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14장

이윽고 우리는 혼노오지에 도착했다.
 
무사시："노부나가 주군이 곧 도착할 것이다."

(노부나가는 날 어떻게 하려는 거지?)
 
그 때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발소리는 점점 더 커지더니 문이 열렸다.

 

노부나가："그래, 네가 닌자의 혈통을 잇는 공주란 말이지."
 
(이 자가, 오다 노부나가….)
 
노부나가："공포로 얼굴이 굳어 있군."
노부나가："무사시, 수고했다. 가서 목욕이나 하고 쉬도록."
무사시："예,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무사시는 목례를 하고 나갔다.

린："날 어쩔 셈이지?"
노부나가："우선 너는 닌자들을 유인해 낼 미끼로 쓸 것이다."
 
(나를 이용해서 닌자들을 불러 낸다고?)
 
노부나가："그들의 소중한 공주가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분명 이 곳으로 오겠지."
노부나가："한꺼번에 그들을 잡아 전멸시키면 더 좋고."
린："……."
노부나가："그 후에 어떻게 할 건지는, 술 한 잔 하면서 생각해 봐야겠군."
 
(사이조："노부나가는 색다른 것을 좋아해. 너는 그의 혈통을….")
(그가 내게 아이를 낳게 할지도 몰라….)
 
린："……!"
 
(갑자기 노부나가는 내 턱을 잡았다.)

 

노부나가："가까이서 보니 과연 귀엽게 생겼군."
린："손 대지 마라!"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노부나가："호오. 내게 저항하시겠다? 복도에 수많은 내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린："……."
노부나가："그리고, 죽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있어라."
 
(냉혹한 눈빛…. 얼마나 많은 닌자들의 그의 손에 죽게 될지….)
 
노부나가："후후…. 어쨌든 나는 너처럼 도도한 계집이 싫지는 않아."
노부나가："여봐라, 술을 준비해라!"

 

노부나가："음, 교토의 술은 역시 맛이 좋군."
 
노부나가는 한참 동안 술을 마셨다.
(얼마나 지난 걸까, 사이조 님은 어떻게 되셨을까….)
 
노부나가："동료들 생각을 하고 있나?"
린："……."
노부나가："이제 곧 해가 떨어지면, 닌자들이 공격해 올 시간이지."
 
(사이조 님은 잠복하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혼노오지를 치시겠지.)
(하지만, 이 절은 너무 많은 군사들이 지키고 있어…. 그리고….)
 
노부나가："우리에겐 인질이 있으니 네 친구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노부나가는 본당의 문을 열고 부하에게 속삭였다.
 
노부나가："미츠히데에게 사찰 경비를 강화하라고 일러라!"
사무라이："옛!"
노부나가："그리고 제대로 하는지 감시해. 요즘 좀 해이해져 있어."
 
(절의 경비를 맡은 건 미츠히데 쪽 군사들인가….)
 
노부나가："그리고…. 이 방에서 큰 소리나 고함을 듣더라도 절대 문을 열지 마라!"
린："……?!"
 
(설마 노부나가는 나를 겁탈하려는 건가?)
 
노부나가："그렇게 겁먹지 말고 한 잔 해라."
 
노부나가는 나에게 잔을 건넸다.
 
노부나가："닌자 놈들이 생각은 잘 했군. 공주를 중심으로 통합함으로써 내분을 없앤다…."
린："……."
노부나가："하지만, 그 소중한 공주도 지금은 내 손 안에 있다."
 
─!!
노부나가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린："그… 그만 둬!"
노부나가："소리 지르지 마라. 내가 화내는 꼴을 보고 싶진 않겠지?"
린："……."
노부나가："네가 계집이라 해도 내 신경에 거슬린다면 바로 베어버릴 수도 있다."
 
(내가 저항하면… 날 죽이겠다는 건가?)

(사이조："린, 살아 남아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사이조："우리가 잡혀도, 너만 무사할 수 있다면….")
(사이조："알겠지? 어떤 상황에서라도 꼭 살아야 해.")

(살아 남기 위해서, 정조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사이조 님 외에는 아무에게도 나를 주고 싶지 않아….)

노부나가："제법 괜찮은 몸을 가지고 있구나."

노부나가는 내 몸을 더듬었다.

노부나가："그래…, 너를 내게 다오."

그의 술 냄새 나는 거친 숨결이 목덜미에 느껴졌다.
 
(사이조："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죽게 하고 싶지 않아…. 꼭 살아 남아 줘….")
(사이조 님…. 살아 남기 위해서, 이런 것도 참아야 하나요?)
 
노부나가："크큭…. 처녀 닌자의 맛이 어떨지 궁금하군."
 
그 때였다.
 
린："……?!"
 
(노부나가는 너무 열중한 나머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쾅쾅!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미츠히데："주군! 소신 미츠히데, 보고 드립니다!"
노부나가："…미츠히데, 뭔가?"
미츠히데："핫토리 한조와 나머지 닌자들을 잡았습니다."
 
(한조 님과… 우리 닌자들이…?!)
 
노부나가："알겠다, 잘 했군. …문을 열어라."
 
─스윽
문 앞에는 미츠히데와 사무라이들이 서 있었다.
 
미츠히데："주군…, 잡은 닌자들을 어떻게 할까요?"
노부나가："그들 모두를 여기로 끌고 와라. 공주가 보는 앞에서 모두 죽여 주마!"
 
(오다 노부나가…. 정말 잔인하구나!)
 
노부나가："날 원망하기 전에 네 몸 속에 흐르는 닌자의 피를 원망해라."
사무라이１："미츠히데 님! 닌자들을 데려오겠습니다."
미츠히데："……."
 
─?!
 
사무라이１："헉…. 미츠히데 님…?!"

미츠히데의 손에 있던 칼이 사무라이를 베었다.

사무라이２："미츠히데 님…?! 이 무슨…. 으아악!"
사무라이３："으윽…. 아악!"

미츠히데가 사무라이들을 차례로 베어 냈다.

노부나가："미…츠히데…, 네 녀석…?!"
 
─!!
미츠히데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그리고…. 

 

사이조："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난 미츠히데가 아니다."
린："사, 사이조 님…!"
사이조："데리러 왔다, 린."

노부나가："제…길, 미츠히데로 변장한 것이었나!"
사이조："그렇다. 나는 미츠히데로, 닌자들은 네 군사들로!"
노부나가："…뭐라고?!"
사이조："네 자랑스런 군사들은 모두 우리 닌자들에 의해 전멸했다."
노부나가："네… 이 놈…!"
 
그 때, 복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노부나가："화공(火攻)이냐?!"
사이조："화염에 둘러싼 사찰…. 너의 무덤으로 제격이지 않나?"
 
곧, 불길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노부나가："내가 닌자 놈들에게 당하다니…."
 
노부나가가 그의 뒤에 놓아 두었던 창을 집으려 할 때─
 
사이조："노부나가!"
노부나가："크악…!"
 
사이조 님의 칼이 노부나가의 등을 찔렀다.
 
노부나가："포, 포기할 수 없다…. 천하 통일의 꿈을 여기에서…."
 
노부나가는 그렇게 눈을 뜬 채로 숨이 멎어 버렸다.
그는 천천히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우리가 마침내 노부나가를 물리친 것이다.
 
린："사이조 님!"
사이조："린."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바로 그 때….

 

무사시："…과연…. 혼노오지 절이 노부나가의 무덤이 되는 건가."
 
(무사시…?!)
 
그는 그의 왼손으로는 단도를, 오른손으로는 장도를 잡고 쌍도술 자세를 취했다.
 
린："…그만! 이제 노부나가는 죽었어요. 더 이상 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구요!"
무사시："확실히 전쟁을 위한 싸움은 끝났지. 하지만… 나는 그와 겨루고 싶다!"
무사시："코우가의 능력자, 키리가쿠레 사이조!"
사이조："……."
 
사이조 님도 무기를 양 손에 잡고 맞섰다.
사이조 님은 무기를 휘둘러 단숨에 그에게 던졌고, 무사시는 그것을 장도로 쳐 냈다.
 
사이조："젠장…!"
 
사이조 님이 급습하는 무사시의 다리를 쇠사슬로 휘감으려 했다.
무사시는 뛰어 올라 피하며 사이조 님을 베려 했다.
 
무사시："…사이조! 각오해라!"
사이조："그렇게 쉽진 않을 거다…!"
 
사이조 님은 달려 나가 뒤에서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무사시："……."
 
둘은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무사시："명성에 뒤떨어지지 않는군. 다른 닌자들과는 달라."
사이조："왜 그렇게 즐거운 얼굴을 하지?"
 
(무사시는 강한 적을 만난 것만으로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다….)
 
─챙!

사이조 님이 던진 쇠사슬이 무사시의 칼과 엉켰다.
사이조 님이 칼을 빼앗기 위해 잡아 당겼지만, 오히려 무사시에게 끌려 가게 되었다.

사이조："엄청난 힘이군…!"

무사시는 단도를 이용해서 쇠사슬을 끊고는 큰 칼로 사이조 님을 공격했다.

사이조："지옥 결박!"

사이조 님은 왼팔로 무사시의 왼손을 가격하여 칼을 날려 버렸다.

무사시："크윽…."

동시에 무사시가 사이조 님의 오른손을 단도로 찔렀다.
 
린："안 돼!"

그의 오른손에서 선홍색 피가 솟구친다.
 
무사시："뭐…냐, 이 기술은?"

무사시의 왼손이 뻣뻣해지더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사시："으윽…!"

무사시가 자신의 왼손을 단도로 찔렀다.

사이조："…손을 찔러 술법을 풀려고 한 것인가?"
 
이제 둘의 팔에서 모두 피가 흐르고 있다…. 저러고도 계속 싸우려는 걸까?
 
바로 그 때였다.
본당의 천장이 화염으로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무사시："사이조, 간다!"
사이조："기다리던 바다!"
 
무사시가 사이조 님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린："그만!!"

나는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린："이제 됐잖아요! 지금 멈추지 않으면 모두 죽어요!"
사이조："린, 먼저 나가라!"
무사시："여자는 여길 피해라!"
린："전 가지 않겠어요! 계속 싸우려거든 먼저 저부터 죽여야 할 거예요."
 
나는 무사시를 노려보았다.
 
린："당신이 죽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 거예요!"
무사시："……."
린："그러면 당신의 소중한 칼도 더는 소용이 없게 되겠죠."
무사시："뭐…. 내 소중한 칼?"

그가 웃기 시작했다.
무사시는 나를 쳐다보더니 그의 칼 자루를 힘주어 잡았다.
 
무사시："…역시 널 죽일 수가 없군…."
무사시："말했듯이 나는 약자를 베지 않는다."
 
무사시는 그대로 등을 돌려 화염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린："꺄악!"
사이조："조심해!"
사이조 님이 떨어지는 지붕으로부터 나를 감쌌다.
 
사이조："린, 날 잡아!"

 

사이조："…복도 쪽은 아직 타지 않았군."
 
사이조 님은 내 손을 꼭 잡고 연기가 자욱한 복도로 나갔다.
그 순간….
 
미츠히데："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사이조："이제야 정신을 차렸군."
미츠히데："넌…. 날 쳐서 기절시킨…."
 
사이조 님은 망연자실한 미츠히데에게 칼을 넘겼다.
(노부나가를 죽인 바로 그 칼이다….)
 
사이조："나머지를 너에게 맡기겠다."
미츠히데："맡…기다니?"
사이조："앞으로 어떤 역사를 만들지는, 네게 달렸다. 그럼 이만."
 
우리는 말을 잇지 못하는 미츠히데를 남긴 채 절을 떠났다.

 

린："사이조 님…. 한조 님과 다른 분들은 모두 어디 계시죠?"
사이조："근방의 풀 숲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 쪽으로 가자."
린："네…!"
 
(이제야 돌아갈 수 있게 됐어….)
(한조 님, 고에몬 님, 사스케 님, 코타로 님, 쿠마 님…. 모두가 있는 곳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