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이안 스토리 -4화- 들키고 싶지 않아

(이안이 지난 번에 HS 감독님 영화의 엑스트라 씬을 너무 잘 소화한 나머지, 또 연락이 왔다.)
(HS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까지 이안이 나오는 장면을 하나 더 만들어 주셨다.)

매니저：이게 웬 횡재야!
매니저：어쩐지 그 때 현장 반응이 너무 좋더라니…. 진짜 잘 됐다. 그치?
이안：당연한 일 가지고 호들갑은.
매니저：당연한 일?
이안：그럼. 내 이 출중한 외모와 연기력을 단 한 장면 가지고 묻어버린다는 게 말이 되냐?
이안：주조연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안：당연히 한두 씬은 더 추가해야지.
매니저：저기,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은….
이안：언젠간 나를 파멸로 이끌 거라고?
이안：훗…. 내가 파멸하면 너도 끝이야.
매니저：뭐야, 그 말은…. 일부러 파멸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매니저：나 망가뜨리겠다 이 소리야, 지금?
이안：…하여간 장난도 못 치겠네.
이안：내가 미쳤냐? 자폭을 하게.
매니저：농담도 좀 가려서 하지?
이안：뭐야. 진지하게 받아들인 거야?
이안：내가 어지간히 못 미덥나 보네, 꼬마 사장.
매니저：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를 어떻게 믿어?
매니저：바로 눈 앞에서 얼굴이 휙휙 바뀌는데.
매니저：도대체 가지고 있는 가면이 몇 갠지….

이안：아무리 그래도 사장이 자기 연예인을 못 믿으면 어떻게 해?
매니저：알았어. 고려해 볼게.
이안：고려하긴 뭘 고려해?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매니저：내 맘이야.
이안：시끄러. 믿으라면 그냥 믿어.
매니저：뭐가 그렇게 강압적이야?
이안：강압적인 걸로 치면 너 따라올 사람 없거든?
이안：먼저 날 협박해서 강제로 딴따라 시켜 놓은 게 누구였지?
매니저：딴따라라니, 말 조심해야지.
매니저：사람은 자기 일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거야!
이안：꼬마 사장이 설교를 하네.
이안：아무튼, 믿으라면 그냥 믿어.
이안：내가 아무리 못돼먹었어도, 그렇게 무책임한 놈은 아니니까.
매니저：알았어. 그래 볼게.
이안：…그런데. 오늘은 무슨 역할이야?

 

(잠시 후….)

매니저：갑자기 이러면 어떡해!

(조금 전, 이안이 돌연 역할을 거부하는 바람에 촬영이 한동안 지연되었다.)
(결국 감독님께 잠시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사무실을 빌렸다.)

매니저：이안, 말 좀 해 봐. 이제 와서 갑자기 못한다고 하면 어떡하냐구!
매니저：지난 번에 감독님 화 났을 때 못 들었어?
매니저：고작 엑스트라 하나 때문에 전 스태프들이 대기하는 건…!
이안：그러니까 그깟 엑스트라, 다른 사람 써.
매니저：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뭐가 문제야?
이안：얼른 가서 못 한다고 양해나 구하고 와.
매니저：이안!
이안：말 안 들려? 난 못 한다고.
매니저：그러니까 왜 못 하냐구!
이안：설명하기 싫으니까 그만 나가라고!
매니저：…….
이안：나가란 말 안 들리냐?
매니저：대답 듣기 전엔 못 나가.
이안：됐어, 그럼. 내가 하지.

(이안…, 지금까지 봐 왔던 것 중에 가장 차갑고 쌀쌀한 모습이다.)
(왜 이러는 거지…?)

 

매니저：무책임한 놈 아니라며.
이안：…….
매니저：그러니까 믿으라며.
매니저：근데…, 이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태도야?
매니저：책임감 있는 모습이야?
이안：…….
매니저：아침까지만 해도 하겠다고 해 놓고, 수중 촬영이라니까 갑자기 못하겠단 이유가 뭔데?
매니저：노출 장면도 아니니까 몸에 흉터 같은 게 있어서일 리는 없고.
매니저：대체 뭐야?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매니저：무턱대고 못 하겠다고 말하는 덴, 그만한 이유와 논리가 필요하잖아.
이안：…다른 것도 아니고 수중 촬영 같은 건, 먼저 상의부터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매니저：상의…?
이안：감기 기운은 없는지, 날씨가 좀 추운데 괜찮은지, 컨디션은 좋은지.
이안：혹시 물에 못 들어가는 건 아닌지…. 뭔가, 꺼리는 건 없는지.
이안：그런 간단한 질문 정도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매니저：어….
매니저：혹시…, 어디 안 좋아?
이안：…….
매니저：그래? 어디 아파? 그런 거라면 내가….
이안：됐어. 네가 말 못 하면 내가 한다니까. 나와.
매니저：잠깐만…!

(나를 제치고 나가려 하는 이안을 붙잡았다.)

매니저：…이안 말이 맞아. 신경 써 주지 못한 부분은 미안하다고 생각해.
매니저：그런 부분까진 미처 생각 못 했어.
매니저：그래도 못 하겠단 말은 내가 할게.
매니저：내가 매니저잖아.
이안：…….
이안：…누구든.
매니저：응?

(나가려던 나를 향해, 이안이 조용히 중얼거린다.)

이안：누구든…, 한 가지 쯤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거잖아.
매니저：……?
이안：난 눈이 좀 예민해서, 수중 촬영을 하려면 렌즈를 빼야 돼.
이안：그런데. 렌즈를 빼면 나는 순식간에….
이안：한 단계 더 특별한 사람이 돼 버려.
매니저：그게…, 무슨 소리야?

(이안은 고개를 숙이고, 왼쪽 눈의 써클 렌즈를 빼기 시작했다.)

이안：…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이안：특별하다는 게, 남들과 다르다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이안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매니저：……!

(그리고…, 나를 보았다.)

 

이안：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한 쪽 눈은 갈색, 한 쪽 눈은 촉촉히 젖은 파란색 눈을 하고서….)

이안：…아직은 들키고 싶지 않아.
이안：아무에게도.
매니저：이안….

(잠시 후….)

 

HS：…어쩔 수 없지. 다른 배우를 쓰는 수밖에.
이안：죄송합니다.
HS：뭐, 됐어. 나도 그 정도 컴플렉스는 이해하니까.
HS：대신 다음에 다른 장면 출연 잡아 놓으면, 무작정 달려와서 찍어야 돼. 알겠나?
이안：네. 감사합니다, 감독님.

(다른 스태프들에게는 몸이 안 좋은 걸로 해 두고, 감독님에게만 사실대로 말을 해 양해를 구했다.)

HS：그만 가 봐.
매니저：네, 그럼….

이안：…….

(촬영장을 나온 뒤, 이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안이 자신의 오드 아이를 보여주던 순간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 역시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매니저：이안, 미안해.

(그 말…, 한 마디밖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