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31화- 네가 아프면… 원영

매니저：…….
원영：…….

(원영이 아프다.)

매니저：…….
원영：…넌 도대체 언제까지 쳐다보고 있을 셈이지?
매니저：그야….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하지만, 설마 원영이 감기에 걸릴 줄이야.)

매니저：질릴 때까지 쳐다보고 있으려고 했는데.
원영：환자 구경이 재미있나…?
매니저：그 환자가 원영이니까.
원영：…….
매니저：세상에, 우리 얼음 공자님께서 감기에 걸릴 줄 누가 알았을까.
원영：…그렇게 부르지 마.
매니저：옛날 별명 가지고 부끄러워 하긴.
원영：부끄러워하는 게 아냐…! 화 내는 거다…!
매니저：그래? 미안해, 공자님.
원영：하아….

 

(으음, 아파서 누워 있는 원영이 신기한 나머지 이래저래 짓궂은 태도를 취하긴 했지만….)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매니저：…많이 힘들어?
원영：그렇게 오래 쳐다보고서도 모르겠어…?

(일단 의사 선생님께선, 약을 먹으면서 며칠 푹 쉬면 나을 거라고 하셨는데….)

매니저：오늘치 약은? 다 먹었어?
원영：…아니.
매니저：…그러고 보니 밥은 먹었어?
원영：아니….
매니저：뭐야, 내가 죽 끓여 준다고 했을 땐 알아서 챙겨 먹을 거니까 내버려 두라고 했으면서!
원영：…….
매니저：지금이라도 뭐 만들어 줄까?
원영：그건….
매니저：왜, 싫어?
원영：아플 때, 네가 만든 요리를 먹었다간….
매니저：먹었다간, 뭐?
원영：…됐다.

(뭐가 됐다는 건지, 원.)

매니저：그래도 뭘 좀 먹어야 기운도 차리고 약도 먹지. 기다려 봐, 내가….
원영：아니…. 정말로, 됐어.
매니저：…그렇게 내 요리 솜씨가 불만이야?
원영：그….
매니저：그?
원영：그렇다기…, 보다는.
원영：…뭔가 먹을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야.
매니저：그만큼 힘이 없단 얘기야?
원영：…….

(무언의 긍정이네.)

매니저：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먹고 있으면 더 힘이 빠질 텐데?
원영：나중에…, 알아서 뭔가 먹을 테니 그냥 둬.
매니저：아까도 그런 말 해 놓고 여태 굶었잖아.
원영：…그래도.
매니저：어휴, 뭐 먹을 기운은 없고, 고집 부릴 기운은 있나 보네.
매니저：됐으니까 입 다물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원영：…….

 

(얼마 후….)

매니저：자, 원영.
원영：…….
매니저：뭐 해? 자.
원영：…이래서.
매니저：응?
원영：이래서…, 나중에 알아서 먹겠다고 한 건데….

(내가 내민 숟가락을, 원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바라보고만 있다.)

매니저：원영, 나 팔 아픈데….
원영：…그러면 숟가락을 치워.
매니저：그러면 원영이 죽을 못 먹잖아.
원영：내게도 손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지?
매니저：그치만 지금 못 쓰잖아.
원영：…못 쓴다고 한 적은 없다.
매니저：손 올리고서 10초 버티면 인정해 줄게.
원영：…….
매니저：못 하겠지?
원영：…….

매니저：애초에 이렇게 일어나 앉기까지도 고생했으면서. 무리하지 마.
원영：하지만….
매니저：하지만, 하지만만 하지 말고 입이나 벌리세요.
원영：…….
매니저：…….

(아, 진짜….)

매니저：정말이지…, 거 참 이상하네.
원영：…뭐가?
매니저：원영 상대로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본 적은 거의 없는데 말이야….
매니저：그래도 만약, 네가 아파서 드러눕는 날이 온다면….
원영：온다면…?
매니저：아프다는 걸 특권 삼아서 날 마구 부려먹을 줄 알았어.
원영：…….
매니저：이렇게 죽 먹여 주는 것도 포함해서, 시도 때도 없이 이마 물수건 가는 걸 시킨다든가….
매니저：갑자기 신 게 먹고 싶다고 말한다든가….
원영：…네 머릿속의 나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인가 보군, 성별부터가.
매니저：마지막 건 농담이었어.
매니저：어쨌든, 침대 위에서도 다리 꼬고 앉으신 채로 날 내려다 보실 것 같던 분께서 왜 이러시냐고요, 왜.
원영：…….
매니저：…….

(어휴….)

매니저：내가 만든 요리가 그렇게 싫어?
원영：…뭐?
매니저：아까부터 자꾸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걸 애써 무시하고 넘어가 주려고 했더니….
매니저：정말 싫긴 싫은 모양이구나.
원영：아, 아니…. 나는….
매니저：걱정이 돼서 밀어붙였지만, 이렇게까지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네.

(나는 내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매니저：내가 만든 이 죽은 치우고, 나가서 파는 걸 사 올게. 그러면 먹을 거야?
원영：아니, 그러니까…. 나는, 딱히 네 요리에 불만이 있는 건….
매니저：불만이 있는 건 아니야?
원영：있는 건…, 맞다만.
매니저：…….
원영：그래도, 뭐…. 지금은 익숙해졌으니, 먹으려면 못 먹을 것까진…, 없어.
매니저：그럼 왜 이러는 건데?
원영：그건….
원영：…….
매니저：……?
원영：네가 숟가락을 내미는 게…, 좀….
매니저：내가 숟가락을…?
매니저：…혹시.
원영：…….
매니저：내가 뭘 먹여 준다는 데 불만이 있다는 거야?
원영：그건 아니야, 불만은….
원영：불만은, 없지만…. 뭔가….
매니저：…부끄러워?
원영：……!!

(아이고, 내가 정곡을 찔렀구나….)
(그치만, 새삼 말을 하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좀 부끄럽긴 하다….)

매니저：저, 저기….
원영：…….
매니저：…….

(어, 어떡하지…. 둘 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고, 난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원영：…이상한 일이야.
매니저：…으응?
원영：지금이 너를 처음 만났던 그 무렵이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굴지 않았을 텐데.
매니저：…….
원영：그 무렵에 내가 아팠고, 네가 오늘처럼 내게 숟가락을 내밀었더라면.
원영：나는…. 물론 부끄럽기도 했겠지만, 싫다는 마음도 들었겠지. …혹은.
원영：혹은 네가 상상했던 대로, 아프다는 걸 특권 삼아서 널 마구 부려먹었을지도 모르겠군.
매니저：…원영.
원영：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말하면….
원영：부끄럽다고도…, 고맙다고도, 그리고…. 단순히 좋다고도 생각해.
매니저：…….
원영：이상하지 않아? …나는 처음부터, 네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싫어했는데.
원영：지금도, 싫어하는데…. 좋다고도 생각하다니.
원영：나는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한 것 같지 않아…. 하지만, 변했어. 이상하게도.
원영：이건, 다….
매니저：다…?

(원영은 뒷말을 삼키고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원영：다.

(그러더니, 불현듯 웃었다.)

원영：다 네가, 이상해서야.
매니저：…뭐라구?
원영：그 동안 몇 번이나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원영：아낄 것도 없이, 또 말해 주지. …너는 정말 이상해.
매니저：원영, 너….
원영：훗….
원영：걱정마지 마라. …좋은 쪽으로 이상한 거니까.
매니저：어…?
원영：오늘은.
매니저：…오늘만?
원영：글쎄.
매니저：…….

매니저：원영, 미안한데 말이야.
원영：……?
매니저：내가 이상하다는 말, 한 번 더 해 줄래?
원영：…어째서?
매니저：이유는 묻지 말고, 해 줘. 어차피 아낄 것도 없다며.
원영：후….
원영：뜬금없이 그런 요구를 하는 것만 봐도, 역시 너는 이상….
매니저：……!

- 휘익! -

원영：……!!

(일순 공중에서 빛난 내 숟가락이, 상 자 발음에 벌려진 원영의 입 안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원영：매니저, 이게….
매니저：어허, 입에 먹을 걸 넣으신 채로 말씀을 하시면 안 되죠.
매니저：정 말씀을 하고 싶으시면 일단 입 안에 있는 걸 씹고 뜯고 삼키세요.
원영：…….
매니저：빨리.
원영：…….

(내 재촉에, 원영은 할 수 없다는 듯 죽 한 숟가락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매니저：어때? 좀 뜨거웠으려나?
원영：…….
매니저：맛은 괜찮아?
원영：…….
매니저：그래도 먹을 만 하지?
원영：…이상해.
매니저：…….
원영：대체 뭘 넣었기에 이런 개성적인 맛이 나는 건지…, 나는 도통….
매니저：…원영, 한 번만 더 이상하다고 말해 줄래? 응?
원영：같은 수법에 두 번은 안 넘어가….
매니저：하압…!!

- 휘익! -

원영：……?!
매니저：후후, 이번 한 숟가락은 내가 열심히 후후 불었으니까 뜨겁지 않을 거야….
매니저：그러니까 얼른 삼켜.
원영：…….
매니저：침은 안 튀겼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원영：…….
매니저：…풋.

(결국 원영은, 내 횡포 아닌 횡포로 인해 죽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러는 내내 맛이 이상하다며 궁시렁거린 원영 때문에,)
(마지막에 그릇 바닥을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서 나도 맛을 봤지만….)

원영：……!!
매니저：이상하다…? 난 하나도 맛 안 이상한데.
원영：매니저…, 너…!
매니저：아, 왜. 내가 못 믿을 말이라도 하는 것 같아?
원영：못 믿을 말이 아니라….
원영：…못 믿을 짓을 했다만.
매니저：뭐…?

(그 후, 내가 빈 그릇을 치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까지….)
(원영은 어째서인지, 쟁반 위에 홀로 가만히 누워 있는 숟가락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