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비스 메인스트림 -프롤로그-

Prologue. 일곱 개의 별이 있는 세계

 

 

오프닝 - 대별지기의 취임사

 

라스 알게티

라스 알하게

탈리타

샤울라

아세루스

그루미움

주벤

 

라하

 

Tepi'o desaso'n maiosos.

당신의 빛에 이끌리나이다.

 

풍요와 영광을 질시한 어둠, <아위디타스>는

황금 별, <라하>를 깨뜨렸고

별을 잃은 세상은 어둠에 잠겼다.

온 세상을 맴돌던 가없는 통곡과 비탄…

침잠하는 세계를 가엾이 여긴 <라하>의 조각,

<일곱 별>이 고했다.

너희를 도울 우리의 아이를 보내니,

《<풍요>를 경계하라 》

《<세계>를 재건하라 》

《 그리하면 <황금 별>을 되돌리게 되리라 》

 

Tepi'o desaso'n maiosos.

당신의 빛에 이끌리나이다.

 

대별지기 : 친애하는 모든 이에게 고합니다.

대별지기 : 오늘부터 저는 일곱 별의 가장 충실한 사자인 <대별지기>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대별지기 : 저는 우리를 구원하신 일곱 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대별지기 :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대별지기 : 우리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힘든 길을 걷고 있습니다.

대별지기 : 풍요와 영광의 힘─ 에테르는 <대 재앙> 이후 변질되어 찬란한 옛 세계와 문명을 처참히 무너뜨렸습니다.

대별지기 : 또한, 우리들의 보금자리이자 옛 세계의 잔향 <이스델라>는 가장 먼 곳과 가장 깊은 곳에서 다가오는 어둠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대별지기 : 저는 일곱 별의 사자이자, <대별지기>로서 이스델라를 지키고자 합니다.

대별지기 : 그것이 제게 주어진 일곱 별의 뜻이며, 모든 이의 무사와 안녕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별지기 : 이에 따라 저는 이스델라의 가장 먼 곳과 외진 곳을 아울러 수호하고 세계를 재건해 나갈 신전 직속 에테르 재난 처리 기관,

대별지기 : …<가디언>을 창설합니다.

 

 

 

---

 

 

 

커다란 별이 있는 세계

 

 

 

…….

 

??? : …이보십시오….

 

…….

 

??? : …정신이…

 

…….

 

??? : 정신이 드십니까.

 

…….

 

??? : 아, 눈을 뜨셨군요. 괜찮으십니까?

 

…….

 

??? : 으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 : …빛과 함께 내려온 자라니….

 

…여긴… 어디…?

어…? 이 사람은 누구지?

 

??? : 아, 정신이 드십니까?

 

……??

 

??? ; 실례지만 당신은…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지금 상황이 궁금한 건 나만이 아닌 것 같다.

온 곳을 말하자…

 

??? : 음…. 잘 모르는 곳이군요.

 

장발의 남자는 시선을 돌려 곰곰이 생각했다.

 

??? : …제 이름은 퍼디난드라고 합니다.

 

퍼디난드 : 상황이 괜찮다면 좀 느긋하게 소개해 드리고 싶지만….

퍼디난드 : …….

퍼디난드 : 빛기둥을 본 사람들로 곧 소란스러워질 듯 하니, 우선 빨리 피하는 게 좋겠군요.

 

퍼디난드가 바로 서며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고 일어서는데….

 

어?

…저게 뭐지…?

달 옆에 저 붉은 것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퍼디난드가 물어 왔다.

 

퍼디난드 : 왜 그러십니까?…?

 

달 옆의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퍼디난드 : 달 옆의 것이라니…. 혹시 붉은 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붉은 별…?

저렇게 큰 게 별이라고?

 

퍼디난드 : 혹시… 처음 보셨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퍼디난드 : …설마…. 그렇다면 역시….

 

퍼디난드는 뭔가 알겠다는 듯이 내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퍼디난드 : 자세한 건 차차 말씀드릴 테니, 우선 자리를 피하시지요.

 

…퍼디난드의 인도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

 

 

침묵 속에서 퍼디난드의 뒤를 따르고 있었을 때, 갑자기 퍼디난드가 물어 왔다.

 

퍼디난드 : 혹시 제가 어떻게 불러 드리면 되겠습니까?

 

내 이름을 그대로 말해도 되나…?

여긴 뭔가 이상한 곳 같은데….

머뭇거리다가…

이름을 말했다.

 

퍼디난드 : 그렇군요. 그럼 ○○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괜찮다고 답하자, 퍼디난드가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퍼디난드 : Tepi'o desaso'n maiosos.

가는 길에 별빛이 함께 하길,

 

퍼디난드의 말소리를 끝으로, 사막은 다시 고요해졌다.

 

 

밤이 내린 사막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곁눈으로 본 퍼디난드의 얼굴은 그림자가 져 어두웠고, 우린 걷는 내내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이 곳은 어딜까.

아까 어딘가에 내 이름을 적고, 온 몸을 빛이 휘감았었는데….

 

그 때, 앞서 걷던 퍼디난드가 다시 걸음을 늦췄다.

 

퍼디난드 : 저 붉은 별을 처음 보셨다고 하셨지요?

혹시 당신은 이 곳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모른다고 답했다.

 

퍼디난드 : 저 별은 붉은 별 <주벤>입니다.

이 땅을 수호하는 <일곱 별> 중 하나지요.

 

저런 별이 일곱 개…?

 

퍼디난드는 다시금 곰곰이 생각하다가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퍼디난드 : …음, 그렇군요.

퍼디난드 : 아마 당신은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실 것 같군요.

 

퍼디난드는 별과 나를 번갈아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퍼디난드를 따라가던 중, 갑자기….

 

??? : ─퍼디난드의 첫인상은 좀 어때?☆

 

…뿔이 달린 꼬마가 불쑥 나타났다.

 

??? : 진지하고 재미없어 보이지 않아?

??? : 그래서 앞으로가 더 재밌어질 거지만, 큐큐.

 

…….

 

…이 꼬마는 분명 아까….

 

??? : 큐큐! <이 세계>에선 처음이지?

??? : 다시 소개할게☆ 엔지 이름은 엔지다, 엔지! 네 계약자라고, 큐?

 

…….

 

그러고 보니 아까 엔지는 <계약 완료>라고 말했다. 그 계약이란 것은….

 

엔지는 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잠깐 멈춰서 퍼디난드를 쳐다봤지만 퍼디난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걷고 있었다.

 

엔지 : 그렇게 둘러보진 마☆

지금은 네 눈에만 보이는 거니까★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으면 돼!

 

……?

 

엔지 : ─그래, 그렇게★

 

…엔지의 말이 끝나자 발이 제멋대로 나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놀라서 엔지를 바라보자….

 

엔지 : 큐? 왜 그런 눈으로 봐?

이 정도 능력은 너무 간단한 거잖아?

엔지 : 엔지는 방금 널 <이 세계>에 데려왔을 정도로 대단하다구, 큐큐☆

 

…….

 

엔지 : 뭐, 어쨌든 상관 없어! 넌 이미 계약을 했으니까~ 큐큐!

 

엔지는 재밌다는 듯 허공을 크게 한 번 돌았다.

퍼디난드를 부르려고 했으나, 이상하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엔지는 빙글빙글 웃다가, 마저 말을 이었다.

 

엔지는 검지를 리듬감 있게 흔들며 말했다.

 

엔지 : 엔지가 아까 계약 내용 말해 준다는 걸 깜빡했으니 지금 말해 줄게, 큐☆

엔지 : 너는 엔지 대신 퍼디난드를 도와 이 세계를 재건시킬 거고, 엔지는 그 대가로….

엔지 : …너에게 재밌는 걸 보여 주기로 했지!★

 

…세계를… 재건…?

이 곳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당장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사막, 별, 그리고 저 쪽에서 걷는 퍼디난드.

엔지는 시선을 끌려는 듯 내 눈 앞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엔지 : 너에게 보여 줄 재밌는 게 뭔지 알아, 계약자?

 

엔지가 과장되게 두 손을 겹쳤다가 손을 펼치자 손에서 그림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더니 허공에 펼쳐졌다.

얼핏 보아도 이상한 장면들이다.

밝은 갈색 머리 남자의 벗은 등, 넘어진 연보라색 머리 소녀, 백발 머리 남자가 누군가를 찌르고 있는 모습 등등….

당황하여 엔지를 쳐다보았다.

 

엔지 : 큣…?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엔지 : 남 구경만큼 재밌는 게 없는데, 이상하네. 큐큐큐☆

 

엔지는 볼을 긁적이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엔지 : 아, 그래! 그럼 이건 어때?

엔지 : 계약 내용을 바꾸는 건 귀찮으니까,

엔지 : 퍼디난드를 도와 이 세계를 재건하면…

…네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엔지 : 어때? 넌 재밌어 보이니까 좀 더 얹어 주는 거야☆

 

엔지는 계속해서 내 표정을 살폈다.

엔지의 설명을 따라갈 수 없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엔지 : 큐… 이 정도로 부족하단 건가?★

그렇지만 엔지도 손해 보고 살 순 없잖아?☆

엔지 : 네가 좀 더 내놓겠다면, 더 생각해 보겠─

 

퍼디난드 : 밤이 늦었으니 우선 취침부터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퍼디난드가 말을 거는 순간, 엔지가 사라졌다.

 

퍼디난드 : 저기 숙소가 보이는군요. 우선 거기서 주무시고 내일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엔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퍼디난드 : …○○님?

뭔가 찾는 것이 있으십니까?

 

…퍼디난드의 말에 둘러보기를 멈추었다.

의아함으로 물든 퍼디난드의 눈.

고개를 젓고 퍼디난드의 뒤를 마저 따랐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세계 재건은 무엇이고, 계약은 대체 무엇이며…

…여긴 도대체 어디인 걸까.

 

---

 

 

-1- 대별지기 퍼디난드

 

『빛기둥이 떨어지기 전날 오후, 이스델라 수도─ <유리오드>의 <갈리아>.』

 

오든 : (하아…. 잠깐 한눈 판 새에 또 어딜 간 거지….)

 

가디언 크루세이더의 단원─ <오든 일레인>은 거리 순찰 중,

같이 순찰을 나온 크루세이더 단원─ <제이드 디디에>를 놓쳐 난감해 하던 차였다.

 

오든 : (별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혹시 에테르 재난이라도 일어나면….)

(…거기에 제이드가 있기라도 하면….)

 

오든은 주위 사람과 건물들을 살피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오든 : (…아, 어쩌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오든이 길눈 어두운 자신을 탓하던 차,

 

시민 1 : …정말이지 이상하구만.

유리오드에서 이렇게나 에테르 재난이 자꾸 일어나다니.

시민 2 : 유리오드 바깥에서야 자주 일어났다지만, 이 곳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던 일 아닌가?

오든 : ……!!!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수군거리는 것을 듣게 되었다.

 

오든 : (설마… 거리에서 또 에테르 재난이 일어난 건가?)

 

오든은 두방망이질 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수군거리던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오든 : 혹시, 근방에서 에테르 재난이 일어난 건가요?

시민 1 : 음? 헉…!

아니, 일레인 님 아닙니까? 신전 밖엔 어쩐 일로….

시민 2 : 이봐요, 일레인 님이 가디언에 들어가신 지가 언젠데!

에테르 재난을 해결하러 오신 것입니까, 일레인 님?

오든 : 네, 에테르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오든 : 아니, 그 전에 제 친구도 한 명 찾고 있어요!

혹시 흑발 머리에 자수정 귀걸이를 한 남자 아이를 못 보셨나요?

시민 1 : 아, 그 남자애라면…. 잠식 지역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오든은 남자의 말에 얼굴이 점차 굳어졌고 소년을 봤다는 장소를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빛기둥이 떨어지기 전날 오후, <갈리아>의 재난 현장.』

 

재난 현장의 주위엔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몰려 있는 사람들 한가운데의 마물 한 마리.

마물은 크게 울부짖으며 가지들을 팔처럼 휘둘렀다.

그렇지만….

 

시민 3 : 저거저거, 가디언들 또 싸우고 있구먼.

시민 3 : 오늘 안에 마물을 잡을 수는 있을는지.

 

…마물을 둘러싼 사람들은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시민 4 : 저 녀석들 원래 에테르 재난을 해결하는 놈들 아니었어?

시민 4 : 매번 해결은 뒷전이고, 자기들끼리 싸우기에 바쁘구먼?

 

에테르 재난을 전담하는 <가디언>은 에테르 재난의 한 종류, 마물 습격 상황을 처리하고자 출동했지만 임무 완수는 뒤로 한 채 서로 다투던 중이었다.

 

란더 : 아주라…, 너무 열 내지- 마…. 건강에 안 좋다-구….

 

쥐 귀와 꼬리를 단 소년이 '아주라'라는 이름의 소녀를 열심히 달랬다.

…그러나 아주라는 란더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흰 제복의 무리를 노려보았다.

아주라의 품에는 녹색 재킷을 입은 여자가 다리에 상처를 입은 채 안겨 있었다.

 

마물 : 크와아아앗!!!

아주라 : ─야! 너 조용히 안 해?!?

 

…기세가 눌린 마물이 조용해지자, 아주라는 주먹 쥔 손을 휘둘렀다.

 

아주라 : 빨리 사과 안 할 거예요, 진짜?!

흰 제복 : 사과? 어이가 없군. 우리가 무슨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거지?

 

아주라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며 꽉 쥔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주라 : 저흰 재난을 뒤처리하는 사람도, 청소부도, 하인도, 망나니도,

아주라 : …어, 어… 그리고….

란더 : 양아치랑 거렁뱅이….

아주라 : 앗, 고마워! 란더!

아주라 : ─양아치도 거렁뱅이도 아니거든요?!

우린 그 쪽과 같은 팀인데 왜 자꾸 무시하고 욕하는 거예요?

같이 일을 못 하겠어, 진짜!

게다가 아까 마물 잡으려 할 때도, 갑자기 밀쳐서 이렇게….

 

아주라는 자신의 품에 있는 녹색 재킷의 여자를 꼭 껴안았다.

 

흰 제복 : 밀치다니 무슨, 자기가 넘어져 놓─

아주라 : ─참으려고 해도, 정도가 있지! 이젠 도저히 못 참아!!!

 

아주라의 말이 끝나자, 녹색 재킷을 입은 자들이 환호했다.

 

녹색 재킷 : 잘 한다, 아주라!

녹색 재킷 : 그래, 저 떨거지 귀족 놈들이 뭐 잘났다고.

우릴 계속 무시하고, 방해까지 하는 거야?

녹색 재킷 : 우리가 비록 평민이지만, 피차 같은 가디언 아니냐?!

 

녹색 재킷 무리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보는 흰 제목 무리.

그 중 한 명이 시비를 걸려던 차, 검은 머리의 소년이 녹색 재킷 무리 앞으로 나섰다.

 

제이드 : 그렇지만 마물 처리는 우리 일이고, 너흰 청소부가 맞지 않느냐?

크루세이더는 마물을, 피스메이커는 뒷처리를.

게다가… 같은 가디언이라 한들, 너희는 우리를 존경해야 마땅하지 않느냐?

 

남자아이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자, 값비싼 장신구가 움직임에 맞춰 번쩍였다.

 

제이드 : 귀족과 평민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남자아이는 자신의 뒤에 선 흰 제복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제이드 : …크루세이더 모두가 내게 가르쳐 주었도다. 내 말이 틀린 것이냐?

 

남자아이는 흥미가 떨어지는 듯 한숨을 쉬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마물을 바라보았다.

 

제이드 : 이런 싸움은 그만 두고 나는 얼른 저것이나 잡아 보고 싶구나.

그러니 썩 피하거라, 피스메이커들이여!

 

소년이 주머니에서 자줏빛 보석을 꺼내어 던질 자세를 취했다.

 

제이드 : 한 번에… 펑!

─하고 잡으면 참 재밌겠구나, 하하하.

 

─마물을 향해 던지려 하던 그 때,

 

펑!!!

 

귀를 찢을 듯한 커다란 폭발음이 거리를 흔들었다.

폭발음과 함께 거리를 메운 자욱한 연기….

 

아주라 : 무… 무슨…?!

제이드 : …보석은 아직 안 던졌는데?

란더 : …어? 저 사람들-은….

 

─검은 제복을 입은 자의 공격으로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마물.

웅성거리는 구경꾼 중 한 명이 뿌듯한 얼굴로 옆 사람에게 으스댔다.

 

시민 5 : 가디언 놈들이 또 싸우고만 있길래, 지나가던 이스델라 기사단 분께 내가 요청했지, 엣헴.

시민 5 : 역시 이스델라 수호는 이스델라 기사단이 최고라니까.

근본도 없는 가디언이 무슨….

 

벌어진 상황에 넋이 나간 가디언들을 뒤로 하고 이스델라 기사단원은 마물에게서 떨어진 마물의 핵 <테르>를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주라＆란더 : ……….

제이드 : ……….

아주라＆란더 : ……….

오든＆제이드 : ……….

 

제이드 : …악, 깜짝이야! 어, 언제 온 것이더냐, 오든!

오든 : 어… 조금 전에…? 미안, 길을 헤매서….

오든 : 아니, 그것보다 지금….

 

아주라가 쭈뼛거리며 오든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주라 : 안녕하세요, 오든 오…아니, 일레인 님….

 

인사를 마친 아주라의 어깨가 추욱 처졌다.

 

아주라 : 지금 기사단 분들께 저희 가디언의 실적을 뺏긴 것 같네요. 으….

 

아주라의 말에 그제야 상황을 받아들인 가디언들이 이곳 저곳에서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크루세이더 : …저, 천한 피스메이커 놈들이 방해만 안 했어도….

피스메이커 : 뭐? 여긴 우리가 먼저 찾아왔다고! 방해는 너희들이 했지!

 

다시금 티격태격하는 가디언들을 보며 오든이 작은 한숨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오든 : …싸움은 안 된다고, 제가 늘 말씀드렸죠?

계속 다투시거든 저도 제 나름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오든의 말에 한순간에 조용해진 가디언들은 계속 서로를 노려보다가….

 

오든 : …여러분?

 

투덜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대 재앙 이후 황량해진 대륙 <아로메사>.

무너졌던 이 곳에 건국된 국가, ─<이스델라>.

 

이스델라는 <대귀족>이라 불리는 <7개의 가문>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황금 별과, 일곱 별을 받드는 <라하 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최근, 이스델라에선 라하 교의 지도자인 <대별지기> 임명이 새로이 이루어지고 신전 소속 에테르 재난 해결 기구인 <가디언>이 창설되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거대한 빛기둥이 있던 밤, 이스델라 신전.』

 

대별지기 퍼디난드의 집무실 앞에서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창 밖을 보고 있었다.

 

??? : …그 빛기둥은 도대체 뭐였지.

빛기둥이 있을 때마다… 좋든 나쁘든 무슨 일이 생기니까… 밑도 끝도 없이 불안해지는구만….

 

창 밖을 보던 남자는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때마침 어두운 복도의 끝에서, 하얀 제복의 남자가 등장했다.

 

??? : 리온 대장님~ 부하들 관리 좀 해.

 

남자의 가벼운 힐난에 리온은 속으로 혀를 찼다.

 

리온 : ─아우릭.

아우릭 : 지금도 가디언 애들끼리 싸우는 거 말리다가 늦었잖아.

리온 : …….

리온 : 뭘 당연한 일을 가지고 그래. 걔들은 네 애들이기도 하지 않냐.

그리고 거짓말을 하려면 좀 그럴싸한 걸 해야 믿어 주지.

싸움 구경을 제일 재밌어 하는 놈이 말리긴 뭘 말려?

아우릭 : 리온~ 날 너무 나쁜 사람으로 모는 거 아냐?

아우릭 : 오늘 밤 빛기둥이 있던 곳 좀 보고 오느라 늦었어.

리온 : 거긴 좀 어땠는데?

아우릭 : 응~ <이스델라 기사단>들이 개떼처럼 몰려 있던데.

리온 : 개떼가 뭐냐, 개떼가.

리온 : 어쨌든, 뭔가 알아 낸 건 있어?

아우릭 : 글쎄~ 내가 공짜로 알려 줄 리가 없잖아, 아하하.

리온 : 그래… 됐다, 들어가자.

아우릭 : 흐응~ 어차피 이번 회의에선 똑같은 내용만 말할 게 뻔한데 빨리 끝내고 자러 가고 싶네~

리온 : …너무 지루한 티는 내지 마라. 퍼디난드가 은근히 상처 받잖냐.

아우릭 : 응? 누가 보면 대장님만 퍼디랑 친한 줄 알겠네~

 

리온은 속으로 혀를 한 번 차고는, 집무실 문 앞에 섰다.

 

리온 : ─일단 들어가자. 퍼디난드가 기다리고 있겠군.

 

퍼디난드의 집무실로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갔고, 이윽고 집무실의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늦은 밤, 대별지기 집무실.』

 

퍼디난드가 대별지기로 임명된 지 5개월…

시간이 적지 않게 흘렀음에도, 그의 집무실은 어수선했다.

이스델라 지도, 에테르 재난, 가디언에 관련된 자료가 어지러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리온 : ─웬 신문이 이렇게 많아?

 

의아해하는 리온의 말에 퍼디난드는 보던 신문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맞이했다.

외출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듯 퍼디난드의 주위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

 

퍼디난드 : 오셨습니까, 두 분.

아우릭 : 응, 응. 오랜만이야, 퍼디~

그런데 이건….

 

아우릭은 테이블에 놓인 <가디언 그룹별 성과표>와 신문들을 보았다.

 

아우릭 : …아까 있었던 빛기둥에 대해 의논하려고 부른 줄 알았는데.

다른 용건이 있었나 봐?

퍼디난드 : 그 일도 중요하지만… 좀 더 시급한 문제를 의논하려 했습니다.

 

리온이 아우릭 옆에 앉으며 신문 하나를 들고 읽었다.

 

리온 : 수도 <유리오드>에서 재난이 시작된 건 <일곱 별>의 경고….

가디언… 새로 임명된 대별지기의… 치기 어린 도전….

…에테르 재난을 눈 앞에 두고 서로 다투던 가디언들의 그 모습은….

퍼디난드 : …….

아우릭 : …전부 우릴 비난하는 기사들이잖아?

저급해서 못 봐 주겠네. 객관이란 걸 찾아 볼 수가 없어~

리온 : …마음은 안다만 너무 그렇게 보지 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도 맞으니까.

 

리온의 한숨에 신전의 최고위 신관이자 가디언의 수장인 퍼디난드가 쓰게 웃었다.

 

퍼디난드 : 리온 대장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가디언이 맞닥뜨린 가장 시급한 과제이지요.

 

아우릭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인 뒤 신문을 테이블 한 쪽에 슬쩍 던져 두었다.

 

아우릭 : 그래서 뭐~ 평소처럼 또 가디언 해체하란 소릴 들은 거야?

그런 건 어차피 말 뿐이니까 무시해 버려.

퍼디난드 : …그게… 이번엔 좀 다릅니다.

리온 : 음?

퍼디난드 : …이번엔 가디언을 <이스델라 기사단>으로 합병하는 게 어떻겠냐는 기사단장님의 서신이 있었습니다.

리온 : …뭐?

 

리온이 당황하며 퍼디난드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리온 : 기사단과 합병이라면… 우리 애들은 어떡하라고?

아우릭 : …음. 평민 출신들은 알아서 빠지라는 거겠지?

아우릭 : 후후후, 그보다 리온~

<우리 애들>이라니, 부모 노릇이 꽤 재밌었나 봐?

리온 : 아우릭…! 이런 때에 그런─

퍼디난드 : ─두 분 다 진정하십시오.

 

퍼디난드는 고조된 열기를 진정시키며 두 사람을 보았다.

 

퍼디난드 : 이런 상황이 왜 생겼는지를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리온＆아우릭 : …….

리온 : 그래…. 우리가 다퉈서 그런 거겠지.

아우릭 : 맞아, 지금처럼 말이야. 아하하.

 

아우릭은 팔짱을 끼더니 손가락을 천천히 까딱였다.

 

아우릭 : …하지만 싸울 수밖에 없잖아?

이스델라 수호라는 숭고한 목적을 위해 만든 가디언을 평민과 귀족은 함께 있을 수 없다며 높으신 분들이 두 팀으로 갈라 놨으니….

아우릭 : …뭐, 가디언에 이런 식으로 자멸의 씨앗을 심어 내부 분열을 일으킨 뒤,

지금처럼 딱 좋은 시기에 기사단으로 합병시켜 좋은 것만 뽑아 먹으려는 거겠지.

퍼디난드 : …….

 

퍼디난드는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돌렸고, 리온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아우릭은 둘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듯 말을 마저 이었다.

 

아우릭 : 누가 짠 계략인지 대충 알겠네~

나의 위대한 가문 <피비앙스> 분들이시겠지.

리온 : 하하, 나 원….

 

리온은 눈만 돌려 아우릭을 잠깐 바라본 뒤, 집무실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