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빈 스토리 -9화- 따뜻한 손길

 
- 똑똑 -

매니저：다들 밥 먹게 나와!

- 우르르르르 -

(…밥 소리에 쏜살같이 나오는 아이들.)
(그런데, 다른 애들은 다 나왔는데 빈만 안 보이네?)

매니저：아직 자나…?

 

 
- 달칵 -

매니저：빈!
빈：으음….
매니저：빈, 밥 먹어야지. 얼른 일어….
매니저：…….
빈：매니저, 좋은 아침.
빈：…? 무슨 일이야? 표정이 심상치가 않은데?
빈：간밤에 악몽이라도 꿨어?
매니저：…네 얼굴이 악몽이다!! 대체 언제 또 이렇게 된 거야?!

- 빠악!! -

(나는 빈의 엉덩이를 발로 차서 욕실로 밀어 넣었다.)

빈：으악…! 뭐 하는 거야!
빈：밥 먹으라고 할 땐 언제고…. 밥 대신에 욕실 물이나 마시라는 거야?
매니저：먹긴 뭘 먹어? 빈 넌 당분간 아침에 샤워하기 전까진 밥 못 먹을 줄 알아!
빈：…뭐? 그런 게 어디 있어!
매니저：스타는 항상 청결해야 돼!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빈：매니저…! 나 충분히 청결해! 진짜야!
매니저：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빈：정말이라니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씻어!
매니저：아악…!! 어디 가서 그런 얘기 하기만 해 봐, 진짜!!

- 쾅! -

(…….)

(잠시 후….)
(…나는 결국 빈의 머리를 손수 감겨 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벅벅벅벅…. -

빈：하하하하…! 매니저, 간지러워…!
매니저：아유, 가만히 좀 있어! 하기 힘들잖아!
빈：진짜 간지럽다니까! 하하하…, 앗! 귀에 물 들어갔다!
매니저：네가 자꾸 웃으니까 그렇지! 하여간 뭐가 좋다고 자꾸 웃어?
빈：헤헤, 그러게. …뭐가 그렇게 좋지?
매니저：바보. 씻으니까 본능적으로 좋은 거야!
매니저：그러니까 앞으로 많이 좀 씻어. 알았어?
빈：이상하다. 내가 씻을 땐 이렇게 좋지 않았는데….
매니저：시끄러워! 씻기 싫으니까 괜히 술수는….

- 덥썩 -

매니저：……?!

(빈이 갑자기 내 손을 덥썩 잡아 끈다.)

빈：거기 말고, 여기.
매니저：…어?
빈：이 쪽 마저 씻겨 줘. 아직 샴푸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매니저：아….
매니저：아, 알았어…! 말 안 해도 내가 알아서 할 거거든? 혼자 씻지도 못하면서 까탈은…!

- 벅벅벅벅…! -

빈：헤헤헤…. 응, 거기!
빈：아, 좋다. 기분 진짜 좋아.
매니저：자, 이제 다 씻었으니까 머리 말리게 나와.
빈：응.

(잠시 후….)

 

- 위이이이잉…. -

빈：앗, 뜨거워! 하하하하.
매니저：뜨거운데 웃음이 나오니? 움직이지 말아 봐, 아직 여기 덜 끝났어.

(나는 드라이기로 빈의 머리카락의 물기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매니저：머리는 바짝 씻고 바짝 말려야 하는 거야. 맨날 대충 씻고 대충 말리지 말고!
빈：응, 응! 알았어 알았어!

(…꼭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난 기분이다.)

빈：야, 상쾌하다…!
매니저：아이 참, 머리 흔들지 마! 물 튀잖아!

 

(얼마 후….)

(…계약 미팅 건만 세 탕을 뛰고 돌아오는 길.)
(하아…. 지친다, 지쳐.)

빈：오늘 스케줄은 이게 끝이야? 더 없어?
매니저：응, 빈은 더 없어. 들어가서 쉬면 돼.
빈：매니저는?
매니저：난 아직 볼 일이 몇 개 더 남았어. 내 걱정은 말고, 스타님은 들어가서 푹 쉬세요.
빈：…언제부터 스케줄이 이렇게 많아진 거야?
매니저：아무래도 케이가 프로듀싱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이 알려진 것 같아. 널 실제로 본 사람들 반응도 나쁘지 않고.
매니저：그나저나, 스케줄이 많음 좋아해야지 왜 울상을 하고 물어봐?
빈：그냥…, 네가 힘들까 봐.
매니저：하여간 바보라니까! 그런 게 뭐가 중요해?
빈：그럼 뭐가 중요하냐?
매니저：그야 네가 뜨는 게 가장 중요하지!
매니저：내가 힘든 건 당연한 거야. 나는 빈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는 역할인걸.
빈：매니저…!
매니저：왜? 너무 감동 받아서 눈물이 다 나?
빈：매니저…. 정말….
매니저：뭐, 뭐야…? 왜 이래? 왜 자꾸 다가오고….

- 쾅 -

매니저：……!!
빈：…매니저.

(점점 다가오던 빈이 어느 새 내 코 앞까지 와선 한 손으로 내 얼굴 옆 벽을 짚는다.)
(…윽. 이건 설마, 키, 키….)

빈：이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야….
빈：매니저….
매니저：…….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

- 찌익! -

매니저：…응?

(방금 뭔가 떼어지는 소리가 났는데? 그것도 내 옆에서.)

빈：매니저, 이거 봐!
매니저：…….

(빈이 처억 내민 것은…. 다름아닌 대형 할인마트 광고 전단지였다.)

빈：우유 1000ml짜리가 하나에 900원이래. 아이스크림은 70% 세일이고!
빈：이 경이로운 가격들 좀 봐. 완전 미친 거 아니야?
빈：하…. 이런 숨 막히는 감동이….

(이런 숨 막히는 수치감이….)

빈：매니저, 스케줄 언제 끝나? 같이 갔다가 오는 길에 여기 들르자.
매니저：…됐어.
빈：됐긴? 이런 건 절대 놓치면 안 된다구! 밤에 가면 더 파격 세일을 할 거야!
매니저：아, 누가 안 간대?! 나 혼자 갈 거라고!
빈：……? 왜 화를 내…?

 

(얼마 후….)

- 달칵 -

매니저：다녀왔습니다….
빈：매니저, 이제 와?
빈：끝나고 나서 연락하지 그랬어. 같이 마트 갔으면 좋았을 텐데….
매니저：마트 들렀다 왔어. 자, 여기 사 온 거.
빈：……! 이 무거운 걸 혼자 들고 오면 어떡해…?!
빈：하여간, 같이 가자고 해도 끝까지 혼자 가겠다고 고집이나 부리고…. 힘들었지? 몸은 괜찮아?
매니저：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나저나…, 이 와중에도 네 손은 왜 봉지 속만 뒤지고 있는 거니…?)

매니저：그거 얼른 갖고 가서 애들이랑 나눠 먹어.
빈：고마워, 매니저.
빈：어…? 근데 너, 손이….
매니저：응? 아…, 별 거 아냐.
빈：별 거 아니긴! 언제 이렇게 손이 다 트고 까칠해졌어?
빈：안 되겠다. 이리 와 봐.

(빈은 다짜고짜 나를 의자에 앉히더니, 서랍 곳곳을 뒤적거린다.)

- 부스럭 부스럭 -

빈：어디 보자…, 여기 어디 있었는데….

- 부스럭…. -

빈：찾았다!!
매니저：…? 내 핸드크림이 왜 거기에 있어?
빈：얼마 전에 린이가 쓰고 나서 여기 넣어 놓더라구.
빈：자, 손 대 봐.
매니저：뭐? 됐어. 내가 바르면 돼.
빈：대 보라니까, 얼른.

- 덥썩 -

(빈이 또 내 손을 덥썩 잡아 가져간다.)
(아니, 얘가 아침부터 왜 이런대…?)

매니저：내, 내가 한다니까 왜 이래? 무슨 손 하나 튼 걸 가지고 이렇게….
빈：손 하나라니?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빈：그리고, 그런 중요한 손이 나 때문에 상하면 안 되잖아. …네 손이 얼마나 예쁜데.
매니저：…네가 내 손을 언제 봤다고 그래?
빈：우리 처음 봤을 때, 네가 내 돈통에 명함 넣었잖아.
매니저：…그 때 내 손을 기억하고 있다고?
빈：난 예쁜 손 잘 기억해. 내가 손이 예쁜 사람들을 정말정말 좋아하거든.
매니저：어째서?
빈：원래 손이 예쁜 사람이 마음도 예쁜 법이라서.
매니저：치…, 누가 그런 소릴 해?
빈：내가.
매니저：잘났어, 정말….
빈：그럼, 이대로 손 빼지 말고 가만 있어 봐?
매니저：아….

 

매니저：…….
빈：여기도…. 아, 여기도.

(거칠게 살아 왔을 듯한 인상과는 다르게, 빈의 손길은 너무나 부드럽고 따스해서….)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빈：헤헤…. 좀 트기는 했지만, 그래도 네 손은 여전히 예쁘다.
매니저：…마워.
빈：응?
매니저：…고마워, 빈.

(참…, 따뜻한 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