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미유 스토리 -24화- 여장의 이유

큰어머니：너, 넌 누구야?
미유：저예요, 어머니.
큰어머니：저, 저라니…? 그게 누군데?
큰어머니：내 딸, 내 딸은 어디로 갔어?
미유：여기 있잖아요.
큰어머니：아냐! 넌 내 딸이 아냐!
큰어머니：내 딸은 여자애야. 너 같은 남자애가 아니라구!
큰어머니：내 딸 데리고 와! 우리 미유 데리고 오란 말이야!
미유：큰어머니….

큰아버지：미유야, 그만 나가거라.
미유：하지만….
큰아버지：못 본 새에 듬직해졌구나.
미유：듬직…. 하다니요? 전…, 늘 한결 같아요.
큰아버지：좋아하는 애라도 생긴 거냐?
미유：조, 좋아하는 애요? 그런 게 있을 리가….
큰아버지：남자애들은 좋아하는 애가 생기면 진짜 남자가 되곤 하지.
미유：아니에요, 그런 건 없어요.
큰아버지：…그만 가 보거라.
큰아버지：네가 계속 그렇게 남자의 모습을 찾아간다면…. 더 이상은….
미유：더 이상은 이 집에 올 필요 없다는 말씀인가요?
큰아버지：그런 건….
미유：…네, 그런 거겠죠. 그게 제 존재 의미니까요.
미유：가 보겠습니다.

(…….)

 

(그 날, 미유가 사무실 앞에서 한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무서워서 못 물어보겠어….)

- 달칵 -

미유：사장님, 나 왔어! 오늘 길에 백화점에 들렀는데, 내 얼굴 알아봤는지 이거랑 이거 공짜로 주더라.
미유：연예인이 되니까 좋긴 좋구나. 이런 것도 협찬 받고.
매니저：…미유, 왜 또 억지로 웃어?

(내 말에 미유는 잠시 멈칫했다가, 오히려 더 환하게 웃는다.)

 

미유：억지로 웃다니? 우리 사장님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원.
미유：자, 이거 입어 봐. 사장님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
미유：후후후후. 마지막으로 이 토끼 머리띠까지. 오오, 완벽해.
미유：한 마리의 식용 토끼 같은 자태.
미유：역시 내가 옷 고르는 눈은 있다니까.
매니저：그런 식으로 웃지 마.
미유：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같이 외출이라도 할까?
매니저：은지우!
 
미유：…그 이름….
미유：그만 불러, 사장님.
매니저：왜? 그게 네 본명이잖아.
매니저：너네 부모님이 불러 주셨던 이름이잖아.
미유：그런 건 알고 있어.
미유：하지만 사장님이 자꾸 그 이름으로 부르니까….
미유：나….
미유：됐어, 그만 하자.
매니저：그만 하긴 뭘 그만 해.
매니저：내가 그 이름으로 부르는 게 왜 싫은데? 은지우, 이름도 예쁘잖아.
미유：사장님은 아무 것도 몰라.
매니저：모르는 게 당연하지. 네가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데.
매니저：지금은 모르지만 네가 말해 주면 알게 될 거고, 계속 기억할 거야.
매니저：그러니까…, 말해 봐. 왜 그러는 건데?
매니저：요새 왜 그렇게 이상한 건데?

(미유는 한참 동안 말 없이 내 얼굴을 응시했다.)
(…고양이처럼 갸름한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역시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미유가 입을 열었다.)

미유：…요새 내가 남자 같대.
매니저：…뭐?
미유：최강민도 그렇고, 김연후도 그렇고…. 오늘은 큰어머니, 큰아버지까지 날 남자 같다고 했어.
매니저：그건….
매니저：바보야, 그건 당연한 거잖아!
미유：당연하다니, 나는….
미유：나는…!
 
매니저：그래, 너는 남자야.
매니저：남자가 남자처럼 보이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미유：그게 뭐가 당연해? 지금까지 그런 말 들어 본 적 한 번도 없어.
미유：내가 은미유로 살아가기 전에도, 여자앤 줄 알았다는 말을 들었어.
미유：그런데 지금은….
매니저：어릴 적엔 남자애들도 가끔 여자애처럼 보일 때가 있어.
매니저：게다가 넌 예쁘게 생겼으니까, 남자 옷을 입어도 가끔 여자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지.
매니저：남자애가 때때로 여자처럼 보이는 거, 그거 이상한 거 아냐.
매니저：하지만 결국 넌 남자야. 아무리 아름답고 몸매가 나보다 더 뛰어나도, 그래도 남자야.
매니저：그러니까,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어도 남자로 느껴질 때가 있는 것도 이상한 거 아냐. 당연한 거야.
미유：…….
미유：그게 안 된다는 거야.
미유：사장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날 남자답다고 하지 않았는데.
미유：그런데 지금은….

(미유는 내 볼에 손을 얹고 가만히 날 응시한다.)

미유：미안해, 사장님. 내 문제인데, 괜히 사장님을 끌어들였어.
미유：내가 드라마 끝나는 대로 연예인을 그만 두려고 하는 이유는….
미유：아직은 여자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야.
매니저：아직은…?
매니저：그럼 언제 여장을 그만 둘 건데?
미유：모르겠어. 나는 1, 2년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유：우리 큰어머니가 아직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계셔.
매니저：…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미유：뭐?

매니저：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주위에서 다독여 준다고 사라지지 않아.
매니저：추억, 기억, 따뜻함. 그런 거, 주위에서 아무리 위로해 준다고 해도 잊혀지지 않아.
매니저：다시 한 번 그 때로 돌아가고 싶고, 왜 더 잘해 주지 못했나 후회하게 되고.
매니저：매일, 매일, 매일 그렇게 어둠 속에 갇혀서 울고, 또 울고.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고.
매니저：그게 가족의 죽음이란 거야.
미유：그런 걸…, 사장님이 어떻게 알아?
매니저：우리 부모님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
미유：사장님….
매니저：나도 매일, 숨도 쉬지 못하고 슬퍼하던 적이 있었거든.
미유：왜…, 그런 말은 한 마디도….
매니저：물어 본 적도 없잖아.
미유：아….

매니저：이 이상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네가 너네 큰어머니를 깨지기 쉬운 유리잔처럼 대한다 해도….
매니저：큰어머니가 느끼시는 슬픔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
매니저：자신의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야.
매니저：네가 은미유로 꾸미고 10년, 20년을 네 큰어머니 곁에 있는다고 해서 네 큰어머니가 나으시는 일은 없어.
미유：…….
매니저：주위 사람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은미유는 세상에 없지만 내가 이 세상에 있습니다.
매니저：그걸 알려 주는 일 뿐이야.
매니저：여장을 하면서까지 큰어머니를 보호해 드리고 싶어하는 은지우, 네가 그 곁에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것 뿐이라고.
미유：사장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