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이안 스토리 -1화- 테리우스의 가면

(오늘은 PIPI 최인호 씨와의 약속이 있는 날.)
(PIPI로 향하기 위해 나는 사무실을 나섰다.)

(얼마 후….)

최인호：아…. 조금만 더 왼쪽으로…. 네, 좋아요…. 그거….

- 찰칵 찰칵 -

(부탁할 게 있어 왔더니, 최인호 씨는 열심히 사진만 찍고 있다.)
(그런데…, 무슨 촬영이길래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거지?)

매니저：저기, 지금 무슨 촬영 중인가요?
스태프：아, 네. 저희는 고르저스 촬영팀이에요.
매니저：고르저스라면 그…,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이요?
스태프：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고맙구요.
매니저：고르저스가 여긴 어떻게….
스태프：우리 탑 피팅 모델님께서 이번에 꼭 최인호 작가님을 원하셨거든요.
스태프：그런데…, 무슨 일로?
매니저：아, 저는 개인적으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요. 촬영 끝나려면 멀었나요?
스태프：아뇨. 이제 라스트만 찍음 돼요. 금방 끝날 거예요.

(스태프가 모델을 데리러 의상실로 가자 다른 스태프들도 우르르 몰려갔다.)

- 짝 짝 -

 

최인호：수…, 수고하셨습니다…. 잠깐 쉴게요….
매니저：작가님.
최인호：어…, 왔구나…. 미안…, 일이 좀 늦게 끝나지?
최인호：나도 이럴 줄 몰랐는데….
매니저：괜찮아요. 시간이야 많으니까요.
최인호：그래…. 부탁이 뭐야…?

매니저：아, 그게…. 작가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요즘 연예인 영입이 시급하잖아요.
최인호：응….
매니저：근데 저번에 PIPI에서 신인 배우 인터뷰한 걸 봤거든요.
매니저：아직 소속사도 없다 그러고, 괜찮은 것 같길래…. 어떻게 소개 좀….

(그 때 의상실에서 스태프들이 나왔다.)
(뒤이어…, 탑 모델도 나왔다.)

매니저：……!
최인호：아…, 이따 다시 얘기할까? 라스트만 마치고….

(진짜…, 탑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탑 모델이 나를 보고 빙긋 웃는다.)

매니저：누구예요, 저 사람…?
스태프：이안 씨예요. 이미 쇼핑몰 내 수준의 인기를 넘어서 팬클럽까지 있는 분이세요.
스태프：근데 또 얼마나 친절하고 자상한지….
스태프：우리끼린 테리우스라고 불러요.
매니저：테리우스….

 

(그렇게 말하는 사이, 촬영이 시작되었다.)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을 보니, 더욱 더 탑 모델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매니저：근데…, 우리 나라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스태프：혼혈이래요. 미국 한국.
스태프：이국적 외모에 경이로운 몸매, 그리고 친절한 성격까지….
스태프：쉽게 찾기 힘든 사람이죠.
매니저：후후, 맞아요…. 쉽게 찾기 힘들죠. 그러니까….
매니저：꼭 잡아야겠죠?
스태프：…네?

(잠시 후….)

 

(나는 최인호 씨에게 신인 배우 대신 이안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매니저：처음 뵙겠습니다. 제 명함이에요.
이안：아, 네. 반가워요.
매니저：옷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나는 이안의 셔츠를 살짝 만져 보며 말했다.)

이안：아…, 감사합니다.
매니저：혹시 생각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안：네, 그럼요.
매니저：저…, 시간 되시면 혹시 차라도….
이안：아, 그러고 싶은데 제가 선약이 있어서….
이안：미안해요. 먼저 가 볼게요.
매니저：아…, 네….

(이안은 다시 의상실로 돌아갔다.)
(나도 이만 가야겠지…, 그치만….)

- 멈칫 -

매니저：아니야…, 이대론 안 돼!

(나는 재빨리 이안을 쫓아 의상실로 들어갔다.)
(혹시 모르니까, 구두 계약이라도 제대로 따낼 수 있게 휴대폰의 녹음 기능도 틀어 놓고…!)

이안：혼자 할게요. 나가 봐요.

(…응?)
(아무래도 나를 의상 코디로 착각한 모양이다.)

- 툭 -

(그 때, 이안이 갑자기 들고 있던 명함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매니저：……!

- 휙 -

(그러더니, 입고 있던 셔츠도 확 벗어서 바닥에 내던진다.)

 

이안：흥….
이안：더럽게 어딜 만져.
이안：다 망한 회사 대표 따위가.
이안：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 감히 그럴 주제나 돼?
이안：아침부터 재수 없게.
매니저：…뭐?
이안：!!

이안：뭐…, 뭐야.
이안：언제부터 있었어요?
매니저：그 쪽이 쓰레기통에 먹이 줄 때부터.
이안：저기…,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매니저：다 망한 회사 대표에 그 쪽 셔츠 만진 게 그럼 나 말고 또 있어요?

(이안이 당황하는 새, 나는 휴대폰의 녹음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몰래 확인했다.)

매니저：겉으론 친절한 척하고 뒤에선 이런 식이었나 봐요?
이안：…….
매니저：어라, 사과 안 해요?
이안：왜. 내가 뭘 잘못했지?

(이안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오호…, 이거 봐라?)

이안：너는 나한테 버릴 만한 명함을 줬고, 것도 모자라 날 데려가려 했는데.
이안：재수 없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이안：사람이건 동물이건 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거 모르나 보지?
이안：그 쪽 회사는 나랑 격부터가 달라.
이안：들이밀 데에 들이밀어야지.
매니저：지금 그걸 말이라고!

 

이안：그만 나가 주시지? 의상실까지 스토킹해 온 거 신고하기 전에.
매니저：스토킹? 하, 정말 기가 막혀서.
매니저：내가 그 쪽의 이런 모습을 모두한테 얘기하면 어쩌려고?
이안：해 봐. 사람들이 그 말을 믿어 줄 것 같다면.
매니저：믿어 준다면?
이안：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이안：나한테 거절당해서 괜한 짜증이나 부리는, 좀 모자란 매니저가 되는 일은 있어도.
매니저：안타깝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이안：……?

매니저：아무래도, 그 쪽은 나랑 우리 회사까지 같이 가 줘야 할 것 같거든.
이안：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매니저：빨리 준비하는 게 좋을걸?

(나는 숨겨 들고 있던 휴대폰을 꺼내, 녹음된 음성을 재생했다.)

매니저：내가 이걸 모두에게 퍼뜨리기 전에.
이안：……!!
이안：당장 이리 안 내?!
매니저：꺅! 여기요! 여기 이안 씨가…!

(내 비명에, 스태프들이 금세 몰려왔다.)

스태프：무슨 일이에요?
이안：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들 나가 봐요.
매니저：이안 씨가 사실은…!
이안：윽….
이안：가요, 거기. 가면 되잖아!
매니저：진짜?
이안：그래. 해 주면 될 거 아니야, 그깟 계약.

(…잡았다.)
(이안의 맹렬한 싸가지가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구사일생!)
(나는 테리우스의 가면을 쥐고, 사무실로 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