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등장인물 -캐릭터 소개-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함께 했던 닌유.
일본어 원제는 '코이닌자센고쿠에마키(恋忍者戦国絵卷)'.
의역하자면 전국시대 닌자 사랑이야기 정도일까.

그림체도 번역체 텍스트도 많이 어설펐지만,
핫토리 한조, 키리가쿠레 사이조, 이시카와 고에몬, 오다 노부나가 등
역사적인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시대극 장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플레이를 시작했었다.

핫토리 한조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협력 구도는
어렸을 때 접했던 PC게임인 '미소녀닌자모험기'를 통해 처음 접했다.
미닌모의 일본어 원제는 '센고쿠비쇼죠에마키(戦国美少女絵卷)',

전국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에마키(絵卷; 그림 두루마리 책)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다.
또 닌자의 비술서가 두루마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도 '에마키'라는 단어가 애용되는 듯하다.

 

키리가쿠레 사이조 (霧隠才蔵)

사나다 10용사로 유명한 실존인물.
그러나 게임 상에서는 사나다 가문이 다루어지지 않고
그저 한때 이가 닌자와 대립하던 구도였으나 평화를 위해 협력하게 된 코우가 닌자로서 등장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에서 가장 미려한 외모인 데다 첫눈에 닌자라는 느낌이 뚜렷한 캐릭터라 눈길이 갔는데,
정작 플레이해 보니 시나리오는 너무 단순하고 진부해서 실망스러웠다.

겉으로는 쿨하지만 실제로는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으로,
베개(다키마쿠라)를 끌어안아야만 잠이 든다는 설정이 있어
자기도 모르게 여주인공을 끌어안고 자는 귀여운 잠버릇을 내보인 캐릭터.

…지만 손버릇이 나빠서 툭하면 여주인공을 때린다. 좋아하는 여자를 때리다니, 이 무슨….
사이조와 맺어지면 매 맞는 아내가 될지도? 가정폭력이 우려되는 구도.

그래서 처음에는 제일 주목한 캐릭터였지만
플레이 후에는 제일 비호감인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시카와 고에몬 (石川五右衛門)

전국시대에 도둑으로 활약했던 실존인물. 의적 캐릭터로 보면 될 것 같다.
게임 상에서는 이가 닌자도 아니고 코우가 닌자도 아닌,
근본은 없지만 도둑 출신에 명석한 두뇌를 가진 닌자로 나왔다.
확실히 도둑과 닌자는 속성 상 종이 한 장 차이라서,
실존인물을 닌자로 재탄생시킨 아이디어에 박수를.

본인이 먹고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은 남아 있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몰래 돕는 등 의적 행세를 하고 지내 왔지만,
자신을 보고 겁을 먹은 여인이 자결을 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도둑질은 그만 두고 닌자로 전업하여 한조를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챙기려는 마음은 여전해서
임무 수행 중에도 사람들을 몰래 도와주곤 한다.

준수한 외모에 여심을 흔드는 언행,
거기에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마음씨와 비상한 머리까지.
게다가 술까지 강해서 금상첨화.

아마도 어린 여성층부터 성인 여성층까지,
가장 팬층이 두텁고 인기가 좋은 캐릭터가 고에몬이 아닐까 한다.
필자의 최애도 고에몬.

역사적으로는 실제로 끓는 가마솥에 산 채로 넣어져 팽형을 당했다고 하는데
게임 상에서는 팽형을 당하기 일보직전에 닌자들이 구출해 목숨을 건지고
결국 여주인공과 사랑을 이루었다는 재미있는 스토리.

 

후우마 코타로 (風魔小太郎)

후우마 닌자의 두령으로 있었던 실존인물.
게임 상에서는 전체 닌군 두령으로서의 한조를 강조하기 위해
코타로는 그냥 사람 이름인 것처럼 불렸지만,
실제로는 후우마 두령에게 부여되는 호칭이며 실명이 아니라고 한다.
닌자들이 애용했던 소태도(小太刀)에서 따온 호칭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후우마 닌자 집단이 실제로 총을 주무기로 사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미닌모에 따르면 화승총을 사용한 집단은 사이가슈로 알고 있는데,
그 설정을 후우마슈로 가지고 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닌유에서는 화승총 쏘는 실력이 뛰어난 필살필중의 스나이퍼.
확실히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정적인 성격에 정적인 비주얼이라,
칼을 들고 설치기보다는 총으로 헤드샷을 노리는 모습이 어울린다.

복면을 쓴 채 얼굴을 붉히고 입을 꾹 다문 표정이 제일 귀엽다.
게다가 닌유 닌자들 중 두 번째로 장신에 나이 들어 보이는(백발ㄷㄷ) 외모를 가졌지만
의외로 고에몬보다 연하라는 설정.

온천에서 나이 밝히고 부끄러워하는 CG를 보면 너무 허당스러운 표정이라
코타로 같지 않아 위화감이 느껴진다.

코타로 타이핑할 때 자꾸 실수로 '코털'이 돼서,
타자 치는 필자도 빵터지고 읽는 분들도 빵터지신 전설이 있다.

 

사루토비 사스케 (猿飛佐助)

모티브는 사나다 10용사 중 한 명인 코우즈키 사스케(上月佐助).
어쩌면 코우즈키 사스케의 또 다른 별명이 사루토비 사스케가 아닐런지.

'사루(猿)'는 원숭이라는 뜻으로,
역사적으로는 원숭이와 곧잘 어울려 놀았다고 하지만
게임 상으로는 실제로 원숭이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잘 날아다닌다.

외모는 'NARUTO'의 나루토와 가장 비슷하고,
그에 맞게 '천둥벌거숭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캐릭터.

철이 없고 가장 나이 어린 10대 남동생 같은 캐릭터라,
닌유에서 가진 포지션은 '연하남'.

그래서 그런지 극중에서는 다른 닌자를 파트너로 정할 땐 아무 말 없던 사람들이
사스케와 어울리려 할 때는 필사적으로 말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이가 너무 어리고 거리낌이 없어서 못 미더운 것 같다.

다른 닌자 시나리오에 엑스트라로 출연할 때도 항상 어김없이
여주인공이 좋다며 막무가내로 설치다가 닭 쫓던 개 역할로 나오는 불쌍한 캐릭터.

하지만 막상 본인의 시나리오가 되면 후반부로 갈수록 정신적인 성장을 보여주며
오빠 같은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

닌유 닌자들 중 가장 키가 큰데, 그래서 첫인상은 철딱서니 없는 꺽다리.
이름 타이핑하다가 '서수캐'로 오타가 나서, 한동안 '수캐군'으로 불렀다.
극중에서도 곧잘 '발정난 수캐' 취급받곤 하는 수캐군….

 

미야모토 무사시 (宮本武蔵)

이름부터가 굉장히 사무라이스러운데, 닌유에 등장하는 닌자 아닌 캐릭터.
이도류를 사용하는 일본의 가장 유명한 사무라이들 중 하나인 실존인물로,
닌유에서는 굉장한 실력을 지녔지만 벼슬에는 뜻이 없는 낭인(浪人; 떠돌이 무사)으로 나왔다.

사무라이 하면 떠올리기 쉬운 전형적인 높이 묶은 포니테일을 한 외모.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하오마루'와 가장 비슷한 분위기를 가졌다.
하오마루의 꽃미남 버전이면 닌유의 무사시가 될 듯.

하지만 하오마루와 달리 딱히 술을 즐기지는 않는 것 같고
오히려 과일이나 생선처럼 산이나 숲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극중에서 보면 과일을 찾아내서 슬쩍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이건 뭐 초파리도 아니고….

검술이 너무 좋아 돈도 명예도 필요없고 강한 자와 겨뤄 보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가득한 캐릭터.
그래서 여자도 모르고, 굉장히 천진난만한 짐승남.
여자를 모르는 턱에 옷에 거미가 들어갔다며 지가 더 놀라가지고
마구잡이로 여주인공 옷 속에 손을 집어넣거나 벗겨 버리는 순진무구(?)함을 보인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라는 표정이 귀엽다. 그 외에는 딱히….
심지어 얼굴 붉히고 웃는 표정은 뭐랄까 마약한 것 같아서 좀 보기가 그랬다.

 

야규 무네노리 (柳生宗矩)

닌유에 등장하는 닌자 아닌 캐릭터 두 번째.(이젠 아예 닌자는 엿 바꿔 먹은 듯….)
전국시대~에도시대 다이묘로 실존인물이며,
게임 상에서도 5남 중 막내로서 형들을 모두 제치고
아버지에 의해 야규 가문을 이을 후계자로서 키워졌다는 설정이 역사와 같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도도한 명문가 귀족 도련님이라는 이미지.
머리 긴 남자는 취향이 아니지만 그런 설정 상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캐릭터.

닌자의 유혹 한글판은 이 야규 무네노리를 끝으로 질질 끌다가
이후 추가된 시나리오인 렌노 신, 핫토리 한조 등을 릴리즈하지 못하고
조용히 서비스 종료되었다. 언제 종료되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스토어에서 사라진 게임.

 

- 그 외 인물들 -

 

핫토리 한조 (服部半蔵)

이가 닌군의 두령인 실존 인물.
아마 일본 매체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아예 닌자 그 자체를 표현하는 인물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닌자를 이끄는 무사였다고 한다.

게임 상에서는 전형적인 닌자 명문가의 순수 혈통으로 나오고 있다.
연령대도 제일 높고, 연륜이 있어 나이 어린 여주인공을 제일 포근하게 대해 준다.
솔직히 결혼했을 때 제일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 것 같은 캐릭터.

그래서 한조님 시나리오가 너무너무 궁금했지만,
어른의 사정(서비스 종료) 때문에 끝끝내 맺어지지 못하고 끝나 버린 비운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쿠마 (熊)

말 그대로 '곰'이라는 뜻을 가진 원초적인 이름.
게임에서 창조된 오리지널 캐릭터로.

여성 유저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인 것인지,
예쁜 핑크색 이가 장속을 입고 있지만 뚱뚱해서 절대 사랑의 라이벌로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다.
게다가 핫토리 한조를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부하로서 한조님을 흠모하고 있어,
애초에 라이벌 구도가 되지도 않는 캐릭터.

처음에는 닌자 공주로서 등장한 여주인공이 이가 두령인 한조님과 이어질까 불안해하며
여주인공을 차갑게 대했지만 이후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굉장히 잘해준다(…)
물론 이건 시나리오마다 달라서, 처음부터 믿음직한 왕언니 느낌으로 잘해줄 때도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한조와 이어질 것 같은 열린 결말을 곧잘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스케 상처를 치료해 줄 때마다 옥신각신하는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오히려 한조는 첫사랑으로 남겨두고 친구처럼 지냈던 사스케와 이어지는 구도가 잘 어울려 보인다.


오리쿠 (折句)

전형적인 라이벌 캐릭터.
순진무구하고 소녀스러운 여주인공과는 달리 가슴골까지 드러내는 섹시한 비주얼.

그 정체는 하치스카 닌자 소속 쿠노이치로, 미인계를 써서 아군을 위험에 빠뜨리곤 한다.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으로 위장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쿠노이치답게 가장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젊은 미망인, 하녀, 마을 여성 등…. 심지어 쿠마로 변장해서 여주인공을 속이기도 했다.

하치스카 닌자들을 이끌고 명령하는 것을 보면 그 미인계를 써서 상당한 지위까지 오른 듯 싶기도.

참고로 화가 나서 얼굴을 일그러뜨린 표정이 굉장히 무섭다.
성격 또한 잔혹해서, 가시가 박힌 채찍으로 인질을 고문하는 무서운 취미가 있는 듯.


아케치 미츠히데 (明智光秀)

실제로 노부나가를 암살한 장본인으로 역사에 알려진 미츠히데는 역사상으로도 평가가 분분해서,
소심하고 인자한 인물이라는 설도 있고 간사하고 꿍꿍이속이 있는 위선자라는 설도 있고 다양하다.

그런 역사적 고증을 살려 닌유 시나리오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로 탈바꿈한다.
어떤 때는 겁에 질릴 때마다 복통에 시달리는 소심남으로, 어떤 때는 간악한 배신자로,
어떤 때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소인배로, 어떤 때는 인정 많고 자상한 주군으로 나오기도.

실제 실존하는 초상화와 가장 비슷한 외모로 구현된 인물.


오다 노부카츠 (織田信勝)

오다 노부나가의 막내아들로,
역사상으로도 이가 정벌에 실패해서 아버지에게 된통 혼났다는 일화가 있다.
게임 상으로는 아예 무능하고 탐욕스러우며 여색만 밝히는 피라미로 전락했다.

오다 노부나가와 대적하기 전에 처음으로 거치는 준보스 격인 인물이지만
말 그대로 피라미 수준이라 중간 보스라고 칭해 주기도 애매하다.


오다 노부나가 (織田信長)

일본 전국시대 다이묘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무장이라고 하는데,
게임 상에서는 너무 형편없이 픽픽 죽어 쓰러지는 이름뿐인 최종 보스로 등장해서 의아한 캐릭터.
게임 제작진은 오다 노부나가라는 거물을 이렇게 그려 놓고 과연 현지에서 무사했을까(…)

오히려 닌자들끼리 싸우거나 무사시/무네노리 라인과 대련할 때의 묘사가 더 화려하고,
노부나가는 한 방감인 희한한 구도가 나온다.

너무 쉽게 의심했다가 너무 쉽게 의심을 풀더니 너무 쉽게 배신당하기도 하고,
그냥 칼빵 한 번 맞고 즉사하는 파리 목숨이 되어 등장하기도 하고,
이름 없는 저격수에게도 픽픽 쓰러지고 부하인 미츠히데한테도 한 대 맞고 쓰러지고.
하이퍼 얼티밋 급으로 강한 준보스를 무찌르고 잔뜩 긴장 타면서 최종 보스 돌입했는데,
최종 보스는 한 방 감인 뭐 그런 느낌….

그림 원화로 그려진 호탕한 중년 무장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어울리지 않는 허무한 최후를 맞는 캐릭터.
역사와 동일하게 항상 혼노오지에서 사망한다.

극중에서 묘사된 노부나가는 잔뜩 술 마시고 여자 겁탈하기를 즐기는 남자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호인이었다고 한다.

시나리오 상으로 노부나가가 귀여워 보였던 유일한 대목은,
고에몬 시나리오에서 여주인공이 노부나가 앞에 불려가 새 울음소리를 흉내내자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면서 "하하핫, 재미있군!" 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