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원영 스토리 -29화- 떠나가는 사람

 

수호：안녕?

 

(한동안 보이질 않던 수호 아저씨가 웃으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원영：무슨 일이야.

수호：원영이 넌 정말.

수호：오랜만에 온 사촌 형을 그렇게 뚱하게 맞아 줄 건 또 뭐야.

수호：형 왔냐고 반갑게 인사는 못 할 망정.

원영：…….

수호：이 형은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수호：불면 날아갈까, 날아가면 깨질까, 열심히 온 힘을 다해 곱게 키웠는데!!!!!

수호：내 인생의 모든 걸 걸었는데!!!

매니저：…날로 증세가 심해지네요.

원영：모르는 사람이야. 무시해.

수호：너, 너무해! 이 형을 외면하다니!!!!!!

 

 

 

원영：시끄러. 소꿉친구랑 화해했다더니 둘이 정말 성격 잘 맞지?

매니저：소꿉친구?

원영：아버지 비서. 수호 형 소꿉친구야.

원영：배신자라고 그렇게 욕을 하더니 다시 붙어 버렸지.

수호：아… 그래도 정이란 게 말이지.

수호：어쨌든 소꿉친구였고… 녀석이 사실은 배신을 한 게 아니라….

수호：그 동안 이모부 옆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물어와 줘서, 일이 이렇게 쉽게 마무리된 거니까.

 

(이야길 들어 보니 그 비서 아저씨는 원래 원영의 편이었고…, 원영의 아버지 편을 들었던 건 위장이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 비서 아저씨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비서：그 동안 잘 지냈어?

매니저：그럭저럭요.

비서：진청이 칼까지 들고 덤벼들었다고 하던데… 크게 다치진 않았나 봐?

비서：뭐… 원영 도련님이 옆에 있었으니 별 일이야 없었겠지.

비서：어쨌든 고마워.

매니저：에?

비서：의도하진 않았지만 덕분에 진청이 완전히 정신이 나가 버렸거든.

비서：이제 원영 도련님을 위협할 만한 건 없으니 마음이 편해졌어.

매니저：당신 정말… 원영을 걱정했었나요?

매니저：회장 아저씨 편이라더니….

비서：그래, 그건 위장이야. 나 하나라도 본사에 남아서 견제를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달까.

비서：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해.

매니저：네?

비서：소중한 친구 곁으로… 눈치 보느라 몇 년 간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거든.

 

매니저：그 친구가 수호 아저씨였구나.

원영：…….

수호：아, 그래. 알았다. 그 녀석 이야기 그만 하면 되잖아.

수호：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신한 척 했다는데도 그렇게 뚱하게 굴지 마.

원영：그래도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수호：아, 예~.

수호：하여튼 융통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놈이라니까.

수호：이모 아들이면서도 그런 점으로는 전혀 안 닮았어.

원영：어머니도 그다지 사근사근한 성격은 아니었어.

수호：웃기네. 이모가 얼마나 융통성이 좋았는데.

 

수호：나만 보면 반갑다면서 '수호야, 수호야~ 오늘은 너도 여장해 보련?' 하면서 옷도 주고.

수호：손수 벗겨서 예쁜 치마로 갈아 입혀 주기도 하고.

매니저：…그건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수호：아, 그 때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고 날 반겨 주던 원영이도 좋았는데.

원영：닥쳐.

매니저：원피스…? 원영이요?

수호：하하, 이모 취미였어. 우리 데리고 여장 시키는 걸로 놀곤 하셨지.

수호：어렸을 땐 원영이한테 진짜 그럴 듯하게 잘 어울렸는데…, 어느 날 보니 저렇게 확 커 버려선.

원영：…….

수호：너도 한 번 볼래? 그 때 치마 입었던 원영이 사진 늘 가지고 다니거든.

 

(수호 아저씨가 지갑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낸다.)

 

 

 

수호：자, 이거. 이거 잘 봐.

 

- 휘익 -

 

원영：이건 압수다.

 

(갑자기 끼어든 원영이 수호 아저씨가 들고 있는 사진을 홱 낚아챘다.)

 

 

 

수호：헉! 안 돼! 뭘 가져가는 거야!

수호：내 보물이야!! 돌려 줘!

원영：시끄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

수호：…그래도 그건 돌려 주지….

매니저：사진 뺏긴 게 엄청 아쉬운가 봐요?

매니저：원영이 여장한 사진이 그렇게 보물인가?

 

 

 

수호：뭐, 괜찮아. 그 사진은 필름 원본으로 가지고 있으니까 또 현상하면 되지.

원영：…….

매니저：…….

수호：표정이 왜들 그래?

 

수호：아, 그래. 용건. 내가 여기 온 용건부터 말해야지.

수호：다 끝냈어.

매니저：……?

원영：…….

수호：그래, 진청 말이야.

수호：비록 우리 손으로 직접 끌어내리진 못했지만, 완전히 끝났어.

원영：끝났다고?

수호：여기가… 맛이 갔더라고.

 

(수호 아저씨가 머리를 가리키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원영：알아.

원영：그 꼴을 봤는데, 그걸 모를 리가.

수호：그게 지금은 미친 게 아니라… 음….

 

(무언가 말을 하려다 고민하는 모습이다.)

 

수호：아, 뭐. 어차피 알게 될 테니.

수호：암이래. 그것도 회복 불능일 정도로 여기저기 전이가 된 암.

매니저：!!!!!

수호：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서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나 봐.

수호：그 쪽 패거리에게 들어 보니 이모 일도 고의가 아닌 실수였던 것 같고.

원영：뭐?

수호：이모가 계단에서 휘청거리는 걸 잡아 주려다 놓쳤다는 것 같아.

수호：본의 아니게 벌어진 일로 계속 죄책감에 시달렸다고도 하고….

원영：거짓말이야.

수호：뭐… 그 쪽 말이니 사실은 모르는 일이지.

수호：어쨌든 그 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 병까지 걸렸으니….

수호：남은 건 다 썩어 버린 몸뚱이와 악만 남은 정신 뿐.

원영：……….

 

수호：그것도 이젠 끝인가 봐.

원영：……….

수호：상태가 좋지 않대.

수호：이젠 완전히 정신을 놓고 사진만 보면서 헤실대고 있다더라고.

원영：…….

수호：지금까지 미친 놈을 상대하고 이를 갈았다는 게 기가 막히지만….

수호：끝난 건 끝난 거지.

원영：내키지가 않아.

수호：좀 허탈하지.

원영：허탈? 그런 걸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냐.

원영：이제 와서 미쳤다고? 죽을 병에 걸렸다고?

원영：그래서 끝났다고?

수호：…….

원영：편해서 좋겠군.

수호：…그래도 끝난 건 끝난 거니까….

 

 

 

수호：슬슬 준비해.

매니저：?

원영：…….

수호：더 이상 여기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잖아.

수호：돌아가야지. 네가 있어야 할 네 자리로.

매니저：!!!!!!

 

(그런가… 원영의 복수가 끝났으니… 이젠 헤어져야 하는 건가.)

 

원영：…….

수호：표정이 또 왜들 그래?

수호：이것 참, 이러면 내가 악역인 것 같잖아.

수호：뭐, 서두르라곤 안 해. 그냥…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지.

매니저：…….

수호：한동안 원영이가 여기서 활동하기로 계약한 것들도 있었지, 참.

수호：갑자기 옮기긴 힘들겠네.

원영：아니.

원영：곧 준비해서 돌아가지. 시간 끌어 봤자 좋을 것 없으니.

매니저：!!!!!

 

수호：어… 그래도 되겠어?

원영：지금 계약된 것들이 끝날 때까지만 활동하면 되니까.

원영：앞으로 조금만 더… 그리고 그게 끝나면 다 끝이겠군.

 

 

 

매니저：…….

매니저：가는 거야?

원영：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따로 있으니까.

매니저：…그래, 그렇구나….

매니저：이별…인 거네.

원영：한동안은 더 얼굴을 봐야 할 테니 아직은 아니지.

매니저：하지만….

 

(떠난다는 소리를 한 순간부터 이미 이별이 정해진 거나 다름 없다.)

(이렇게… 원영은 떠나는 걸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