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제이엘 스토리 -1화- 니 하오, 샤오궤이즈

- 화악! -

(조명이 켜지자, 회장은 순식간에 환해졌다.)
(그와 동시에, '스타 프로젝트 오디션, 결선'이라 적혀 있는 플래카드가 밝게 빛났다.)

매니저：스타 프로젝트 오디션이라….

(아직 아무도 없는 무대 위를 홀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 때.)

마리아：어머, 일찍 왔네?
매니저：앗, 선생님!

(언제 오셨는지 모를 마리아 선생님께서 내 곁에 서 계신 것을 알아 차렸다.)

 

마리아：후후, 안 오면 어쩌나 했는데 말이야.
매니저：에이, 선생님도 참! 선생님 덕분에 결선 심사에 참여까지 하게 됐는데, 당연히 와야죠!
마리아：어머, 아주 잘 알고 있잖아? 역시 매니저야.
마리아：아, 너희 기획사 애들은 다 잘 있지?
매니저：네, 다들 잘 있어요.
마리아：그런데 말이야…, 어쩐지 요새 너희 회사에선 신인이 안 나오는 것 같더라?
매니저：…네.

(그래, 이런저런 일정을 핑계로 신인 발굴이 뜸했던 건 사실이다.)
(그 탓에 우리는 지금 신선한 얼굴이…, 강력한 뉴 페이스가 절실했다.)

마리아：후훗, 정말이지 부르길 잘 했다니까.
마리아：있지, 이번 오디션…. 예선 때부터 눈에 띄는 실력자들이 많았거든?
마리아：그러니까 이따가 마음에 드는 애가 있으면 데려가서 잘 키워 봐. 어때?
매니저：아하하…. 네, 그래도 되면요.
마리아：그래도 돼! 마리아가 허락해 줄게!

(선생님께서 허락하신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실례되는 생각을 하며,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뒤쪽을 눈으로 훑었다.)
(모여 계신 심사위원 분들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다 알 만한 분들이다.)
(유명하신 PD님과 작곡가님, 그리고 대형 기획사의 사장님까지….)

심사위원Ａ：아, 오랜만이야! 요즘 자기네 애들, 엄청 잘 나가던데?
심사위원Ｂ：덕분이지, 뭐. 참, 이번에 새 프로그램 준비한다며? 우리 애들 좀 잘 봐 줘.

(끼어들 틈을 찾을 수가 없는 이 분위기….)

매니저：이럴 때 영업을 해야 하는 건데…, 오늘따라 용기가 안 나네.
마리아：응? 뭐라구?
매니저：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 타다닥…. -

 

(결국 괜한 어색함과 뻘쭘함을 견디다 못해 회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매니저：오디션 시작할 때까지 여기서 시간이나 때워야지.

(아직까지 사람이 별로 없는 로비는 다소 썰렁한 느낌이었다.)

매니저：어디 보자, 휴대폰이나 만져….

(…보려던 순간.)

- ♪ ♬ ♩ ~ -

(응…?)

매니저：노랫소리…?

(저 쪽 코너 쪽에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려 왔다.)

매니저：…….

(호기심에 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 ♬ ♪ ~. -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소리는 조금씩 커졌다.)
(이윽고, 내가 코너를 돌자….)

매니저：……!!

(안쪽 벽에 기대어 서 있는 한 남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

(나직한 목소리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자.)
(긴 속눈썹이 곱게 내려앉은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감돌았고….)
(다갈색 머리카락은 어디선가 들어온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매니저：왜 이런 데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지…?

(혹시…, 오디션 참가자인가?)

？？？：…아.
매니저：……?

(갑자기 노랫소리가 뚝 끊기는가 싶더니, 남자가 뭐라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남자는 한 쪽 귓가에 휴대폰을 대고 있었다.)

매니저：전화기에다 대고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고 난리구만….
매니저：…애인이랑 통화라도 하는 건가?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숨을 죽인 채로 남자를 계속 훔쳐보았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

？？？：……!

(…그와 눈이 마주쳤다!)

매니저：윽….

(도망을 가기에는 늦은 상황. 나는 별 수 없이 제 자리에서 얼어 있었다.)

 

？？？：……….
？？？：……….

(잠시 후….)

(남자가 당황한 표정을 거두고는, 이내 싱글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매니저：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남잔….

(어쩐지 오기가 생긴 나는, 그와 눈싸움이라도 하듯 한동안 강한 시선을 교환했다.)

？？？：…….
매니저：…….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시간을 셈해보고 있을 즈음, 남자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 저벅…. -

(남자가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점점 가까워지는 우리 간의 거리.)

？？？：……….

(마침내 남자는 내 바로 앞까지 와서, 걸음을 멈추었다.)

매니저：나, 나한테 무슨 볼 일….
？？？：…안녕, 샤오궤이즈?
매니저：샤, 샤오…? 뭐라고요?
？？？：…….

- 슥…. -

매니저：…….
매니저：어라?

(간신히 정신의 줄을 붙잡았을 때….)
(남자는 인사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만 남긴 채,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

 

(얼마 후….)

(드디어 시작된 결선 오디션.)
(관객과 열기로 가득 찬 회장 안에서, 모두의 눈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회자：자, 그럼 다음 참가자 분을 모셔 보죠.
사회자：다음 참가자 분의 이름은…, 제이엘!

(사회자 분의 호명에, 다음 참가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제이엘：…….
매니저：…어?!

 

(아까 로비에서 봤던 그 남자다…!)

매니저：무대 위에 서 있는 걸 보니, 분위기가 좀 달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 남자…, 제이엘의 노래가 시작됐다.)

매니저：아까 부르고 있던 노래….
마리아：어머…. 저 애, 다듬으면 아주 좋은 보컬이 되겠는데?
매니저：…네? 아, 그런가요?
마리아：응! 게다가, 생긴 것도 제법….
매니저：…….
마리아：…후훗.

(마리아 선생님과 짤막한 말들을 나누고 있는 동안, 노래가 끝났다.)

사회자：네! 제이엘 씨, 수고하셨습니다.
사회자：음…. 혹시, 노래 말고 또 보여 줄 만한 건 없나요?
제이엘：아, 저기….
제이엘：댄스를…, 준비했습니다.

(수줍은 듯 작은 목소리로 제이엘이 말했다.)

사회자：댄스?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제이엘：…네.
매니저：…댄스를 준비한 참가자는 처음이네요.
마리아：그러네. 어디, 솜씨 좀 감상해 볼까?

- 팟! -

매니저：……!!

 

(음악과 함께, 제이엘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리듬을 타면서도, 곳곳에 격렬한 포인트 안무를 섞곤 하는 그의 춤은….)
(방금 전의 수줍어하던 모습에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퍼포먼스였다.)

마리아：동작도 좋고, 리듬감도 훌륭하네.
매니저：네….
마리아：그리고, 무엇보다….
매니저：…즐기고 있네요.
마리아：후후, 그래. 너도 볼 줄 아는구나!
마리아：…어때? 쟤, 욕심나지 않아?
매니저：그야 당연하죠…!

(끓어오르는 욕심을 가득 담은 대답을 한 뒤, 나는 계속해서 제이엘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

제이엘：…….
매니저：……?

(…어쩐지 제이엘이 내 쪽을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앞에 놓인 이름표를 확인하면서, 빙긋 웃은 듯도 하고….)

(…….)

(그런 강렬하다면 강렬한 기억을 남기고서, 오디션은 제이엘의 우승으로 종료되었다.)

 

(며칠 후….)

- 따르르릉 -

매니저：으으…, 아침부터 웬 전화야….

- 척 -

매니저：네, 여기는….
마리아：후후…. 매니저, 축하해!
매니저：…선생님? 갑자기 축하한다뇨?
마리아：저번 오디션 때 우승한 제이엘이란 애, 기억하지? 글쎄, 걔가 너희 기획사를….

- 딩동 -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황급히 마리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끊고서 현관으로 향했다.)

- 딩동 -

매니저：이 시간에 누구지…?

- 끼익…. -

 

제이엘：아.
제이엘：하이, 니 하오.
매니저：엥…?!

(현관문 앞에 서 있던 건, 이민 가방 같은 거대한 캐리어 하나.)
(거기에 덤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캐리어를 품에 안은….)

매니저：제이…, 엘?
제이엘：응.
매니저：네, 네가 왜….
제이엘：우리…, 처엄 아니지?
매니저：처엄…?
제이엘：…아.
제이엘：처엄이 아니라, 처음. 미안, 가끔씩 발음이 잘 안 돼서.
제이엘：저기, 가빵은 어디 놓으면 돼?
매니저：…가빵? 그건 대체 뭐 어떤 빵의 이름이니?
제이엘：아, 가방. 가방 말하는 거야.
매니저：그러고 보니, 너….
매니저：외국인이라고 했었나, 오디션 때? 그랬었지?
제이엘：응. 나, 대만에서 왔어.
매니저：대, 대만이면…. 중국어로 얘기해야 되나?
매니저：어어…. 니, 니 하오 마…? 니….
제이엘：…풋.
제이엘：그럴 필요 없어.
매니저：저, 정말?
제이엘：정말. 나, 한국어 꽤 늠숙하거든.

(네…. 참 늠숙하게도 능숙하시네요….)

제이엘：흐음… 여기가 사무실이야?
매니저：응, 그래.
제이엘：좁다.
매니저：좁아서 죄송합니다, 보태 준 것도 없으신 제이엘 씨.
매니저：…그나저나.
제이에：네? …아니, 응?
매니저：우리 기획사랑 계약하기로 했다는 거, 진짜야?

(내 말에, 제이엘은 별 망설임이 없어 보이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어째서? 나야 좋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 회사보다 훨씬 좋은 데도 많은데.
제이엘：그건….
제이엘：느낌이 와서.
매니저：뭐…? 느낌?
제이엘：응.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던 제이엘이, 돌연 뜻 모를 미소를 짓는다.)

제이엘：날 좋은 가수로 만들어 줘, 샤오궤이즈….
매니저：……?!

(이것이, 제이엘과의 첫 만남…. 그리고, 두 번째 만남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