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2화- 혼자가 아니야!

진희연：나 왔…, 너, 여기 앉아서 뭐 하고 있어?
매니저：…아. 희연 언니…. 왔어?
진희연：애들은?
매니저：안에 있지, 뭐.
진희연：근데 너네…. 스케줄 표가 왜 이렇게 텅텅 비었어?
진희연：일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
매니저：그게… 아직 신생 기획사라 그런가, 일이 잘 안 들어와서….

진희연：얼씨구,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 누가 일거리를 물어다 준대?
진희연：네가 발에 땀나게 뛰어다녀야 할 거 아냐!
매니저：발에 땀나게?
진희연：그래! 명함도 쫙 돌리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도 하고!
진희연：이 바닥은 연줄과 인맥인 거 몰라?
매니저：연줄과 인맥….
진희연：알아 들었으면 냉큼 한 바퀴 쭉 돌아서 눈도장이라도 찍고 와!

 

(…….)

매니저：안녕하세요, PD님. 신생 기획사 스타 프로젝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피디：…음, 스타 프로젝트? 처음 듣는 이름인데…. 나 지금 바쁘니까 명함 거기 놔 두고 가요.

(…….)

매니저：작가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저희….
방송작가：이봐요! 여기 잡상인 출입 금지인 거 몰라요? 경비원 부르기 전에 당장 나가요!
매니저：저기, 저는 잡상인이 아니라…!
방송작가：나가라는 말 안 들려요?!

(하아…, 쉽지 않구나.)

- 쾅! -

 

마리아：어머? 매니저 아냐. 오랜만이네.
마리아：근데 방송국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서 뭐 해?
매니저：아, 마리아 선생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마리아：응? 나야 레슨 받은 학생이 잘 하고 있나 구경하러 왔지.
마리아：그러는 너는 궁상맞게 여기서 뭘….
방송작가：아니, 이봐요. 아직 안 갔어요? 여기 경비원은 뭘 하는 거야? 잡상인 단속도 안….
마리아：잡상인이라니 누가요? 지금 그거 우리 매니저 말씀하시는 거예요?
방송작가：어, 어머. 마리아 씨.  이 쪽이랑… 아는 사이예요?

 

마리아：보면 모르세요?
마리아：이봐요, 아줌마. 요즘 맡은 프로그램 시청률 좀 나온다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시는 모양인데,
마리아：얘, 나랑 아주 각.별.한. 사이예요. 그 쪽이 잡상인이니 뭐니 함부로 대할 사람 아니라구요.
마리아：아줌마, 아니, 작가님. 내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아시죠?
방송작가：크, 크흠…. 내가… 실례했군요. 난 일이 있어서 이만….

(작가님은 당황한 듯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해 버렸다.)

매니저：…선생님.
마리아：응? 왜?
매니저：…감사해요.
마리아：뭘, 이 정도를 가지고. 내가 매니저 부모님께 받은 도움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걸.
마리아：네 뒤에는 나도 있고, 또 의외로 널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구.
마리아：그러니까 너도 어딜 가서도 기 죽지 말고 당당하게 다녀.
매니저：네, 정말… 감사해요.

(어쩐지 코 끝이 찡해져서 눈 앞의 마리아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긴：Yo, 매니저 아냐? 여긴 무슨 일로 왔어?
매니저：그러는 긴 선생님이야말로 방송국에는 무슨 일로….
마리아：아, 나는 이만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다음에 또 봐~
긴：아, 저, 저기 마, 마리…!

(미처 인사할 새도 없이 마리아 선생님은 뒤도 안 돌아보고 쌩하니 가 버리셨다.)

 

긴：…하, 하아….
매니저：어, 저기… 긴 선생님?
긴：아, 매니저. 난 오늘은 컨디션이….
긴：…Wait, Wait a minute.
긴：…매니저~?
매니저：네?
긴：매니저, 마리아 선생님하고… 잘 아는 사이 같던데…? Right?
매니저：네? 아…네. 가, 각별한 사이…라고 할 수 있…죠?
긴：Really?! Good!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긴：댄스 연습실 필요하면 부담 없이 우리 스튜디오로 오고!
긴：매니저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얼마든! 도와 줄 테니까.
매니저：네? 아…, 가, 감사합니다.

(이건 뭔가… 순수하지 못한 목적의 대가성 있는 호의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

채경욱：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매니저：네, 덕분에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채경욱：응, 그게 말이야. 실은 아까 마리아 녀석한테 한 소리 들었거든.
채경욱：…미리 이것 저것 신경 써 주지 못해서 미안.
매니저：아니에요. 선생님 굉장히 바쁘신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요, 뭘.
채경욱：아니야. 바쁘다는 말도 다 핑계지.
채경욱：매니저 부모님 살아 계실 적에 내가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매니저：선생님….

(채경욱 선생님은 커다란 두 손으로 나의 손을 감싸 쥐었다.)

채경욱：마리아처럼 당장 이렇다 할 도움은 줄 수 없지만, 나도 여기저기 알아 볼게.
채경욱：조만간 이 업계에서 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해 줄 테니까 나만 믿어.
매니저：…선생님….
채경욱：그러니까 너무 혼자서 다 해 내려고 하지 마. 네 곁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커다랗고 단단한 선생님의 손은 생각 외로 너무 따뜻해서….)
(그제야 나는 정말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매니저：안녕하세요, HS 감독님.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
HS：음, 그래. 왔나? 기획사를 새로 차렸다고 들었는데….
매니저：아, 네!

(나는 감독님을 향해 공손히 명함을 내밀었다.)

HS：음, 기억하기 쉬워서 좋군.
HS：…자네 부모님은 정말로 대단한 안목을 지닌 분들이셨어.
HS：명배우의 재목을 찾아 내시는 눈과 또 그 재목을 진짜 명배우로 키워 내시는 실력을 갖춘 분들이셨지.
매니저：…감사합니다.
HS：나는 자네가 그 안목과 실력을 이어 받았을지는 잘 모르겠네.
HS：…그렇지만 자네가 자신의 안목과 실력을 증명할 기회 정도는 주지.
매니저：감독님….
HS：열심히 해 봐. 죽도록 열심히 해서 자네가 자네 양친 못지 않게 대단한 사장이 될 수 있음을,
HS：나한테, 아니 하늘에 계신 자네 양친께 증명해 보도록 해.
매니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

 

(사방이 어둑어둑해진 늦은 저녁.)
(쉴 새 없이 뛰어 다니다가 이제야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하루 종일 뛰어 다녀서 그런지 온 몸이 절인 배추처럼 늘어졌다.)

매니저：에고고… 삭신이야….

(몸은 힘들어도 마음 한 구석은 뿌듯하다.)
(앓는 소리가 나와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오늘 힘들게 발품을 판 것들이 모두 훗날을 위한 거름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매니저：게다가….

(차례로 마리아 선생님, 긴 선생님, 채경욱 선생님, HS 감독님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매니저：도와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

(문득 고개를 들자, 어둠이 내리깔린 하늘의 서쪽에 유독 반짝이는 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매니저：아, 개밥바라기 별이다.

(그래,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좀 더 힘을 내자.)
(이 길의 끝에는 개밥바라기 별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