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빈 스토리 -20화- 시들지 않는 꽃

  
매니저：…아침부터 이게 무슨 난리야?

(사무실에 온갖 종류의 꽃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

현：사장 누나, 몰라요? 오늘은 플라워 데이잖아요!
현：으음~, 이 향긋한 꽃 냄새!
매니저：플라워 데이…? 뭐야, 그게?
현：뭐긴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꽃 주는 날이죠!
현：꽃말로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구요! 에이~, 나도 아는 걸 사장 누나가 모르네?
매니저：하여간 별의 별 데이가 다 있네.
매니저：그래서, 지금 이 엄청난 양의 꽃들이 전부 다 빈한테 온 거라구?
현：응! 우리 형아 인기 짱 많죠?
매니저：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현：누나는 안 줘요?
매니저：…나? 나도 줘야 하나?
현：당연하죠! 사장 누나도 형아 좋아하잖아요!
매니저：뭐…? 누, 누가 그런 소릴 해?!
현：그럼 안 좋아해요?

(얘가 뭘 알고 이런 소릴 하는 건지, 그냥 하는 소리인 건지….)

매니저：그, 그야 당연히 좋….
빈：…뭐? 매니저가 날 좋아한다구?
매니저：헉…?!

(대체 어디서 솟아오른 거야, 빈!)

빈：헤헤, 다 들었으니까 시치미 떼지 마.
매니저：저기, 난 아무 말도 안 했거든…?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빈：근데, 말로만 좋아해? 뭐 줄 건 없어?
매니저：글쎄, 그런 거 아니라니까!
빈：하하하하, 장난이야.

빈：왜 그렇게 정색을 해? 아니면 아닌 거지, 얼굴까지 새빨개져가지곤.
매니저：아, 이 꽃들이나 갖다 치워! 난 꽃 냄새 싫어해. 알레르기 있다고!
빈：…진짜? 알레르기 있어?
매니저：에에에에취!

 

(…알레르기는 무슨. 그런 건 없다.)
(빈의 인기가 올랐다면 당연히 기뻐해야 하는 건데…, 요즘 내가 왜 이러지?)

매니저：그래. 그러니까 얼른 갖고 가서 네 방에 잘 모셔 둬.
빈：알았어. 그럼 얼른 옮겨야지…, 가만,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옮기지?
빈：현아, 일단 네가 좀 도와 줘. 그리고 방에 가서 린이랑 혁이도 좀 불러 와.
빈：자, 얼른!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돼!
매니저：꽃이 무슨 시한 폭탄이야…? 천천히 옮겨.
빈：아냐. 네가 싫어한다는데 시한 폭탄보다 더 위험하지.
빈：하아, 이제 어쩌지….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알레르기가 있을 줄이야….
빈：꽃은 주고 싶은데…. 이래서야….

매니저：…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빈：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빈：오늘이 플라워 데이가 아니라 발렌타인 데이였다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하하하!
빈：아니, 아니지. 이 엄청난 꽃들이 실은 다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거였더라면 더 좋을 텐데. 하하하!
빈：그럼 난 너무 행복해서 기절했을지도 몰라! 하하하하…!
매니저：쟤가 왜 저런대…?

 

(얼마 후….)

(장을 보고 나서 돌아가는 길.)

매니저：여기나 저기나 온통 꽃 파는 사람들 투성이네….

(…나도 한 송이 사 갈까?)

매니저：…이거 한 송이에 얼마예요?
노점상：3천원이요!
매니저：네? 한 송이에요? 너무 비싸다….
노점상：날이 날이니만큼 다 이 정도 해요.
노점상：기왕 사랑하는 사람한테 주실 건데, 돈 같은 거 아끼지 말고 사 주세요.

(사랑…? 이라는 말이 좀 걸리긴 하지만…. 어쩌지?)

 

(그래, 뭐…. 꽃을 꼭 사랑해야만 주나? 의리나 고마움으로 줄 수도 있는 거지.)

노점상：꽃 드릴까요?

(하긴, 여태까지 빈이 한 수고에 비하면 3천원은 싼 거지. 까짓거, 사자.)

매니저：네, 이걸로 한 송이만 주세요.
노점상：…한 송이만요? 다들 다발로 사 가시던데.
노점상：남자 친구분이 서운해 하시겠다.

(이 사람이…. 대놓고 더 사라고 압박을 주네.)
(에라,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한 송이는 너무한 것 같기도 하고….)

매니저：알았어요, 그럼 한 다발….
학생Ａ：저기요, 이 꽃 한 다발 주세요!
학생Ｂ：야, 너 여기서 뭐 해? 지금 저 쪽 초콜릿 가게에서 행사 하는데!
학생Ｂ：초콜릿으로 만든 집에, 인형에, 꽃에…. 별 게 다 있더라. 꽃은 나중에 사고, 얼른 가 보자!

(초콜릿 집…, 인형…, 꽃…?)

매니저：그 가게 어디 있어요? 저도 좀 데려가 주세요!
노점상：아니, 학생! 꽃 사려다 말고 어디 가요!

 

(얼마 후….)

(결국 사 오고야 말았다, 초콜릿 꽃…!)
(그나저나…, 이걸 뭐라고 하면서 줘야 하지?)

- 달칵 -

매니저：……!
빈：어…? 매니저, 언제 왔어?
매니저：바, 방금. 그런데 넌 갑자기 왜 나온 거야?
빈：아, 방에 더 이상 꽃 놓을 자리가 없어서…. 복도 구석에라도 좀 쌓아 둘까 하고.

- 우르르르르! -

(…빈의 말과 동시에 열린 방문 사이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꽃들.)

 

 
매니저：무서울 지경이다…. 진짜 많이 받았네.
빈：다 네 덕분이지. 너 아니었음 내가 이런 거 받아 볼 수나 있었겠어?
매니저：뭐야, 뜬금없이 내 덕분이래….
빈：그냥, 늘 고마웠는데 표현을 잘 못했던 것 같아서….
빈：나를 사랑 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줘서 고마워, 매니저.
매니저：됐어. 고마운 걸로 치면 나도 만만치 않아.
매니저：너 아니었음 난 한동안 길바닥에 나앉아서 구걸하고 다녔을지도 모르니까.
빈：그랬으면 우린 길바닥에서 만났겠네?
빈：…훗,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한 동질감이 느껴졌….
매니저：그런 동질감은 느낄 필요 없어!!

빈：헤헤. 아무튼, 서로가 서로한테 고맙다고 하는 의미에서…. 이제 줘.
매니저：…주다니, 뭘?
빈：네 뒤에 감춘 거.
빈：그거 나 주려고 산 거 아니야? 꽃 같은데.
매니저：으윽…! 투시력이라도 있는 거야, 뭐야…?
빈：응?
매니저：에잇, 몰라. 자.
빈：우와! 뭐야, 진짜 있었던 거야? 대충 한 번 찔러 본 건데!
매니저：…….

 

 
빈：…어? 이 꽃….
빈：매니저, 이거 초콜릿이야?
매니저：응. 단순히 지나가다 눈에 띄어서 사 와 본 거지만….

- 와락! -

매니저：……!!
빈：고마워, 고마워 매니저! 진짜 진짜 고마워, 고마워!
매니저：뭐, 뭐, 뭐야. 숨 막히게.
매니저：초콜릿 꽃 한 송이가 뭐 그리 좋다고 그래? 진짜 꽃도 많이 받았으면서. 하여간 너도 참 대단한 초콜릿광이라니까.
빈：…초콜릿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 송이건 많이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빈：그냥, 너한테서 받은 거란 사실이 중요한 거야.
빈：다른 사람들한테서 아무리 스무 송이 백 송이를 받는다 해도, 너한테서 한 송이 받는 쪽이 난 더 좋거든.
매니저：…….

빈：잠깐 기다려.

(빈은 잠시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이윽고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빈：이건…, 내 선물.
매니저：…이게 뭐야?

(내가 받은 건, 전부 해서 열 일곱 송이인 빨간 장미 한 다발. 그런데….)

매니저：네가 접은 거야…?

(이거, 전부…. 종이로 된 꽃이다.)

빈：어때? 마음에 들어?
빈：실은 진짜 꽃을 사 주고 싶었는데…. 네가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빈：그치만, 생각해 보니까 종이 꽃도 괜찮은 것 같더라구.
빈：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니까, 평생 간직할 수 있잖아!
매니저：…….

(나는 고작 초콜릿 하나를 사다 줬을 뿐인데….)
(빈은 내 거짓말 하나 때문에 종이를 몇 시간이나 접고 또 접어서, 이걸….)

매니저：…고마워. 이런 걸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
매니저：난 아무 것도 모르고 괜히 질….

빈：…헤헤, 근데 이거 진짜 맛있겠다! 어디서 산 건데?
매니저：…….

(이, 이게….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매니저：빈…, 내 얘기 듣고 있어?
빈：응? 응, 다 듣고 있어!
빈：괜히 질…, 까지 이야기했지? 그 다음은 뭔데?
빈：혹시…. 질투?
매니저：…그, 그런 거 아니야! 멋대로 넘겨짚지 마!
매니저：하아…, 기운 빠져. 난 이만 갈래.
빈：왜~, 매니저! 말해 봐, 응? 질투했어? 질투한 거야? 진짜 질투? 매니저~!
매니저：그만 하고 가서 잠이나 자!

(그 후, 나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빨간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