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미야모토 무사시 공략：1장

한조："공주. 우린 지금부터 이가로 갈 것입니다."
한조："하지만 여섯 명이 함께 움직인다면 눈에 띄게 되니, 저와 함께 이가로 가시죠."
린："한조 님과요?"
한조："죄송하지만 제가 공주의 경호를 맡겠습니다."
 
(이가 촌장："당신은 본래 쿠스노키의 공주….")
(이가 촌장："인술원류인 쿠스노키를 잇는 몸입니다.")
 
닌자를 멸망시키려는 노부나가에게 대항하기 위해,
모든 닌자들이 유파를 뛰어 넘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결속의 상징으로 선택된 나….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절에서 사는 평범한 소녀였는데….

 

한조："공주, 불안하십니까."
린："…아뇨, 괜찮아요!"＊
한조："제 앞에선 그렇게 강한 척하지 말아 주십시오."
린："한조 님…."
 
한조："갑자기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보통의 여자들은 도망칠 것입니다."
린："……."
한조："상황을 받아 들이고 같이 싸우시겠다고 결심하신 공주는 용감한 분입니다."
린："아니에요, 저도 사실은 무서운걸요…."
한조："…제가 조금이라도 공주의 불안을 없애 드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불안하지만 한조 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돼….)

파닥파닥. 갑자기 매가 내 머리 위에 앉았다.
 
린："꺄앗!"
한조："어이, 하야테마루! 버릇 없이 왜 공주의 머리에 앉느냐!"
린："하야테마루?"
한조："이 녀석은 제가 전령으로 부리는 매입니다."
린："그렇군요…. 깜짝이야."
 
한조 님이 하야테마루의 다리에 묶여 있는 편지를 펼쳤다.
 
한조："이건…?!"
린："뭐라고 써 있나요?"
한조："이 편지는 이가의 시모야마 카이(下山開)라는 닌자가 보낸 것입니다."
 
(시모야마 카이…?)
 
한조："시모야마와는 오래 된 사이로 신뢰하는 자입니다."
한조："시모야마의 말에 의하면 노부나가는 이 산에 많은 자객들을 풀었다고 합니다."
 
(많은 자객….)
 
한조："노부나가에게 우리의 행동이 누설되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새었는지…."
한조："어찌 되었든 '위험한 상황이니 합류하고 싶다'고 써 있군요."
한조："시모야마와 그의 닌자들은 이 산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조："이 편지에 적힌 약속 장소로 가시죠."
린："네, 알겠어요…."
 
(그래, 노부나가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한조："이제 곧 합류 지점에 도착합니다."
 
바람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이 곳에 시모야마 카이라는 사람이 오는 건가…?
갑자기 한조 님이 내 팔을 잡았다.

린："무, 무슨 일이죠?"
한조："쉿…! 인기척이 있습니다."
시모야마："역시 한조 님이시네요."
한조："시모야마!"
시모야마："인기척을 감추었는데도 알아 차리시다니…. 역시 우리들의 두령이십니다."
 
뒤쪽에서 많은 닌자들이 나타났다.
이 정도로 많이 모인 아군과 함께라면 안심이네….

 

한조："자네, 노부나가의 정보는 가지고 왔나?"
시모야마："예. 닌자들의 정보에 따르면 노부나가는 강한 자객을 데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조："강한 자객이라…, 어떤 자들이지?"
시모야마："그건…."
 
그 때, 공중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뒤에 있던 한 닌자가 한조 님에게 수리검을 던졌다…!
 
한조："……!"
한조 님이 재빠르게 수리검을 피했다.
 
한조："네 이 놈…. 배신한 것이냐!"
시모야마："아, 그렇다. 노부나가가 데리고 있는 자객이 바로 나지!"

닌자들이 일제히 한조 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조 님은 그 사이를 뚫고 닌자들을 베어 나갔다.
 
닌자１："으악!"
닌자２："아악!"
 
닌자들은 차례대로 쓰러져 갔다.

(대단해…, 이게 바로 한조 님의 실력이구나….)
 
한조："시모야마! 날 속이고 공격하려 했겠지만 너는 나를 해할 수 없다."
시모야마："과연 그렇군…. 하지만 이 쪽도 최후의 수단이 있지!"
 
(최후의 수단…?)

 

무사시："……."
 
시모야마："자, 약속대로 저 자를 죽여라."
한조："그 녀석은 네가 쓰는 자객인가?"
린："한조 님…!"
 
무사시："…마음에 안 드는군."
시모야마："뭐라고?!"
 
무사시："이런 속임수,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사시："그리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상대는 혼자이지 않나."
시모야마："…에잇, 시끄럽다! 돈은 이미 주었으니 어서 저 남자를 죽여!"
무사시："……."
 
무사시 씨가 마지못해 검을 빼어 들었다.
 
한조："……."
 
한조 님도 검을 들었다.
한조 님의 얼굴에서 방금 전까지의 여유가 사라졌다. 무사시 씨는 그 정도의 상대구나….

 

무사시："하압!"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무사시 씨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한조："윽…!"
 
한조 님이 검으로 무사시 씨의 검을 받아 쳤다.
두 사람의 검이 격렬하게 맞부딪혔다.
 
무사시："훗…. 이 정도의 검술 실력을 가진 닌자는 처음 보는군."
 
(이 사람, 웃고 있어…?)

싸우는 중인데 무사시 씨의 얼굴은 기쁜 듯 보였다.

한조 님이 뛰어 올라 그의 검을 피한 순간….
무언가 한조 님을 향해 날아왔다…!
 
한조："……?!"
 
시모야마 카이가 던진 수리검이 한조 님의 어깨에 꽂혔다!

한조："네… 이 놈, 시모야마…!"
 
한조 님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린："위험해요!"
한조："공주…!"
 
한조 님은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린："한조 님─!"
시모야마："하하핫! 드디어 핫토리 한조를 없앴다!"
 
나는 시모야마 카이를 노려보았다.
 
린："당신…!"

 

무사시："어이, 이봐!"

무사시 씨가 시모야마 카이의 멱살을 잡았다.
 
무사시："왜 일 대 일 승부에 끼어든 거지?!"
시모야마："멍청한 소리 마라! 지금은 전국 시대, 수단을 가리면 살아 남을 수 없어!"
무사시："대체 네 목적은 뭐냐?!"
시모야마："저 계집애를 노부나가 님께 바치면, 오다 군으로 출세할 수 있단 말이지!"
 
──?!

시모야마 카이가 난폭하게 내 팔을 나꿔챘다.

린："이, 이것 놔!"

시모야마："얌전히 따라와!"

그 때, 무사시 씨가 시모야마 카이에게 돈을 던졌다.
 
무사시："돈은 돌려 주마."
시모야마："뭐, 뭐라고…?!"
무사시："대신 그 여자를 받겠다."
린："?!"
시모야마："우, 웃기지 마! 한조를 죽인 것도 모두 이 여자를 잡기 위해서!"
무사시："……."
 
무사시 씨가 말없이 검을 들었다.
 
무사시："나는 네 방식이 거슬려."
시모야마："너… 너 이 자식…!"
 
그리고는 무사시 씨의 검이 시모야마 카이의 몸을 단번에 베었다.
 
시모야마："으윽…!"
 
시모야마 카이는 힘없이 쓰러졌다.

시모야마："아, 알고 있나. 그 여자를 돕는다는 것은 천하의 오다를 적으로 두는 거라는 걸…."
무사시："……."
 
시모야마："이 세상은 검술 실력만이 다가 아니다."
시모야마："머리를 쓰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어…. 그런 시대인 거다."
시모야마："이미 검의 시대는 갔다고…."
 
시모야마 카이는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린："저, 절 어쩌려는 거죠…?!"
무사시："글쎄."
 
(혹시 이 사람도 나를 노부나가에게 바치려고…?)

무사시："…노부나가는 잔학무도한 놈이라고 들었다."
무사시："너 같은 어린 여자도 봐 주는 일이 없다더군."
 
(그렇다면 노부나가에게 넘겨지는 걸 막으려고 나를 도운 건가…?)

 

무사시："이 쪽으로 와."
 
무사시 씨가 내 어깨를 꽉 잡았다.
 
린："무슨 짓이에요…!"
무사시："다친 곳은 없나?"
린："……."
무사시："다행이군…. 여자는 다치면 안 되지."
린："……."
 
아까 검을 휘두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거칠어 보이는 태도와는 다르게 좋은 사람일지도….
 
무사시："떨고 있군."

(…어, 정말이다. 다리가 후들거려….)

무사시："그런 광경을 봤으니 겁 먹은 것도 당연하지."
린："……."

무사시："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돕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면서, 왜 사과하는 거지…?)
 
무사시："피가 튀었군, 이걸로 얼굴을 닦아라."
 
그가 내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무사시："세탁한 적이 없으니 냄새가 날지도 몰라."
린："네…."
 
나는 손수건으로 얼굴에 튄 피를 닦았다.
 
린："…이 손수건, 정말 지저분하네요…."
무사시："그러니까 말했잖아."
 
이상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떨림이 멈추었다.
어째서지? 적인지 같은 편인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무사시："오늘 밤은 여기서 묵지."
 
무사시 씨가 강변에 불을 피웠다.

무사시："밤은 추워. 좀 더 불 가까이로 와."
린："……."
무사시："나를 신용하지 못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네가 혼자라면 노부나가의 부하들에게 붙잡힐 거다."
린："무사시 씨는 왜 절 도우신 거죠?"
 
무사시："그건 시모야마라는 놈의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서다."
무사시："처음에 나는 '서민을 괴롭히는 도둑을 죽여 달라'고 부탁 받아서 고용되었지."
무사시："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이야기가 다르더군."
무사시："아무래도 시모야마는 이가의 닌자들을 배신하고, 그 두령을 죽이려 한 것 같던데."
무사시："그 남자는 이가의 두령, 핫토리 한조(服部半藏)지?"
린："네…."

무사시："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닌자와 노부나가는 적대 관계 같군."
린："……."
무사시："그리고 노부나가는 널 손에 넣고 싶어하고."
린："……."
무사시："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무사시 씨가 하늘을 보고 드러 누웠다.
 
무사시："나는 천하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린："…그렇다면 왜 수행을 하고 있는 거죠? 이름을 날려 무장을 섬기고 싶은 게 아니었나요?"
린："낭인은 검으로 이름을 날려 주군을 섬기고 싶어하는 법이잖아요."
린："그리고 전투에서 공을 세워 포상을 받고, 벼슬을 하고…."
무사시："너, 어린 주제에 세상 일에 밝군."
린："할아버지께 여러 가지를 배웠으니까…."
 
(무사시 씨 정도의 실력이라면 원하는 무장들도 많을 텐데….)

 

무사시："나는 가난한 마을의 서민 출신이다."
 
무사시 씨가 불쑥 중얼거렸다.
 
무사시："어렸을 때부터 무장 밑에서 일하는 무사들이 가난한 서민들을 학대하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에…."
린："……."
무사시："그리고 검만 있다면 꼭 무장 밑에 들어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어."
무사시："도둑을 잡거나 경호원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되니까."
 
린："무사시 씨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돕기 위해 검을 쓰는 거군요."
무사시："나는 나를 위해 검을 쓴다."
 
(자신을 위해….)
 
무사시："단지 내가 강해지기 위해, 강한 상대와 싸우면서 실력을 갈고 닦는 거지."
린："그건 어째서…."
무사시："어째서일까. 높은 산이 있으니 올라간다…. 뭐 그런 거 아닐까."
린："그 산의 정상에는 무엇이 있는데요?"
무사시："몰라."
린："……."
무사시："모르니까 오르는 것이다."
 
(모르니까 오른다고….)

무사시："나는 그만 잔다."
린："네?"
 
그는 졸린 듯 크게 하품을 했다.
 
무사시："너, 나한테서 절대 떨어지지 마. 오다의 부하들이 왔다가는 위험하니까."
 
(확실히, 무사시 씨가 없다면 나는 순식간에 잡히고 말겠지….)

 

린："저…. 오늘은 고마웠어요."
린："덕분에 노부나가에게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어요."
무사시："고마워할 것 없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 뿐이다."
린："……."
무사시："내일 핫토리 한조를 찾아 보자. 그 정도의 남자라면 죽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상처가 클지도 몰라….
이런 산 속에서 한조 님을 찾을 수 있을까…?
 
무사시："걱정 마. 나는 산 속을 다니는 게 특기니까."
 
린："고마워요…."＊
 
무사시："고마워하지 말라고 했지. 오히려 내가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린："네…?"
무사시："핫토리 한조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널 혼자 남게 해서 미안하다."
린："……."
 
(처음 만난 이 사람을 신용해도 될까…?)
 
무사시："어차피 너를 도운 시점에서, 어차피 나도 노부나가에게 쫓기는 몸이 되어 버렸으니."
 
(지금은 이 사람을 믿자.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그리고 무사시 씨의 말은 믿어도 될 것 같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