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 드디어 접는다, 굿바이 린2

드디어 졸업. 

아니지. 만렙 찍고 접는 게 아니라 
그냥 내 개인 목표 달성하고 접는 거니까, 
졸업이 아니고 자퇴라고 해야겠네.

 

A셋 노장비 무자본은 별 거 없다. 
그냥 저렙존에서 초록몹 잡고 역경먹으면서 묵묵히 자동사냥. 

딱히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이젠 게임하면서 타인이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조용히 구석에서 모험가 버프 받고 자동사냥만 한 몇 개월.

 

접은 이유도 뭐, 별 거 없다. 
그냥 린2 물이 너무 지저분해서. 

일단 채팅창이 더럽고, 카오가 더럽다. 

자동사냥 중에 아무 이유없이 맞아죽는 일이 비일비재. 
운이 좋으면 하루이틀은 맞닥뜨리지 않지만, 
운이 나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맞닥뜨린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현실에서의 묻지마 범죄를 당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카오한테 죽으면 경험치를 떨구니까 그게 제일 귀찮은 문제.

처음에는 황당하고 짜증났는데, 
한두 번 더 겪으니까 그냥 달관하게 되더라.

 

그냥 린2는 애초에 이런 게임인 거다. 
비난이 아니라 게임 기획 의도가 그렇다는 얘기. 
일부러 PK를 조장하고 경쟁심을 유발해서 장비 욕심에 허덕이게 만들고, 
결국은 아덴 현질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이건 처음부터 그랬고, 
내가 근무할 때도 카오 때문에 울분을 토하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는 유저들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러라고 만든 게임인 것을. 
서로 욕하고 싸워라, 이게 린2인 것을. 

실제로 월드 채팅창 보면 진짜 추하고 지저분하다.
죄다 나이 지긋하게 잡수신 중장년층 아재들이 장악하고 있는 게임이라, 
입들이 진짜 걸고 험하다.
게다가 진짜 어르신들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치하기까지 하다.

월챗 보다 보면 안구 테러 제대로 당하는 게임. 
나이 어린 여성 유저 멘탈로 솔플하면서 버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PK와 욕설, 분쟁을 조장하는 시스템은 예나 지금이나 내 취향이 아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일이라, 
그냥 90렙까지만 찍고 자퇴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90렙 찍기도 굉장히 힘들었다는 것.

애초에 카인섭이 내 주섭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자본 무장비로 저렙존 자동사냥하면서 그냥 90렙 찍는 것도 힘든데,
카오들이 툭하면 찾아와서 꼬장을 부리니 렙업 속도는 더 느려졌다.

처음 접속했을 때의 경험치와
접속 종료했을 때의 경험치가 똑같은 날도 있었다.
카오 때문에 떨군 경험치 겨우 복구하고 게임을 끄는 경우가 이렇다.

근데 그럴수록 꼭 90렙을 찍어 보고 싶은 오기랄까,
내 인내심을 스스로 테스트해 보고 싶은 욕심이랄까.
결국 쓸데없는 고집으로 반 년 가까이 걸려 5렙 올리고,
자퇴에 성공.

 

자퇴하자마자 기념 스샷 몇 장 찍고 곧바로 게임 끄고 언인스톨했다.
안녕, 린2.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아래는 마지막으로 찍은 캐릭터 스샷들.
꿋꿋이 드워프 소녀만 키웠던 나의 의지!

 

카오들의 행패를 꿋꿋이 이겨낸 카인섭 밀레느양

회사 사람들이랑 키웠던 지그섭 밀레느양

캐릭터 분리로 메인 클래스가 에오로 힐러가 된 드워프 소녀 칸쵸

언제 만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엘프 엘더

 

아무튼 신규 종족 아르테이아도 귀여워서 키워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카인서버에서 제대로 학을 뗀 덕분에
완전히 마음이 떠나갔다.
잘 됐다면 잘 된 일.

이제 맘놓고 폰게임이나 하러 가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