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제이엘 스토리 -8화- 플로우

(여느 날과 다름없는 오후.)

매니저：보자, 오늘은 어떤 이메일들이 와 있을….
매니저：어, 어…?
매니저：저번에 응모했던 영화 시사회… 당첨 됐잖아?!

(아싸! 공짜 영화 표가 두 장이나…! 돈 굳었다!)

매니저：제이엘~! 나 영화 표 생겼….
매니저：…아, 참. 보컬 트레이닝 받으러 간다고 했지.

(으음… 데뷔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다르니 정말 바쁘긴 바쁘구나….)

매니저：그러고 보니 서로 대화한 게 언젠지도 까마득하네.

(밤낮 없이 트레이닝에 녹음에….)

매니저：보자, 오늘 제이엘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더라….
매니저：아, 맞다. 트레이닝 끝내고 바오베이 데리고 검진 받으러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바오베이랑… 검진….)

 

- 꼬옥 -

제이：…가지 마.

- 두근두근 -

제이엘：…잠시만…
제이엘：…이대로 있어 줘.

매니저：으윽, 뭐야!
매니저：몇 주가 지났는데 왜 잊혀지지 않는 거냐고!
매니저：정작 당사자는 기억도 못 하는 것 같은데…!

(제이엘은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구는데 말이지!)

매니저：그래! 그건 그냥 잠꼬대였을 뿐이야!
매니저：그냥… 그냥 좀 특이하고…. 색다르면서….
매니저：…야, 야릇한…?
매니저：…으아악!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그건 그냥 고약한 잠버릇일 뿐이라고!)

- 타다닥, 타다닥 -

매니저：윽, 이런… 나도 모르게 키보드를 마구 눌러 버렸군….

(그 와중에 제이엘이라고 검색된 건 또….)

매니저：…응?
매니저：실시간 SNS에… 뭐가 자꾸 올라오네…?

SNS 메시지１：대박! 오덕 PD 리얼리티 프로에 나왔던 제이엘 우리 동네 사는 듯.
SNS 메시지２：지금 XX 카페에 출몰. 실물 완전 귀엽♥

매니저：XX 카페… XX 카페?!
매니저：여기 우리 동네 카페잖아!

(…….)

 

- 딸랑! -

매니저：헉헉…. 제이엘이 앉아 있는 자리가 어디…!

- 냐옹~ -

매니저：…어?

- 냐앙, 냐오옹~ -

매니저：무, 무슨 고양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매니저：…여기 고양이 카페였어?

(그나저나 제이엘은 어디에 앉아 있는 거야….)

매니저：아, 찾았다…!

 

(창문으로 고스란히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제이엘의 얼굴과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매니저：…….
매니저：…핫, 나도 모르게 그만 넋을 잃고 봐 버렸군.

(그나저나… 뭘 하고 있길래 저렇게 열심이지?)

매니저：제이엘, 여기서 뭐 해?
제이엘：어엇? 샤오?

- 탁 -

매니저：뭐야, 뭘 그렇게 다급하게 덮어?
제이엘：아, 아니… 아무것도… 근데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매니저：…얘가 한국 네티즌 무서운 줄을 모르네.
제이엘：응? 그게 무슨 말이야?
매니저：넌 이제 평범한 동네 대만 형이 아니라는 거지.
매니저：공중파 탄 몸이니까 몸가짐을 조신하게….
제이엘：…몸을 가졌다고? 무슨 소리야?
매니저：…….

매니저：오늘은 내가 좀 피곤하니까 한국어 수업은 제끼고.
매니저：아무튼…. 무방비하게 아무데나 돌아다니지 좀 마.
제이엘：그래도 여기 사람도 없고 괜찮은걸.
제이엘：적어도 고양이들은 별 말 안 하잖아.
제이엘：바오베이 아줌마도 좋아해. 그치, 바오베이?
바오베이：냐옹~
매니저：…그러게. 꽤 흡족하신 것 같다.
제이엘：응. 그런데,
매니저：…응?
제이엘：이렇게 너랑 카페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제이엘：…색달라서 좋은데?
매니저：새, 색다르긴!
제이엘：응? 왜 당황해?
매니저：당황? 내가 당황할 이유가 없잖아?
제이엘：음, 그러게.

(윽, 어쩐지 말리는 느낌이잖아! 얼른 화제를 진행해야겠다.)

매니저：그, 근데! 뭐하고 있던 거야?
제이엘：음…, 작사 연습 하고 있었어.
매니저：정말? 작사도 할 줄 알아?
제이엘：마리아 선생님이 해 두면 좋을 거라고 하셔서.
제이엘：그냥 마음대로 써 보는 정도야.
매니저：봐 봐! 한 번.
제이엘：쑥스러운데….

(쑥스럽다는 말과는 달리 제이엘은 의외로 순순히 들고 있던 것을 내어 줬다.)

매니저：…어디 어디….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대만어와 함께 서툴게 적어 놓은 한국어 문장들이었다.)

매니저：이건….

- 욱씬 -

매니저：사랑… 이야기네.
제이엘：응.

(처음 만난 날, 로비에서 다정스럽게 전화기에 노래를 불러 주던 모습.)
(알아 볼 수 없는 말이 가득하던 일기장.)
(그리고 방에서 본 낯선 여자 사진이 떠올랐다.)

매니저：…이 노래, 멜로디도 있어?
제이엘：앞부분만 조금 만들었어.
제이엘：…해 볼까?
매니저：응. 들려 줘.
제이엘：제목은… 플로우(Flow)야.

제이엘：달콤한 입맞춤. 나른한 너의 속삭임
제이엘：꼭 봄이 온 것만 같아. 너를 안고 있으면…

 

(달콤하고 나직한 허밍이 귓가를 간질였다.)
(노래를 마친 제이엘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이엘：…어때, 샤오?
매니저：…좋아! 그것도 엄청!
제이엘：정말? 고마워!
매니저：멜로디 라인도 좋고 가사도 마음에 와 닿아.
매니저：그런데 말이야,
제이엘：…응?
매니저：그러니까, 그….

매니저：친구… 여자 사람 친구…. 사진….
제이엘：샤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매니저：…냐고.
제이엘：뭐?
매니저：…여자 친구… 있어?
제이엘：응? 무슨….
매니저：…이 대만 바보 형아!
매니저：여자 친구! 애인!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제이엘：…….
매니저：…….

제이엘：…아.
제이엘：미안해, 샤오.
매니저：뭐? 그럼….
제이엘：그렇구나. 나한테 애인이 있다고 생각했구나….
제이엘：방에서 사진도 보고 말이지.
매니저：그, 그래!
매니저：그리고 난 매니저로서 당연히 스타의 연애 상황을 체크할 필요가 있단 말이야!
매니저：혹시라도 갑자기 열애설, 스캔들이라도 터져 봐.
매니저：아이돌에겐 치명타라고!
제이엘：그래서 지금 애인 있다면?
제이엘：그럼 어떻게 할 건데?
매니저：뭐… 있다면야….
매니저：…갈라 놓던지….
제이엘：응? 뭘 갈라?
매니저：아니야. 아무튼! 솔직하게 말해 봐. 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자몽티를 한 모금 마신 제이엘은 가볍게 웃었다.)

제이엘：우선, 방에서 본 사진 속 여자는….
제이엘：…마마야.
매니저：마마?
제이엘：응. 우리 엄마.
제이엘：마마 젊을 때 사진을 갖고 온 거야.
매니저：…그러고 보니 사진이….

(꽤 오래 되어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제이엘：그리고 현재 애인은….
제이엘：…없음.
제이엘：사실 한국에서 제대로 누굴 만나 볼 시간도 없었어.
제이엘：…여러 사정 때문에.

 

(으윽, 갑자기 저런 침울한 표정을 짓다니….)
(아냐, 여기서 물러설 순 없어. 꼭 묻고 싶은 게 있으니까.)
(내가 진짜로 궁금했던 건….)

매니저：그럼… 아까 노래 가사 내용은 상상?
매니저：아니면, 예전 경험담?
제이엘：아니.
제이엘：지금 경험.

(지금? 그 말인즉….)

제이엘：…진행 중이야.
매니저：잠깐! 방금 여, 여자 친구, 애인은 없다며?
제이엘：응. 근데….
제이엘：곧 생길 것 같아.
매니저：…그, 그건…!

제이엘：지금은 비밀. 그렇지만 애인 생기면… 꼭 말할게.
제이엘：…아마 샤오가 제일 먼저 알게 될 것 같은데?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제이엘이 바오베이를 쓰다듬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서,)
(방금 전에 들었던 달달한 멜로디가 귓가에 맴도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