아."
린："좋아하지 않아요!"＊
무사시："…정말인가."
린："정말이에요!"
무사시："음…. 뭐, 나랑은 상관 없지만."
 
(정말 관심 없는 표정이네….)
(그는 그야말로 검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린："…저는 고에몬 님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해요."
린："닌자가 아닌 무사시 씨와 움직이는 편이 의심 받을 위험도 덜하고…."
린："그리고, 무사시 씨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무사시："……."

 

린："고에몬 님이 말씀하셨죠? 무사시 씨는 여자에게 난폭하게 굴 사람이 아니라고."
린："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무사시 씨는 강하지만 그 힘을 나쁜 곳에는 쓰지 않는다고."
무사시："……."
린："약한 자를 상처 입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키는 것에 힘을 쓰는 사람이라고…."
무사시："추켜세우지 마."
 
무사시 씨는 내 눈을 똑바로 보았다.
 
무사시："…나는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베어 왔다고."
린："……."
 
(무사시："돈 때문도, 여자 때문도 아닌…. 검을 위해서다.")
 
(무사시 씨는 정말 검을 연마하기 위해서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검술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베는 일도 있는 걸까…?)
 
그 때, 무사시 씨가 갑자기 팔을 들었다.
 
린："…에? …아야…!"
 
그의 두꺼운 팔이 내 머리를 후려쳤다.
 
무사시："어이, 괜찮아?!"
린："괜찮긴 한데…. 무슨 일이에요?"
무사시："벌이다."
린："벌…."
 
(정말이네…. 그가 벌을 잡았어.)

 

무사시："거미도 벌도 왜 너한테만 모여 드는 건지."
린："그, 글쎄요. 저도 잘…."
무사시："몸에서 꿀이라도 뿜고 있는 건가?"
 
무사시 씨가 내 머리에 손을 가져왔다.
 
무사시："…혹은 안 났나?"
린："아, 괜찮아요…."
무사시："…확실히 너에게서는 좋은 향기가 나는군."
 
그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역시 무사시 씨는 악인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