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제이엘 스토리 -5화- 로맨틱 한글 교실

(제이엘을 주인공으로 한 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테스트 촬영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카메라가 제이엘을 비추는 가운데, 우리의 제이엘은….)

제이엘：오, 오늘….
제이엘：오늘은 뭘 입어야 할지 고, 고민….
오덕수：컷, 컷!
제이엘：…아.
오덕수：너님, 아까부터 뭐 하고 있는 거냐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냐능?!
오덕수：자연스럽게 하라고 하지 않았냐능, 자연스럽게!!
제이엘：네…! 죄송합니다,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오덕수：한 번 더, 한 번 더가 벌써 몇 번째인지는 알고 있냐능…?!
제이엘：이, 이번이 진짜 마지막….
오덕수：정 제대로 못하겠으면, 여기서 깔끔하게 촬영 접자능!!

매니저：…잠깐만요, PD님.
오덕수：뭐냐능?
매니저：저희가 부족한 나머지 폐를 끼쳐 드린 건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매니저：솔직히 말해서, 이 와중에 누가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겠어요?
오덕수：이 와중이라능 게 어떤 와중이냐능?
매니저：그거야, PD님께서 계~속 윽박지르고 계신 와중이죠!!
오덕수：너, 너님…. 지금 이 오마에 님을 가르치려 드는 거냐능…?!
바오베이：야옹~
오덕수：응…?!
매니저：어?

(바오베이…?)

 

오덕수：저, 저 고양이는 뭐냐능? 뜬금없이 어디에서 나온 거냐능!
제이엘：…제 고양이예요.
오덕수：너님의?
제이엘：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숨더니만, 이제 좀 익숙해진 모양이네요.
제이엘：귀엽죠? 이름은 바오베이예요.
오덕수：바, 바오…?
바오베이：야오옹~
오덕수：흐, 흐흠…. 귀, 귀엽긴 하다능….
제이엘：그렇죠?
오덕수：그….
오덕수：아, 아니! 지금 고양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능! 중요한 건….
제이엘：네, 알아요.
제이엘：저도 이제, 익숙해졌어요.
오덕수：음…?
제이엘：그러니까, 한 번만 더 하게 해 주세요.
오덕수：끄으응….

(PD님께서는 잠시 제이엘과 바오베이를 번갈아 보시더니, 결국….)

오덕수：흐, 흥! 딱 한 번만이라능!
제이엘：네! 감사합니다!
매니저：제이엘….
제이엘：…….

 

(얼마 후….)

(촬영을 마치고 나서, 나와 제이엘은 제이엘의 방에서 반쯤 늘어져 있었다.)

매니저：휴….
제이엘：…휴.

(제이엘과 나는 지쳤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안도의 표시인지는 모를 한숨을 동시에 내쉬었다.)

제이엘：저기…, 샤오.
매니저：응…?
제이엘：미안해, 나 때문에….
매니저：됐어,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난, 네가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해.
제이엘：…….
매니저：그, 그런 것보다 말이야.
제이엘：…응?
매니저：너, 용케도 오 PD님한테 사근사근하게 굴더라.
매니저：나는 너 혼나는 거 보면서, 한 번 거하게 폭발하고 싶은 걸 참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제이엘：했잖아, 폭발.
매니저：…거하게는 안 했잖아.
제이엘：뭐, 나는….
제이엘：…이런 일, 꼭 해 보고 싶었거든.
매니저：제이엘….
제이엘：그리고….
제이엘：귀여우시잖아? 오 PD님.
매니저：…네?

제이엘：말투도 재미있으시고, 바오베이도 귀엽다고 해 주시고.
매니저：아니, 아무리 그래도 귀엽다는 평가는….
제이엘：아, 나도 가끔은 PD님처럼 말해 볼까? 어떻게 생각하냐능?
매니저：나쁜 말 할 때 포기해.
제이엘：샤오, 한국 사람이 한국 말을 틀리면 어떻게 해? 좋은 말 할 때라고 해야지.
매니저：난 좋은 말을 할 생각이 없으니까 안 틀렸어!!

(능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절대로!)

 

제이엘：……아.
매니저：왜 그래?
제이엘：그러고 보니 샤오한테 알려 주기로 했던 게 있었네.
매니저：아…, 그거 말이야? '샹신 워'란 말이 무슨 뜻인지.
제이엘：응.
매니저：…그거라면, 지금은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도 같아.
제이엘：어?
매니저：그거…, 믿어 달란 말 아니야?
제이엘：…와. 어떻게 알았어? 그새 배운 거야, 중국어?
매니저：그런 건 아니고…, 그냥 느낌으로?
제이엘：그래? 대단하네.
매니저：…….

제이엘：응? 샤오, 왜 말이 없어?
매니저：…네가 나 칭찬해 주는 게 처음인 것 같아서.
제이엘：처음 아닌데?
매니저：아니라고…?
제이엘：응.
매니저：잠깐만 있어 봐. 대체 네가 언제부터 날 칭찬해 줬다고….
제이엘：처음 만났을 떄부터, 계속.
매니저：…뭐?
제이엘：잊어버렸어? 샤오궤이즈.
매니저：샤오궤이즈….
제이엘：귀염둥이란 말, 한국에서도 칭찬이잖아?
매니저：…그, 그건…!
제이엘：거 봐.
매니저：할 말이 없다, 진짜….

(나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매니저：응…?

(이제 보니, 침대 근처에 책이 한 무더기 쌓여 있다.)

매니저：제이엘, 저 책들은 뭐야?
제이엘：아.
제이엘：한국어 발음 연습용이야.
매니저：발음 연습용?
제이엘：응. 자기 전에, 한두 페이지 씩 소리 내서 읽어.
매니저：너…, 내가 안 보는 데서도 노력 많이 하는구나?
제이엘：샤오가 보는 데서만 노력해 봤자 별 의미도 없잖아.
매니저：뭔가 열 받는다….

제이엘：네가 좋아할 만한 동화책도 있어.
매니저：확실히 동화책은 좋아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네가 날 엄청 애 취급 하는 것 같아.
제이엘：애 아냐?
매니저：뭔가 열 받는다…!!

제이엘：아, 여기. '미인 생선'도 있어.
매니저：뭐라고…? 미인…, 생선?
매니저：그건 대체 누구시죠…? 아리따운 고등어 아가씨?
제이엘：어…, 응? 아, 아닌가?
제이엘：미인…, 은 미인이고 생선…. 물고기?
매니저：…혹시, '인어공주'를 말하는 거야?
제이엘：아!

(정답인가 보다….)

매니저：…네 한국어 실력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제이엘：이, 이건 어쩔 수 없잖아. 나라마다 제목이 다른 동화도 있단 말이야.
매니저：흐음….

- 척 -

(잠시 생각을 해 본 다음, 나는 침대 근처의 책 중 한 권을 적당히 골라 제이엘에게 내밀었다.)

매니저：자, 이 책을 펴서 들고 있어 봐.
제이엘：갑자기 왜?
매니저：시키는 대로 해 봐. 난 잠시 사무실에 다녀올게.
제이엘：사무실에?
매니저：응, 뭐 좀 가져오려고.
제이엘：……?

 

(…….)

제이엘：…….
매니저：…….
제이엘：샤오, 가져온다던 게…, 안경이야?
매니저：…완벽해!
제이엘：뭐가 완벽해?
매니저：완벽하게 지적인 남자로 보여, 너.
매니저：덕분에 네 한국어 실력에 대한 의심도 반 정도는 줄어들었어.
제이엘：나머지 반은 어쩌고 있는데?
매니저：미래를 고민하고 있지.

매니저：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내 앞에서 책 좀 읽어 볼래?
제이엘：뭐…, 응.
매니저：그럼 지금 펼쳐져 있는 그 페이지를, 발음에 유의해서 또박또박 읽어 봐.
제이엘：…알았어.

제이엘：…….
제이엘：…사랑한다고 말해 줘.
매니저：어…?
제이엘：그의 말을 끊으며,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제이엘：갑자기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 저 편의 순간들이 밀려 들었다.
제이엘：잠이 들 때까지 안아 주고, 나직한 허밍을 들려 주고.
제이엘：이마에 입을 맞추어 주기도 했던….
제이엘：나의 연인.
매니저：…….
제이엘：…더 읽을까?
매니저：으, 으응? 어, 어어! 더 읽어 봐!
제이엘：…….
제이엘：…사랑해. 사랑한다.
제이엘：이윽고, 그가 움직였다.
제이엘：그 순간, 그녀는 온 몸의 피가 빠르게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제이엘：그런 그녀의 입술에, 그는 자신의 입술을 깊숙이 포개었다.
제이엘：감은 두 눈 위로 쏟아져 내리는 그의 숨소리와, 점점 안으로 들어오는….
매니저：…그, 그만! 됐어, 이제 됐어!
제이엘：됐다고?
매니저：그럼, 됐지! 하하, 너 한국 말 진짜 잘한다! 하하하….
제이엘：그렇다면야….

 

제이엘：오늘은 여기까지.
매니저：…오늘은?
제이엘：이 뒤는 다음에 마저 읽어 줄게. 또박또박.
매니저：제이엘, 너…. 설마, 내 반응을….
제이엘：즐기고 있어.
매니저：…….

(이걸 그냥…, 한 대 칠까 보다! 안경 씌운 채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