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22화- 두근두근 연기 체험, 미유

단역：으악!
HS：컷!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촬영 도중에 단역 배우 한 명이 갑작스럽게 비명을 지르더니 촬영이 중단됐다.)

(…….)

 

미유：사장님, 나 왔어. 다음 촬영 30분 뒤래.
매니저：미유, 아까 그거 무슨 일이야?
미유：아, 그거? 단역 한 명이 갑작스럽게 어디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 가야 한대.
매니저：아프다고? 갑자기?
미유：응. 발목이 갑자기 부어오르고 꼭 중독된 것 같던데?
매니저：헉…. 그거 혹시 거미한테 물린 거 아니야?
미유：거미라면 저기 저 소품?

매니저：응. 사실 소품이라기엔 너무 실감나게 생겨서….
매니저：나도 아까부터 좀 으스스하던 참이었거든.
미유：뭐, 대부분 소품이지만 개중에 진짜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매니저：하! 하! 하! 다, 당연히 다 소품이겠지!
미유：저 감독님이야 워낙 리얼리티를 중시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
매니저：…넌 조금 있다가 저 거미들 사이에서 연기해야 하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미유：뭐, 거미 쯤이야.

 

- 탁탁탁 -

스태프：매니저님! 혹시 연기 해 보신 적 있으세요?
매니저：없는데요.
스태프：아, 어떡하지. 지금 촬영장에서 손이 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미유：흐음. 그거 아까 실려 나간 그 역 얘기야?
스태프：네? 네….
미유：사장님이 해 보지 그래?
매니저：응?
미유：내 매력에 포로가 된 역할이니까, 평소대로만 하면 돼. 쉬울 거야.
매니저：…나더러 지금 저 거미 더미 위에 누우라고?
미유：에이, 다 소품이라니까.
매니저：방금 전엔 진짜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미유：괜찮아. 내가 지켜 주면 되지.
미유：자, 여기 앉아 봐. 내가 메이크업 해 줄게.

(…….)

 

매니저：아까 미유가 한 말이 좀 걸리긴 하지만, 나 외에도 제물 역할인 사람이 둘이나 더 있고….
매니저：…괜찮겠지.

(미유와 남자 주인공이 대화하는 동안에 죽은 척하고 자리만 지키면 되는 역이니까 뭐.)

매니저：…응?

(방금, 저 거미… 움직인 거 아닌가?)

매니저：…기분 탓….

(…이라기엔 저 쪽에 있는 것도 움직이잖아?!)

매니저：으….

(으아, 이 쪽으로 온다!)

매니저：꺅!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매니저：거, 거미… 거미가….

(미유의 얼굴에 잠깐 떠올랐던 당황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유：…마취 독을 맞고도 정신을 차리다니 놀랍구나.

(미유는 이리 오라는 듯이 가볍게 손짓했다.)
(나는 홀린 듯 느린 걸음으로 화려하게 분장한 미유 쪽으로 다가갔다.)

미유：허나 천 년 만의 대화를 방해받을 수는 없는 일.
미유：자, 안식의 잠에 빠지도록 하렴.

(미유의 입술이 가볍게 이마를 스치듯 지나갔다.)

매니저：……!

(두근두근)

미유：…….

(빨리 안 눕고 뭐 하냐는 듯 미유의 시선이 험악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저 거미 밭에 도로 눕긴 싫은데….)
(아! 그래!)

 

매니저：…유진 씨!
남자 주인공：응?
미유：흐음?
매니저：나 못 알아보겠어요? 나 하영이에요!
매니저：위험하다고 오지 말랬는데…. 날 구하러 여기까지 오다니….
남자 주인공：…어….

(갑작스러운 애드리브에 남자 주인공 역의 배우는 당황해서 눈만 깜빡이고 있다.)

미유：…후우, 보았느냐? 나는 약속을 지켰느니라.
미유：네게 약조한 대로 저 여인을 죽이지도 해치지도 않았지.
미유：그저 너를 불러들이기 위해 붙잡아 둔 것 뿐이니라.
미유：네가 나의 것이 된다면 저 여인은…. 풀어 주겠노라 약조하지.

(미유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짙은 화장으로 요괴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구슬픈 얼굴.)
(미유의 연기를 멍하니 바라보던 남자 주인공도 뒤늦게 연기를 이어 갔다.)

남자 주인공：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남자 주인공：너는 정말이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군.

(싸늘한 남자의 말에 미유의 얼굴에 비통의 기색이 번진다.)
(차갑게 식은 얼굴에서 노래하는 것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미유：…너를 그토록 원했는데.

(응? 기분 탓인가? 미유가 내 쪽을 향해서 말하는 것 같은데….)

미유：내가 너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는 나를…. 동정조차 하지 않는구나.
미유：어찌 나를 이리 고통스럽게 하느냐.
미유：네가 밉다. 네가 증오스러워.

(미유의 푸른 눈에 슬픔, 괴로움, 안타까움, 그리고 열망의 감정이 넘쳐 흘렀다.)

미유：그런데도 이리 사랑스럽다니….
미유：이렇게나 애틋하다니….
미유：아아, 너를 담은 가슴이 찢겨지는 것 같구나…!

(미유는 갈구하는 것처럼 긴 손톱이 자라난 손을 이 쪽으로 뻗었다.)
(…응? 이 쪽으로?)

매니저：야, 잠깐! 손을 남자 주인공 쪽으로 뻗어야지!
매니저：내 쪽으로 뻗으면 어떡해!
미유：…아.

(미유는 능숙하게 슬쩍 손의 방향을 틀었다.)

미유：…영원히 눈을 뜨지 못해도 좋다.
미유：그렇게 해서라도 내 곁에 있으려무나.

(미유가 손으로 뭔가를 움켜쥐는 듯한 동작을 하자….)

남자 주인공：잠 드는 척 하세요.
매니저：…….

(문득 올려다 본 미유는 울듯 말듯 가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연기지만…. 저런 얼굴을 보니 속이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한 마디를 던졌다.)

매니저：……. 가여운 사람.

- 풀썩 -

미유：어리석은. 나는 사람이 아니니라.

(귓가에 내려앉은 미유의 목소리는 너무도 쓸쓸하고 황량했다.)

HS：…컷!

(…….)

 

미유：후우, 힘들었다.
매니저：…수고했어.
HS：이봐, 미유.
HS：너…. 대단한 녀석인 줄은 알았지만 대본을 능가하는 배우일 줄은 몰랐군.
HS：대본에도 없는 연기하느라 수고했다.
미유：후, 이 정도야 기본이지.
HS：그리고 매니저.
매니저：네, 감독님.
HS：대본에 없는 돌발적인 연기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HS：미숙하기 짝이 없는 애드리브였지만 나름 신선했어.
매니저：감사합니다!
HS：…연기 쪽에도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군.
HS：아무튼 둘 다 수고했어.

매니저：…하아, 다행이다.
미유：사장님의 발연기, 혼날 줄 알았는데.
매니저：…이게.
미유：아하하.
매니저：미유, 근데 말이야. 너 아까 왜 내 쪽으로 손을 뻗었어?
미유：…어?
매니저：어두워서 사람 잘못 봤어?
미유：어? 어…응. 그랬나 봐.
매니저：그랬으면 그런 거지 그랬나 봐는 또 뭐야?
미유：아, 몰라. 손이 멋대로 그 쪽으로 간 걸 어쩌라고.
매니저：나 참….

미유：아무튼 난 대본에도 없는 연기 쏟아내느라 힘들고 배고파.
미유：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거!

(여하간 나를 향한 것도 아니었는데 미유가 쏟아낸 고백이 어찌나 열렬하던지….)

매니저：내 가슴이 다 아팠다니까.

(오늘은 유독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같기도 했고….)

매니저：미유의 연기력이 정말 많이 늘긴 늘었나 보네.

(그런 미유와 늘 함께 한 덕분일까?)
(나도 연기력이 조금쯤은 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