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빈 스토리 -13화- 의리 있는 남자

 
(…빈의 말이 적중했다.)

빈：하여튼, 봤지? 내가 그 산낙지 따윈 벌벌 기게 해 줄 거라고 했잖아.
빈：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분명히 그 감독한테서 먼저 연락이 올 테니까.

(그래, 그 산낙지 감독한테서 정말 연락이 오고 만 거다…!)

매니저：이번엔 주조연이래. 미니도 아니고 단막극이니까 부담은 덜할 것 같긴 한데…, 어때?
빈：…넌 어떤데? 내가 했으면 좋겠어?
매니저：뭐, 꼭 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긴 해.
매니저：왜? 넌 싫어?
빈：응, 싫어.
매니저：다, 단호하다….
빈：난 아직도 그 때의 모욕감이 생생하거든? 그러니까 이 기회에 한 번 뻥 하고 걷어차 주고 싶어.
빈：그래야지 내 비싸진 몸값을 깨닫고 함부로 못 대할 거 아냐. 안 그래?
빈：맘 같아선 그 산낙지 감독, 통째로 초장에 찍어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은데 참는 거야.

(얘는 가끔 천사 같은 미소를 하고선 이상하게 살벌한 얘기들을 한단 말이지…?)

매니저：그, 그럼 됐어. 빈이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시킬 맘은 없으니까.
빈：…가만.
매니저：응?
빈：근데 또 그냥 뻥 차 버리면, 뜨자마자 바로 거만하게 군다는 식으로 소문이 나겠지?
매니저：그럴 수도 있겠지.
빈：흠…, 그렇게 되면 힘들게 끌어 모은 팬들도 전부 실망해서 떠나갈 거고.
매니저：뭐, 그다지 힘들게 끌어 모은 것 같진 않지만.
빈：초콜릿 선물도 훨씬 줄어들 거야. 그치?
매니저：…결국 고민은 그거였냐.
빈：그건 안 돼! 절대 안 돼!
매니저：…그래서,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빈：으음….
빈：그래!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매니저：?

 

(얼마 후….)

(드라마 '스타와 나' 촬영장.)

매니저：결국 생각해 낸 게 이거냐….
빈：왜? 괜찮지 않아?
빈：엑스트라로 한 번 더 출연하면 팬 서비스도 되고, 괜한 욕도 안 듣게 되고. 이석일조잖아!
매니저：…일석이조겠지. 그리고, 결국 넌 치킨을 먹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 아니니?

(이번에 맡은 건, 주인공 뒤에서 라면이 아니라 치킨을 먹는 역할이니….)

빈：에이, 그래서 매니저도 엑스트라에 끼워 달라고 부탁한 거잖아.
빈：혼자 먹기 미안해서.
매니저：그래, 참 고맙다….
스태프：촬영 들어갈게요! 배우 분들 준비 부탁드립니다!
빈：준비하래. 얼른 가자.

(어쩌다 내가 엑스트라까지 하게 됐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촬영은 시작되었다.)

 

감독：자, 다른 분들은 최대한 튀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감독：빈 씨만 저번처럼 맛있게 좀 먹어 줘요. 눈에 확 들어오게!
감독：그럼 촬영 들어갑니다. 레디, 액션!
빈：……!

(감독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빈은 치킨을 전투적으로 흡입했다.)

매니저：……!

(…그리고 그 모습에 이끌린 나까지 덩달아 마구 먹게 되었다.)

엑스트라Ａ：저기 좀 봐. 둘이 싸우나?
엑스트라Ｂ：빨리 먹기 시합하는 거 아니야?
엑스트라Ａ：완전 전쟁인데…?

(이런 걸 바로 시너지 효과라 하는 건가….)

감독：컷, 컷! NG!
감독：아니, 거 매니저 씨는 좀 천천히 드시죠? 같이 튀면 안 돼요. 빈 씨만 눈에 들어와야 된다니까?
감독：자, 다시 다시!
빈：…풋. 매니저, 너 날 닮아 가나 봐.
빈：음~, 이거 뭔가 기분 좋은데?
매니저：다, 닮아 가긴 뭘 닮아 가! 네가 혼자 다 먹으려고 하니까 경쟁심이 발동해서 그랬던 거야!
매니저：하여간…. 방금 너 때문에 나 혼난 거 못 봤어? 그런데도 기분이 좋아?
빈：응, 귀여워.
매니저：뭐, 뭐…?!

매니저：장난 치지 말고! 자꾸 그렇게 나오면 나 다른 테이블로 옮길 거다?
빈：안 돼! 어딜 가!
매니저：어어? 왜 이래?
빈：가지 마. 너 가면 나 불안하단 말이야.
매니저：네가 애야?
빈：애는 아니지만, 네가 간다고 하면 나 진짜로 애 한다?! 그러니까 가지 말고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빈：안 그럼 나, 확 가출해서 속 썩여 버린다?
매니저：뭐야…? 그걸 말이라고…!

감독：매니저 씨! 빈 씨! 잡담 그만!
감독：다시 집중하시고…. 시작합니다. 레디, 액션!
빈：잘 먹겠습니다!

 

(얼마 후….)

빈：매니저, 괜찮아? 많이 안 좋아?

(아까 너무 급하게 먹은 탓인지 덜컥 체하고 말았다.)

매니저：응…, 괜찮아. 그보다, 빈이야말로 오늘 피곤했을 텐데 얼른 가서 자.
빈：지금 그게 문제야? 하여간 어린 게 남 걱정은.
매니저：뭐? 지금 누가 누굴 보고 어리다고….

빈：안 되겠다. 바늘, 바늘이 어디 있지…?
매니저：…바늘은 왜 찾아?
빈：왜긴? 손 따 주려고 그러지.
매니저：뭐…, 손을 따?
빈：응. 가만히 두기엔 네가 너무 아파해서 안 될 것 같아.
매니저：괘, 괜찮아…! 난 절대 괜찮다구! 하나도 안 아파!
빈：풋, 뭐야. 설마 바늘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야 이거, 우리 매니저, 지금 보니까 은근히 겁이 많네.
빈：하~나도 안 아플 테니까 안심하세요. 내가 손을 얼마나 잘 따는데!
빈：맨날 애들 옷이며 양말 꿰매느라 완전 바느질 귀신이 다 됐다니까?
매니저：그렇게 말하니까 더 무섭거든…?
빈：암튼 걱정하지 말란 소리야. …아, 바늘 찾았다!

 

빈：자, 손 대.
매니저：싫어! 저리 가!

(내가 반항하자, 빈은 강제로 내 손을 가져다 잡는다.)

빈：잠깐이면 돼. 눈 감고 딱 10초만 세.
매니저：으윽….

(빈은 내 떨리는 엄지손가락을 실로 단단히 묶더니, 3초 만에 확 따 버렸다.)

매니저：앗, 따거! 아파! 아프잖아! 안 아프긴 뭐가 안….
매니저：…응?

(그리고 피가 새는 내 손가락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서….)

매니저：빈…! 뭐 하는 거야!
빈：그야, 당연히 지혈을….
빈：…으악! 미안! 피만 보면 입으로 가져가는 게 습관이 돼서!

(빈이 당황해서 내 손을 내려놓는다.)

매니저：멀쩡한 휴지 두고 왜 입으로 지혈을 하려고 해? 깜짝 놀랐네.
빈：…….
매니저：…? 왜 대답이 없….
빈：…….

(대답이 없는 빈의 얼굴을 들여다 보니, 빈은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 잠깐만.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게다가 이 시선…, 뭐지? 내 입술 쪽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매니저：…빈?
빈：어…. 어어? 응?
매니저：왜 그래?
빈：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매니저：그래…?

매니저：…어쨌든, 왜 입으로 지혈하려고 한 건데? 사람 놀라게.
빈：어…, 나 같은 사람은 밖에서 갑자기 다치면 별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지혈하는 게 습관이 돼서….
매니저：너도 참 인생을 얼마나 험하게 살았으면….
빈：풋. 물론 내가 인생을 좀 험하게 살긴 했지만, 너만큼은 아니네.
매니저：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하는 소리야?
빈：그런 건 얼굴에 다 쓰여 있어. 그리고….

(빈이 놓았던 내 손을 다시 잡는다.)

빈：이렇게, 손에도 써 있고.
매니저：손에…?
빈：네 손은 참 예쁘지만, 왠지 모를 슬픔이 있거든.
매니저：…….
빈：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나면, 이까짓 상처들…. 다 낫게 해 줄게.

(빈….)

빈：아직은 걱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나만 믿어.
빈：나 이래봬도 의리 있는 남자거든.
빈：내가 꼭…. 지켜 줄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