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미야모토 무사시 공략：3장

다음 날, 우리는 키슈에 도착했다.
 
린："여기가 네고로슈의 마을이구나…."
 
이 정도로 가난한 마을이었을 줄은…. 마주치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야위었다.
 
어머니："미안하구나, 얘야. 먹을 것이 이것 뿐이란다."
아이："하지만 엄마도 계속 굶었잖아요?"
어머니："나는 괜찮으니 어서 먹으렴."
아이："하지만 그러다가 엄마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린："……."
무사시："마을이 너무 가난해서 놀랐나?"
린："제가 있던 마을은 식량이 풍족했던 곳이라…."
무사시："…여기도 원래는 풍족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농작물을 모두 군량으로 가지고 가 버렸다지."
린："……."
 
할아버지께 여러 이야기를 들어 오면서,
세상 일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어림도 없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무사시："이런 빈민촌의 아이들은 영양 부족으로 오래 살지 못한다."
무사시："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낯선 마을에 팔고 있지."
린："아이들이 팔려 간다구요…?!"
무사시："그래…. 팔려 가서는 소나 말처럼 일만 하는 거지."
무사시："그래도 남자 아이들은 나은 편이야."
무사시："여자 아이는 열두 살도 채 되지 않아서 창녀로 팔려 간다고."
린："……."
 
(어느 마을에서 태어나느냐가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니….)
 
무사시："내가 태어난 마을도 여기처럼 가난했다."
무사시："남자들은 전쟁에 끌려가고 농작물은 사무라이들에게 빼앗겼지."
무사시："기근이 발생하고 돌림병으로 사람들이 죽고…. 그게 전국 시대다."
린："…무사시 씨…, 우리 함께 노부나가에게 맞서 싸워요."
무사시："……."
린："노부나가가 천하를 얻어도 난세는 끝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린："노부나가를 쓰러뜨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난세가 이어지는 한 죄 없는 사람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거야…. 그런 건 용서할 수 없어!)

 

린："여기가 네고로슈의 절…."
 
이 절도 마을과 다를 바 없이 황폐하구나….
 
린："실례합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안에서 승려가 나왔다.
 
승려："당신은…?"
린："이가의 이시카와 고에몬 님께서 토라마루 님께 가 보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린："이것은 핫토리 한조 님의 서신입니다."
승려："한조 님의…?"
린："저는 인술원류(忍術原流)의 쿠스노키 유파를 잇는 쿠스노키 공주입니다."
승려："다… 당신이 쿠스노키의 공주…!?"

 

나를 에워싼, 창과 칼을 든 많은 닌자들로부터 냉정한 시선이 느껴졌다.
왠지 환영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토라마루："제가 토라마루입니다! 공주님, 긴 여행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 그나마 토라마루 씨는 우리를 환영해 주시는 것 같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와서 동요하고 있는 것일까…?)
 
수장："제가 네고로슈의 수장입니다."
수장："한조 님의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수장："당신이 닌자의 공주…. 저 쪽은 호위로군요."
무사시："미야모토 무사시라 하오."
린："닌자와 함께 움직이면 눈에 띌까 하여 검객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수장："……."
 
린："알고 계시겠지만, 저희는 닌자를 멸망시키려는 노부나가에게 맞서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장："…아무튼 오늘은 긴 여행에 피로하시겠습니다. 토라마루, 두 분을 방으로 안내하게."
토라마루："예!"

 

토라마루："송구합니다. 아까는 두령께서 인사도 대충 하셔서…."
린："아뇨, 고에몬 님께 사정은 들었습니다."
린："네고로슈는 저희와 결속을 할 것인지 어떨지 망설이고 있는 거죠?"
토라마루："예…. 저희들은 지금 두 파로 나뉘어 있습니다."
토라마루："저와 같이 비교적 젊은 닌자들은 노부나가와 싸워 자유를 얻고 싶어 합니다."
토라마루："하지만 일부 원로들이 노부나가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린："노부나가와 싸워도 이길 수 없을까 우려해서…."
린："그래서 노부나가에게 복종하자는 분들도 계신 거군요."
토라마루："예, 그렇습니다."

노부나가의 힘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누군가 노부나가를 무찌르지 않으면 이 난세는 끝나지 않는데….

 

린："…벌써 어두워졌네요…."
무사시："저들은 지금 우리를 죽일지 말지를 의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린："그렇군요…."
린："우리를 숨겨 준다면 노부나가에게 맞서는 것이 되니까…."
무사시："노부나가와 싸우기 위해서는 무기와 군량도 필요해."
무사시："지금의 네고로슈는 그런 조달이 불가능하다."
린："……."
 
낮에 마을에서 본 가난한 사람들…. …이대로라면 비극이 반복될 뿐이야.

 

무사시："왜 그러지?"
린："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사시："……."
린："지금 이 순간도 네고로슈 마을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을까요?"
 
무사시 씨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사시："넌, 상냥한 여자구나."
린："…아뇨, 상냥하지 않아요…. 다만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몰랐던 것 뿐이에요."
무사시："……."
린："저는 좀 더 강해지고 싶어요."

무사시："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여자였던 네가?"
린："네…. 며칠 사이에 제 운명도 크게 바뀌었으니까요."
무사시："평범한 여자라면, 이런 피 튀기는 전쟁에 휩쓸린다면 도망치려 할 것이다."
무사시："너는 지금도 충분히 강해."
린："무사시 씨…."
무사시："…거미가 옷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당황했지만."
린："뭐라구요…?"
 
문득 무사시 씨가 기모노 안에 손을 넣어 거미를 잡아 준 일이 떠올랐다.
그는 장난스런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 내가 당황해 하는 걸 즐기고 있어.)
 
그 때, 갑자기 문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린："……?!"

 

나는 무심결에 무사시 씨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무사시："아무 것도 아냐. 바람 소리다."
린："……."
 
무사시："네고로슈가 공격이라도 하는 줄 알았나?"
 
(한심해…. 겨우 바람 소리에 겁을 먹다니…. 스스로가 싫어진다.)
 
무사시 씨가 내 어깨를 힘 주어 잡았다.
 
린："……!"
 
무사시："걱정하지 마…. 너는 내가 지킨다."

 

린："…앗!"
 
깊은 밤…. 나는 무서운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났다.
 
무사시："악몽이라도 꾼 건가?"
린："……."
 
쫓기는 꿈, 살해 당하는 꿈…. 그런 꿈들만 계속 반복해서 꾸고 있어….

 

무사시："자, 이리로 와라."
린："아뇨, 폐를 끼칠 수는…."
무사시："괜찮으니까!"
 
무사시 씨가 강하게 내 몸을 잡아 당겼다.
 
무사시："무서우면, 내 곁에 꼭 붙어 있도록 해."
린："……."
 
그의 품에서 다정함이 전해져 온다.
왠지 숨을 쉬기 힘든데…. 너무 꽉 안겨 있어서 그런가?
 
무사시："정말 작은 몸이군."
린："…무사시 씨가 너무 큰 거예요."
 
그에게 안겨 있으니, 두려움이 사라져 버렸다.
 
린："이제 좀 진정이 된 것 같아요."
무사시："그래, 그거 다행이군."
 
린："저야말로 무사시 씨가 있어 주셔서 다행이에요."
무사시："……."
 
비록 내 옆에 있어 주는 게 의뢰금 때문이라고 해도….
 
린："…안녕히 주무세요."
무사시："…잘 자라."
 
나는 그의 품에 안긴 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퍽!
 
린："아얏!"
 
무사시 씨의 굵은 팔이 내 배 위에…!

 

무사시："미안!"
 
무사시 씨가 당황하며 일어났다.
 
무사시："다치지 않았나?!"
린："……!"＊
 
윽…. 숨이 막혀서 목소리가 안 나와….
 
무사시："어이, 괜찮아?!"
린："괘…괜찮아요…. 일단은…."
무사시："미안.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잠버릇이 험해서."
 
그는 정좌까지 하며 머리를 숙였다.

(무사시 씨, 귀여워….)

린："후훗…."
무사시："…왜 웃는 거지?"
린："아하하…! 무사시 씨, 재미있네요!"
무사시："재미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데. 너, 특이한 여자구나."
 
(무사시 씨도 충분히 특이하신 것 같은데….)

 

다음 날.
 
토라마루："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토라마루 씨가 방 문을 여셨다.
 
토라마루："죄송합니다, 초라하지만 차린 게 이것 밖에 없어서…."
토라마루："올해는 날씨도 나쁘고 농작물이 부족해서요."
린："아뇨, 저희 식사까지 준비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토라마루 씨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

린："……."
무사시："…안 먹어?"
 
무사시 씨는 폭풍 흡입을 하고 계시다….
 
린："마을 사람들은 이런 아침 밥도 먹지 못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무사시："나도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하는 건 오랜만이라고."
린："휴우…."
 
무사시："안 먹을 거면, 내가 다 먹는다?"
린："머, 먹어요! 먹을게요! 잘 먹겠습니다…."

 

무사시："그래, 그래야지."
 
무사시 씨가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사시："배가 고프면 힘이 안 나니까."
 
무사시 씨의 말대로다.
제대로 먹고 힘을 비축해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그건 그렇고, 무사시 씨는 밥 먹는 모습이 참….
 
무사시："절 밥도 꽤 맛있군."
린："버, 벌써 다 드셨어요?!"
무사시："어렸을 때부터 빨리 먹는 버릇 때문에 많이 혼났는데, 역시 버릇이라 고쳐지지가 않네."
무사시："나도 모르게 개처럼 먹게 돼."
린："호호…!"
 
이런 상황에서도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밝아진다….

무사시："자, 배도 채웠으니 이제 엿들으러 가 볼까."
린："엿듣다니요…?"
 
무사시："우리 앞에서는 네고로슈 녀석들이 본심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무사시："녀석들끼리 의논하고 있을 때 몰래 엿듣는 거지."

 

우리는 정원 풀 숲에 숨어 본당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본당 안에는 네고로슈의 닌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원로 닌자１："닌자의 공주를 숨겨 주다니, 이건 노부나가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요!"
토라마루："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만도 없지 않습니까!"
토라마루："노부나가를 쓰러뜨리지 않고서는 마을은 언제까지나 굶주려야 합니다."
 
원로 닌자２："지금은 먹고 살기만도 벅차!"
원로 닌자２："이런 상황에 노부나가와 싸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토라마루："그렇다면 계속 이렇게 지배 당하며 살자는 겁니까!"
 
토라마루 씨의 말대로, 네고로슈는 두 파로 나뉘어 있는 모양이다….
 
토라마루："이 때야말로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조 님과 손을 잡고 노부나가에게 대항합시다!"
원로 닌자１："아니…. 그런 일은 그만 두는 게 좋아."
원로 닌자２："닌자의 공주도, 그 호위도 모두 죽여야 한다!"
 
─?!
 
원로 닌자１："그렇다, 여기는 네고로슈의 절!"
원로 닌자１："아무리 호위가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독 안에 든 쥐나 다름 없어!"
원로 닌자２："한조에게는 '공주가 오지 않았다, 도중에 습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해 두면 되지!"
토라마루："다, 당신들은… 대체 어디까지 썩어 있는 거요!"

 

네고로슈 닌자："…?! 이봐,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큰일이다…. 들켰어!)
 
네고로슈 닌자："이 자들이 엿듣고 있습니다!"
 
보초를 서던 닌자가 동료들을 불러, 순식간에 수십 명의 닌자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토라마루："공주와 무사시 님에게 손 대지 마라!"
원로 닌자："토라마루! 넌 가만히 있어라!"
 
아무리 무사시 씨가 강하다고 해도, 적의 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상대는 모두 숙련된 닌자들…. 

린："무사시 씨…."
 
창을 든 닌자들이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무사시："……."
 
무사시 씨는 결심한 듯 말 없이 검을 빼어 들었다.
 
린："그만 둬요!"
 
나는 무사시 씨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사시："너는 물러서 있어."
린："그럴 순 없어요!"
무사시："……." 
린："싸우기 전에, 좀 더 대화해 봐야 해요!"
네고로슈 닌자："시끄럽군! 비키지 않으면 너부터 베겠다!"
린："할 수 있다면 해 보세요!"
린："그 대신, 저를 죽인다면 이가, 코우가, 후우마를 모두 적으로 두게 될 거예요!"
네고로슈 닌자："……."
네고로슈 닌자："쳇, 꼬마 계집이 건방지기는…!"
 
그 때, 절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에 얼어붙은 분위기가 깨졌다.
 
???："이리 오너라! 네고로슈의 두목은 어디 있느냐!"
네고로슈 닌자："네 놈은 누구냐! 절 안은 지금 중요한 일로 혼잡하다!"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식으로 지껄이나?"
린：이 목소리는…?""
 
네고로슈의 수장이 서둘러 문을 향해 달려갔다.
 
수장："네 이 놈! 무례하구나!"
네고로슈 닌자："두, 두령님…."
 
???："확실히 절 안이 수선스러워 보이는군. 아무튼 들어가지." 

 

???："……."
 
이 사무라이 같은 복장을 한 남자는 누구지…?
 
???："분위기 한 번 살벌하군."
무사시："……."
???："창을 든 수십 명의 닌자와 칼을 든 낭인 한 명…. 일 대 다수인가."
무사시："……."
???："그리고 이 기가 센 꼬마 아가씨도 한 명."
린："꼬, 꼬마…?!"
 
무사시："…너는 대체 누구냐?"
무네노리："나는 야규 일족의 검술 사범…. 야규 무네노리다."
 
야규 무네노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