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원영 스토리 -28화- 지켜야 할 것

 

(뭔가 바쁜 나날이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스케줄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한참 우울하던 원영도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무뚝뚝 모드로 되돌아갔고….)

 

- 달칵 -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원영이 오기로 했던 시간보다는 좀 이르지만… 조금 일찍 온 거겠지.)

 

매니저：벌써 왔어? 아직 정리가….

 

 

 

진청：안녕.

매니저：어…?

진청：원영이가… 오기로 했었나 봐?

매니저：…….

진청：뭐야,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이야?

매니저：무슨 일로….

진청：나? 뭐 잠깐, 매니저에게 볼 일이 좀 있어서 들렀어.

진청：전에 어쩌다 생각이 나서 들렀었는데 말이야…. 뭔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거든.

매니저：……?

진청：원영이가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더라고.

매니저：…….

진청：근데 넌 알아?

진청：원영에게 소중한 것.

매니저：그게….

진청：뭐야, 모르는 거야? 너도 좀 둔하네.

 

진청：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매니저：?

진청：모든 걸 다 뺏긴 소년의 이야기.

 

 

 

진청：그런 생각 안 해 봤어?

진청：지금 원영이 가진 모든 것들이… 원래는 내 것이었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

매니저：…….

진청：원영이와 그 여자만 없었어도….

진청：내가 아버지의 유일한 아들로, 유일한 후계자로 모두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랐을 수도 있었잖아.

진청：그런데 그 모든 걸 원영이가 가져가 버렸어.

 

(진청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곧 있으면 터질 시한폭탄 같은 얼굴에 궁지에 몰린 쥐같이 처절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진청：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

진청：어머니가 없는 난… 언제라도 다시 버림받을 수 있는 처지였던 거야.

진청：그렇게 불안해 하던 내 앞에 행복에 겨운 두 모자가 즐겁게 웃으며 지나가더군.

 

 

 

원영 어머니：아, 이거 예쁘다. 새로 산 침대에 깔아 두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원영：아… 그거 제 침대엔 사절이에요.

원영 어머니：너 주려고 사는 거 아니라니까~.

원영：지금 한 말 꼭 지켰으면 좋겠네요.

원영 어머니：이번 주말에 별장에 가는데 거기 꾸밀 것들도 좀 살까.

원영：그 별장은 시험 기간에 어머니 피해서 공부하려고 가는 건데…, 설마 따라오려고요?

원영 어머니：뭐얏?! 그럼 더더욱 가야지!!

원영：아~, 네, 네. 어머니를 누가 말려요.

 

 

 

진청：난 언제 버림받을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는데, 그 두 사람은 보란 듯이 웃으며 내 앞을 지나가더라고.

진청：그래, 그래서 결심했어. 내가 불행한 것만큼….

진청：원영이한테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자고.

매니저：!!!!!!

진청：그럼 나도… 원영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매니저：그건….

진청：그래서 그 때 들은 대로 별장에 가서 기다렸거든.

 

(별장? 이건 설마… 원영이 이야기하던 어머니의 사건, 그 때 얘기인가?)

 

진청：원래 목적은 원영이였는데…. 그 여자가 먼저 오더라.

진청：혼자 왔더라고.

매니저：…….

진청：그런 주제에 척 보기에도 불량해 보이는 애들과 같이 있는 날 보고는 놀라서 달려오는데….

진청：걱정이 가득 담긴 가증스러운 면상이 참 역겹더라고.

진청：무심코 밀어 버렸어.

매니저：!!!!!!

 

진청：간단하더라고.

진청：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나도 간단하더라고.

진청：그리고 그대로 무너지는 원영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

매니저：진청….

진청：왜 그런 눈으로 봐? 내가 무서워?

진청：하긴, 넌 날 좀 무서워해야 되겠다.

진청：원영이한테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니까….

진청：내가 널 망가뜨려야 하거든.

매니저：!!!

 

(진청은 날 향해 다가오더니, 내 팔을 잡고 날 끌어당긴다.)

 

매니저：이, 이거…!

원영：그 손 놔.

 

 

 

(언제 왔는지, 사무실 안에 들어온 원영이 진청을 노려보며 명령하듯 말했다.)

 

진청：아… 기사님이 오셨네.

진청：그런데 어쩌지? 이번에도 늦은 것 같은데.

진청：네 어머니 때처럼.

원영：!!!!!!

진청：네 소중한 공주님은 이미 나한테 잡혀 버렸거든.

 

(진청이 품에 감춘 무언가를 꺼내 든다.)

(예리한 날이 빛에 반사된다…. 이건… 칼…?!)

 

원영：당장 그만 둬!!!

진청：내가 왜?

진청：난 이제 더 이상 네 것을 빼앗을 수 없게 됐거든? 네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진청：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을… 내가 왜 그만 둬?

 

(진청은 손에 꼭 쥐고 있는 칼을 내 가까이로 가져다 댄다.)

 

 

 

매니저：저기…, 나 좋아한다며? 그런데 이런 짓 해도 되는 거야?

진청：물론 넌 소중하긴 하지만… 원영이의 소중한 존재를 부숴 버리는 게 더 좋아.

매니저：미쳤어?!

진청：전에 말했잖아.

진청：나 미친 지 오래라고.

 

- 휘익! -

 

매니저：꺄아아아악!!!

 

- 챙!!! -

 

(진청이 날 향해 휘두르던 칼날이 벽에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진청：피하다니, 운이 좋았네.

 

- 휙!!! -

 

매니저：꺅!!!

 

(진청은 날 자기 곁으로 끌어당겼다.)

 

원영：!!!!!!

매니저：헉!!

 

(진청은 들고 있던 칼을 내 목에 가져다 댔다.)

(예리한 칼날이 한층 더 창백하게 빛난다.)

 

진청：이번엔 꼭, 제대로 찔러 줄게.

진청：걱정 마. 아무것도 느낄 새 없이, 빨리 끝내 줄 테니까.

매니저：지, 진청….

원영：그만 해. 그만 하고 그녀를 놔 줘!!

진청：조금만 기다려, 원영아.

진청：다 끝내고 돌려줄게. 차갑게 식은 그녀를.

원영：진청… 그녀에게서 떨어져.

원영：칼 놔.

원영：제발….

진청：어???

진청：와… 이게 무슨 소리야?

진청：원영이 내게… 제발이라고 애원하는 거야? 그 원영이?

 

- 스윽 -

 

매니저：악!!!

 

(진청이 내 목에 댄 칼을 슬쩍 움직였다.)

(피가 배어 나오는 게 느껴진다.)

 

원영：제발, 제발 진청.

원영：더는… 더는 뺏지 마… 제발.

진청：뭘?

진청：너는 내 모든 걸 빼앗아 가 놓고, 넌 아무것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거야?

원영：진청…!!!

진청：…더더욱 그녀를 네가 보는 앞에서 망가뜨리고 싶어졌어.

진청：그럼 원영이 넌 더 처참한 얼굴로 날 바라보겠지?

 

- 꽈악 -

 

(진청이 칼을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준다.)

 

원영：!!!!!!

진청：무릎 꿇어 봐. 고개도 숙이고 간절히 빌어 봐.

진청：네가… 과연 그런 짓까지 할 수 있겠어?

 

- 털썩 -

 

진청：!!!

 

매니저：원영…!

 

 

 

(원영이 진청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원영：제발 그녀를 놓아 줘.

진청：하하하하. 뭐야. 진짜로 무릎까지 꿇어?

원영：…….

진청：매니저를 놓아 달라고?

진청：내가 왜?

원영：!!!!!!

진청：난 무릎을 꿇어 보라고 했지, 이 아일 풀어 준다고 한 적 없어.

진청：원영이 이렇게까지 애원하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그 즐거움을 왜 포기해?

원영：그녀는 너도 마음에 두던 존재였잖아!!

매니저：!!!

 

원영：후회할 짓 하지 마.

원영：너 역시도… 그 여자, 네 어머니를 닮은 그녀에게서 안정을 느꼈잖아.

원영：그걸… 그걸 생각해서라도….

진청：…….

진청：…아무리 생각해 봐도… 말이지.

진청：난 내 어머니의 일보단… 원영이 네가 괴로워하는 게 더 끌려.

원영：!!!

진청：그러니, 매니저.

 

 

 

진청：미안하지만… 날 위해 죽어 줘.

매니저：!!!!!!

 

(진청이 칼자루를 쥔 손에 한층 더 힘을 넣었다.)

 

매니저：꺄아아아아아!!!

원영：그만 두라고!!!!!!

 

- 탁!!! -

 

(흥분한 원영이 갑자기 자기가 쥐고 있던 뭔가를 진청 쪽으로 던졌다.)

(원영이 던진 물건은 진청의 머리에 맞았고, 곧 바닥 위에 떨어졌다.)

 

진청：큭!!!!!!

진청：급하긴 한가. 닥치는 대로 던져 대고.

진청：……어……?

 

(원영이 던진 걸 본 진청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건…, 전에 원영이 망가뜨린 진청의 펜던트였다.)

 

진청：아… 하, 이거….

진청：…….

 

(펜던트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던 진청이 갑자기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진청：아… 어머니 사진. 어머니 사진이 구겨지네.

진청：안 되는데… 고운 얼굴이 구겨지면 안 되는데….

원영：매니저!!

 

(진청이 멀어진 틈을 타 원영이 내 곁으로 달려왔다.)

 

원영：다… 다친 곳은?

원영：피가…!!!

매니저：아, 좀… 아프긴 한데 그렇게 깊은 상처는 아닌 것 같아.

원영：지혈부터… 피를… 피를 멈추게 해야….

 

(원영이 급하게 자신의 옷자락을 피가 흐르는 곳에 가져다 댄다.)

 

매니저：나 괜찮아. 진짜야.

원영：…….

 

매니저：!!!!!

 

 

 

(지혈을 하던 원영이 갑자기 날 푹 껴안았다.)

 

원영：아… 다행이다.

원영：정말 다행이다….

 

(난생 처음 보는 듯한 원영의 활짝 웃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다 있네…. 이렇게 웃는구나.)

(원영은 이렇게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구나.)

 

진청：아하하, 어머니… 오래간만이에요.

진청：그런데… 왜 여기 이러고 누워 계시나요.

매니저：……?

 

(진청이 사진을 붙잡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어쩐지 분위기가….)

 

 

 

진청：이런 데 계셨군요.

진청：한참 찾았었는데….

진청：이렇게 많이 상하셔선….

 

(구겨진 사진을 펴며 중얼거리던 진청이 벌떡 일어섰다.)

 

진청：…다시 예쁘게 꾸며 드려야 하는데….

 

- 털썩 -

 

(비틀비틀 사무실을 걸어 나가던 진청이 휘청하고 몸이 기울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매니저：진청!!

원영：가까이 가지 마.

매니저：하, 하지만….

 

(쓰러진 진청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진청：어머니, 못 보던 새에 많이 건강해지셨군요.

진청：모시고 가는 게 좀 힘이 드네요.

진청：발이… 무거워서….

매니저：진청, 왜 그래? 정신 좀 차려 봐.

원영：……미쳤군.

매니저：……….

 

(진청이 펜던트에 담긴 사진을 보며 중얼대다가 펜던트를 꼭 쥐었다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서서히 멀어져 간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원영：…….

 

(원영은 말없이 진청의 뒷모습만 빤히 바라보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