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빈 스토리 -1화- 꽃보다 거지

조폭１：하나, 둘, 서이, 너이…. 
조폭２：맞는 것 같네. 
매니저：그럼, 이번 달 이자는 확실히 냈습니다. 
조폭１：그래 그래, 다음 달에도 제때 제때 부탁한다고. 엉? 
매니저：…노력할게요. 

(얼마 후….) 

 

(하아…, 어쩐지 우울하다.) 

매니저：…아무래도 돈을 내고 와서 그런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 손 안에 있던 돈이 떠나고 나니, 기분이 좀….) 

매니저：아, 몰라. 안 줄 수도 없는 거고, 이미 줘 버렸는데 뭘 어쩌라고? 
매니저：쓸데없는 생각 말고, 산책이나 좀 하다 들어가야겠다. 

 

(잠시 후….) 

- 술렁 술렁 - 

매니저：……? 

(놀이터 주변이 심상찮다. 무슨 일이지?) 

여학생Ａ：소문대로 진짜 잘 생겼네? 
여학생Ｂ：근데 꼴이 왜 저래? 거지 같잖아. 
여학생Ａ：컨셉이겠지. 저렇게 귀티 나는 얼굴에 거지가 어울리냐? 
매니저：저기…. 
여학생Ｂ：네? 
매니저：무슨 일인가요? 왜들 이렇게 모여 있어요? 
여학생Ａ：아…, 모르세요? 이 일대에선 유명한데. 
여학생Ｂ：항상 이 시간에 여기서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요. 
매니저：노래? 누가요? 
여학생Ａ：저~기 저 사람이요! 

(저 사람…?) 

매니저：어디 보자…, 끄응. 

(사람이 많아서 잘 안 보여….) 

매니저：저기요, 조금만 비켜 주세요! 잠시만요, 조금만…. 

(나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 주인공을 보기 위해, 사람들 틈 사이를 마구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매니저：……!! 

 

(정말이다…. 마치 왕자와 거지가 한 몸에 공존하는 듯한 경이로운 조각상!) 
(저게 바로 가끔 매스컴에 나오는 '꽃거지'라는 거구나….) 

？？？：자, 지금부터 들려 드릴 노래는 제 자작곡입니다. 
？？？：들으시고서, 마음에 드시걸랑, 아름다운 한 닢~! 부탁드립니다! 
여학생 일동：꺄악~! 

(이름 모를 꽃거지는, 여학생들의 비명 속에서 차분히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매니저：어…. 

(잠깐, 이게 웬일이야…?) 
(이 노래 솜씨…, 가수 뺨 치는 수준이잖아?!) 

여학생 일동：꺅~! 오빠, 멋져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자, 그럼 다음 노래는…. 

(완전…, 넋 아웃이다.) 

 

(얼마 후….) 
(모여 있던 인파가 흩어지고, 한적해진 놀이터.) 

- 툭 - 

(나는 꽃거지가 정리하고 있는 돈통에 당당히 내 명함을 집어넣었다.) 

？？？：……? 
매니저：안녕하세요, 저는…. 
？？？：죄송합니다. 

(…응? 갑자기 왜 죄송하대?) 

？？？：난 지폐 아닌 종이는 안 받아요. 
매니저：네…? 
？？？：그럼 이만. 

- 휙 - 

매니저：어…. 

(저, 저 사람이…!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매니저：아니, 저기요! 잠깐만요! 
？？？：네? 
매니저：아니, 이게 얼마짜린 줄 알고 이렇게 쉽게 버려요?! 너무하잖아요! 
？？？：버린 게 아니라 그냥 돌려준 건데요? 
매니저：그럼, 왜 돌려주는 건데요? 
？？？：이건 명함이지, 지폐가 아니잖아요. 
매니저：그런데요? 
？？？：내가 이런 종이엔 영 관심이 없어서요….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매니저：아, 잠깐만요!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가야지! 
？？？：미안해요. 제가 딸린 동생만 세 명이라 얼른 가 봐야 되거든요. 그럼…. 
매니저：이봐요, 이 명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쪽 딸린 동생이고 뭐고 다~, 해결할 수 있는…! 

- 툭 - 

매니저：어? 

- 또르르르…. - 

？？？：동전…?! 

- 파악! - 

(꽃거지는 내 말은 듣지도 않더니, 어디선가 갑자기 굴러 온 동전을 향해 몸을 내던진다.) 
(그런데 동시에 내 주머니에서 왠지 모를 공허감이….) 

매니저：…헉. 

(저 동전, 내 거잖아!!) 

매니저：안 돼!! 

- 휘익! - 

(나는 온 힘을 다해 잽싸게 슬라이딩했지만….) 

 

？？？：하하하하, 잡았다~! 
매니저：헉…! 

(…결국 아웃 당하고 말았다.) 
(안 돼…, 내 백 원! 내 백 원!!) 

？？？：아싸! 이게 웬 행운이야? 하하. 
매니저：행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주세요. 
？？？：네? 뭘요? 
매니저：그거요! 그 백 원, 제 거란 말이에요! 방금 내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거 못 봤어요?! 
？？？：무슨 소리예요. 내가 주웠는데. 
매니저：그 쪽이 주웠건 말건, 원랜 내 거니까 내 거라고요! 얼른 이리 줘요. 
？？？：아, 글쎄…. 내가 주웠음 내 거지, 이게 어떻게 네 겁니까? 나이도 나보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데. 
매니저：여기가 나이가 왜 나와요? 동전이 제 주인 찾겠다는데! 얼른 이리 내라니까요! 

- 휙! - 

 

？？？：……! 

(내가 억지로 동전을 빼앗으려 하자, 꽃거지가 큰 키를 내세우며 손을 머리 위로 휙 들어올렸다.) 

매니저：뭐 하는 짓이에요? 얼른 손 안 내려요?! 내 동전 달라고요!! 
？？？：아, 동전에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주운 사람이 임자지! 
매니저：뭐라구요?! 무슨 말을 그렇게…! 
？？？：아, 진짜 당장 저리 안 가?! 이 삥 뜯는 양아치 같은 불량 청소년아! 

(야…, 양아치? 허…. 이 인간, 동전 하나에 눈빛 변하는 것 보게?) 

매니저：뭐, 양아치? 불량 청소년? 이런 노땅 왕거지 같은 인간이! 
매니저：한 번 해 보자는 거야? 응?! 
？？？：그래, 좋아! 덤벼! 덤비라고! 
매니저：이 사람이 진짜…!! 

 

(한참 후….) 

？？？：헉, 헉…. 
매니저：허억, 허억…. 
？？？：이제…, 이제 그만 하자. 밤도 늦었는데…. 
？？？：얼른 집에 들어가. 부모님이 걱정하셔. 워이 워이~ 
매니저：걱정해 주는 척 한다고 해서 내가 그 동전을 양보할 것 같아…?! 
？？？：…하아, 참. 

(꽃거지는 금세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뭐지? 내 돈을 내가 갖겠다는데 묘하게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 건 또 뭐야?) 

매니저：아냐…. 아냐, 포기하면 안 돼! 양심에 찔릴 게 뭐가 있어! 저건 원래 내 돈인데! 
？？？：아직도 포기 안 했어? 
매니저：안 했다, 왜! 정말이지…, 내가 왜 이런 싸움을 하고 있는 거야? 원래 용건은 이게 아니었는데…. 
？？？：용건? 용건이 있었어? 
매니저：처음부터 할 말 있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사람 말은 듣지도 않고…. 
？？？：내가 그랬어? 
매니저：그랬어. 
？？？：그랬나…. 

(이거…,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면….)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매니저：아, 그게 말이지…. 
？？？：돈 주는 거야? 돈 주는 거 아니면 관심 없는데. 
매니저：돈? 아, 돈이야 대박만 치면 왕창 들어오지! 
매니저：백 원이 뭐야, 떼돈도 벌 수 있다고! 
？？？：…떼돈?! 정말? 
매니저：응. 그러니까 이게 무슨 일이냐면…. 

(나는 우리 기획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게 진짜야? 밥도 주고, 잠도 재워 주고, 노래도 하게 해 주고, 스타만 되면 돈도 많이 준다고? 
매니저：진짜래두. 
？？？：그럼, 저기… 우리 애들도 재워 줄 수 있는 거야?! 
매니저：애…, 애들? 동생들까지 데려올 참이야? 
？？？：…안 돼? 

(식솔이 얼마나 늘어나려고 이러나….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이만한 인재를 놓칠 수는 없지…!) 

매니저：뭐, 그래! 데리고 와! 대박만 치면 다 돼, 대박만! 
？？？：대박이라…. 그치만 난 딱히 잘난 것도 없는데…. 
매니저：……. 

(이건 의도된 망언인가, 진심인가.) 

- 꼬르르륵 - 

？？？：아…. 
매니저：…배고파? 
？？？：……. 
매니저：그럼 일단 저녁부터 대접할 테니까 가서 얘기하자. 
？？？：어…, 저녁을? 

 

 
(얼마 후….) 

(꽃거지를 데리고 사무실로 온 나는, 온갖 비상 식품들을 꺼내 그럴싸한 밥상을 차려 주었다.) 

？？？：이야, 상 팔 부러지겠는데? 
매니저：상 다리겠지…. 
？？？：동생들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매니저：동생들도 나중에 챙겨 줄 테니까, 일단 먹기나 해. 
？？？：진짜지? 아싸! 
？？？：잘 먹겠습니…, 참, 난 빈이야. 서 빈. 
매니저：빈이라…, 알았어. 자, 그럼 어서 밥 먹어. 
빈：아, 고마워. 잘 먹을게! 
매니저：어, 그…. 

- 덜커덩! - 

매니저：엄마야…!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꽃거지 빈은 걸신이라도 들린 양 미친 듯이 밥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빈：으악!! 

- 투욱! - 

(…그러다 결국 국그릇까지 엎는 대참사가 발생.) 

빈：앗 뜨거! 뜨거! 
매니저：괜찮아? 그러게 왜 그렇게 정신없이 먹어! 
매니저：목욕 물 받아 놓을 테니까, 다 먹고 싹 씻어. 씻고 나서 계약하는 거다? 
빈：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얼른 물부터 받아 놔 줘! 

 

(잠시 후….) 

매니저：다 씻었어? 
빈：응. 

- 달칵…. - 

매니저：안에 가운 있을 테니 그거 입고 나와. 그리고 갈아 입을 옷은 여기…. 

 

빈：휴. 오랜만에 씻었더니 엄청 개운하네. 
매니저：……!! 
빈：응…? 
빈：뭘 그렇게 봐? 왜? 아직 덜 씻겼나? 뭐 묻었어? 

(말…, 말도 안 돼. 어떻게 샤워 한 번 했다고 인간이 이렇게….) 
(이건 왕자와 거지의 혼합체가 아니라, 그냥…. 왕자….) 

빈：이상하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었는데…. 
빈：그보다, 우리 계약 안 해? 
매니저：어…, 계약? 아, 계약…! 
매니저：해, 해야지! 하, 하자. 얼른 하자. 얼른! 

(…하나님 아버지, 천지신명님, 부처님. 감사, 또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거지를 제게 내려 주셔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