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39화- 멋진 중년

- 딩동 -

HS：…누구세요.
매니저：아, 감독님! 매니저입니다!
매니저：다음 작품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HS：아, 그래. 잠깐만.

- 삐익 -

- 달칵 -

 

HS：뭔데? 말해 봐.
매니저：…설마 이렇게 현관에 서서 얘기하자는 건 아니시죠?
HS：짧게 말해.
매니저：아니, 대본도 보면서 말씀드려야 하는데 이 좁은 데서 뭘 어떻게 해요!
HS：곤란한데.
매니저：뭐가요?
HS：계속 현장에서 자다가 오랜만에 왔더니 집 안이 너무 더러워.
매니저：에이, 저도 한 더러움 해요.
매니저：괜찮으니까 들여보내 주세요.
HS：……. 후우, 끈질기긴.
HS：들어와.

- 스윽 -

매니저：하하, 실례하겠습…!
매니저：……!!!!!

(여기저기 널린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껍데기. 엉망으로 산더미 같이 쌓인 대본들….)
(심지어 집 안을 꽉 채운 담배 연기 때문에 눈이 다 매울 지경이라니…!)

매니저：아니, 이게 사람 집이에요?!
HS：더럽다고 했잖아.
매니저：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요!!!
HS：잔소리할 거면, 너 그냥 나가.
매니저：나갈 땐 나가더라도 여긴 치워 놓고 나갈 거예요!
매니저：환기 시킬 거니까 창문부터 여세요!

(…….)

 

(그렇게 뜻밖에 HS 감독님 댁의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매니저：으악! 먼지 좀 봐!
매니저：감독님, 이런 데서 어떻게 사셨어요?
HS：…그렇게 입 벌리고 있으면 그 먼지 네 입으로 다 들어간다.

(아니 이 분이 정말…!)

매니저：엇, 이거 재작년에 찍으셨던 공포 영화 대본이네요?
HS：그게 거기 있었군.
매니저：…….

(이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멜로 영화 대본….)
(저건 전국에 추리 붐을 불러 왔던 추리 영화 대본….)

매니저：그 귀한 영화의 대본들이 이런 데서 이 따위로 굴러 다니고 있었다니….
매니저：충격과 공포가 따로 없네, 진짜.

(…….)

매니저：끙차!

- 팍팍팍팍 -

매니저：어휴, 먼지! 무슨 먼지가 지층을 이루고 있어!
매니저：…응? 이건… 앨범?
매니저：세상에. 어떻게 앨범이 방바닥에 깔려 있을 수가….

- 팔락 -

매니저：…헉!
매니저：…감독님! 감독님, 이거 누구예요?
HS：뭐. 어느 거.
매니저：이거 이거요.
매니저：여기 이 강아지처럼 순해 보이는 눈이 사랑스러운 힐링계 고수머리 꽃미남이요!
매니저：옛날 사진 같은데, 이런 배우가 있었나요?

 

HS：…….
매니저：데뷔 후 금세 사라진 비운의 신인이라든가, 그런 건가?
매니저：근데 묘하게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HS：난데.
매니저：예?
HS：나라고.
매니저：에이, 농담하지 마시구요. 이 분이 어떻게 감독님이에요.
HS：못 믿겠으면 뒷장 넘겨 보든가.
HS：그 앨범은 시간 순서대로 되어 있으니까.

- 팔락팔락팔락 -

매니저：…이, 이럴 수가.

(앨범을 한 장씩 넘길수록 순둥이 꽃미남에서 까칠 HS씨가 되어 간다.)

매니저：말도 안 돼! 세월이 이렇게 야속한 거였어?!
HS：어이….
매니저：감독님, 지금이라도 좀 다듬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HS：어떻긴 뭐가.
매니저：요즘 대세는 미중년 연예인이잖아요.
매니저：원판이 이 정도시라면 아주 조~금만 관리 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
매니저：어떻게, 저희 기획사에서 연예인으로….

- 딱콩! -

매니저：으악! 갑자기 쥐어박으시면 어떡해요! 완전 돌주먹이시네!
HS：시끄러. 청소나 해.

(…….)

 

매니저：휴, 이것만 내놓으면…. 끝!
매니저：수고하셨습니다!
HS：어, 너도.
매니저：후훗, 솔직히 깨끗해지니까 좋으시죠?
HS：어, 그래. 귀찮으니까 얼른 가라.
매니저：흑흑, 청소까지 도와 드렸는데 매정하게 내쫓으시다니 너무 하세요!
HS：다 큰 게 우는 척은.

- 스륵 -

(HS 감독님은 막 내린 커피 한 잔을 내미셨다.)

HS：자.
매니저：히힛, 잘 마시겠습니다~
HS：얼른 마시고 가라.
매니저：거 참. 왜 자꾸 보내시려고만 하세요?
HS：다 큰 처녀가 외간 남자 집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게 비정상 아니냐.
매니저：어….
HS：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널 걱정해 줄 녀석들이 잔뜩 있는 걸로 아는데.
매니저：그, 그야….
HS：알겠으면 그것만 마시고 얼른 돌아가.

- 호로록 -

HS：…그리고 오늘… 고마웠다.
매니저：뭘 이 정도를 가지구요.
매니저：제가 다음에 올 땐 사람 사는 집처럼 해 놓고 계셔야 돼요~
HS：아, 역시 너 그냥 가라.
매니저：후훗.

(…….)

 

(매니저가 돌아가고 얼마 뒤….)

- 띵동 -

- 달칵 -

 

HS：…뭐야? 뭐 놔 두고 간 거냐?
최인호：…놔 두고 간 거…? 누가 왔다 갔습니까?
HS：어, 최 작가. 무슨 일이야.
최인호：인터뷰 때문에… 왔는데….
최인호：무슨 일…. 있으셨어요?
HS：어?
최인호：…좋은 향기가, 나네요. 집 안에서.
HS：뭐….
최인호：평소엔… 발도 들이기 싫을 정도로…. 쓰레기장이었는데….
HS：…어이.
최인호：그리고 감독님도….
HS：내가 뭐.
최인호：반짝반짝…. 기분 좋아… 보이세요.
HS：…뭐, 깨끗하니까. 나쁘진 않지.
최인호：…집 안에… 기분 좋은 오오라가…. 가득하네요.
최인호：들어가도…. 되겠습니까?
HS：들어와. 천천히 얘기하지.
최인호：…실례하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