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게임] Office Lover 공략 chapter.2 - 위험천만 패션 인더스트리 <中>

 

chapter.2 - 위험천만 패션 인더스트리 <中>

 

 

 

다음 날 아침.

 

'도대체 어떻게 된 날이야, 어제는'

 

이튿날 아침에도 키스 자국은 매우 선명하게 목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출근을 위해서 스카프를 둘러야만 했다.

 

그는 나에게 감추고 다니지 말라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해!

여자들에게 너무 거리낌 없는 사람이다. 도대체 그 속을 알 수가 없어….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좋은 아침."

"아…안녕하세요, 부장님!"

 

키타자와의 시선이 내 스카프를 향했고, 불쾌한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기, 이건…."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 됐다. 따라오도록."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어떻게 하지?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하지만 일단은 따라가야 한다. 나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복도를 지나 사내 정원으로 향했다.

내 심란한 마음과는 정반대로 상쾌한 아침 바람이 부는 푸른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몇 미터 앞에서 걷던 키타자와가 돌아섰다.

 

"이봐."

"네?!"

 

나는 잔뜩 긴장했다. 내가 그렇게 경계하는 것을 보며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는데."

"아뇨, 저는 말씀하신 대로 저 자신을 지키려는 거예요."

"너무 낯설어 보여, 그 모습."

 

키타자와는 잔뜩 불만을 품은 듯 말했다.

 

"물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왜 절 부르신 거죠?"

 

나는 가능한 한 빨리 이런 불편한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서두를 것 없지 않나, 지금 급한 업무는 없지?"

"그,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면 문제 없잖아."

 

키타자와는 퉁명스레 말하며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투덜거리듯 말했다.

 

"내가 널 잡아먹을 것도 아니고."

 

 

 

그런 그의 말을 듣자, 문득 내가 짐짓 그를 경계했던 것이 무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그는 그냥 장난 친 것일 뿐이었던 건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키타자와는 내게로 다가왔다.

 

"아마네 양. 주고 싶은 게 있어."

"저한테요?"

"그래, 이거 당신 거지?"

 

키타자와는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것은….

 

"내 목걸이!"

 

우리가 처음 만난 시상식 날, 잃어버렸던 목걸이였다.

 

"이걸 어떻게 키타자와 씨가…?"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우리의 첫 만남을 다시 기억해 냈다.

 

그는 연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를 붙잡았었다.

하지만 나중에 만났을 때, 나는 그가 나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린 줄 알았었는데.

 

"그럼, 절 기억하세요?"

"물론이지."

 

키타자와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꺼냈다.

 

"피워도─"

"아, 네. 얼마든지요."

"감사."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공기 중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는 아침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연기 잔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금연이니까 여기서밖에 피울 수가 없어서."

"네, 괜찮아요. 하지만…. 그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니, 전 다 잊어버리신 줄 알고…."

"……."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던 그는, 휴대용 재떨이에 재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나는 흥미로운 사람에 대해서는 잊지 않아."

"그게 무슨 의미…."

 

'또 장난 치는 건가?'

 

"아, 네. 그럼 영광으로 알아야겠네요."

"아니, 아니야."

 

그는 황급히 저지했다. 설마, 진심으로?

아니, 그렇다고 해도 그는 누구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고 다니겠지.

그냥 예의 상 하는 말일 테니까.

 

키타자와의 의중이 궁금해서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그는 자조하듯 웃으며 담배 꽁초를 재떨이에 문질러 버렸다.

 

"뭐,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좋을 대로 생각하도록. 아무튼, 네가 그렇게 눈요깃거리처럼 하고 다니는 건…."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눈요깃거리라고…?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 나온 디자인 신상으로, 동료들도 많이들 입고 다니는 옷이다.

그게 뭐가 잘못 된 건가?

 

나는 그에게 질문하고 싶었지만, 그는 이미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확실히 돌려줬다."

 

그 말대로, 아무튼 나는 그가 내 물건을 찾아 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

 

"고, 고맙습니다."​

"그래. 다신 잃어버리지 말도록."

​

키타자와의 말은 눈에 띄게 온화했기에,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다.

알 수 없는 남자야. 하지만, 덕분에 좀 마음이 놓였어.

나는 내 목걸이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목걸이는 마치 내 마음처럼 기뻐하듯 반짝였다. 나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소중한 목걸이였나 보군."

"네…?"

"기뻐 보여서 말이야."

"아, 네…. 이건 제가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을 자축하면서 첫 월급으로 산 목걸이예요."

"흠…."

"커리어 우먼을 동경해 왔거든요. 어떤 행사에도 입고 갈 수 있을 만한 가장 멋진 정장이랑, 그에 어울리는 목걸이를 갖고 싶었어요."

 

그렇게 대답하면서 나는 내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처음 사회에 나와서의 불안감이나 기대감 등, 이 목걸이를 처음 손에 넣었을 때 느꼈던 모든 종류의 감정들이 다시금 나를 사로잡았다.

 

"가장 멋진 정장이라… 그건…."

 

키타자와는 뭔가 굉장히 감동을 받은 것처럼 말했다.

 

"네?"

"…잘 어울렸어."

"네…?"

"드레스, 너에게 잘 어울렸어."

"아…."

 

내가 입었던 드레스까지 기억하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그 드레스는 네가 골랐던 건가?"

"…? 네."

"그 목걸이도?"

"네, 맞아요."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어 약간 얼굴을 찡그렸다.

키타자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왜 그러세요, 부장님?"

"옷이 날개로군."

"옷이 날…개?"

 

나는 당황해서 되뇌었고 그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크큭…, 흥분했나? 농담이었는데."

"……."

"뭘 그렇게 놀라고 있지?"

"아뇨, 부장님도 그렇게 웃을 줄 아시네요."

"나도 사람인데."

"아…. 죄송해요.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웃은 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

"아뇨, 그런 건…."

 

솔직히 의외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그가 나에게 보여 준 미소로 인해 조금은 기쁨을 느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무도 모르는 그의 일부분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진지하게 혼자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가 문득 눈을 가늘게 뜨고 팔을 들어 내 어깨로 손을 가져왔다.

그의 손이 내 어깨에 닿으려고 할 때….

 

"안녕, 두 사람!"

"!"

"!"

 

 

 

다시금 내 몸이 긴장으로 뻣뻣해졌다.

사무실 건물로 통하는 길목에서 키가 크고 친절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우리를 즐겁게 쳐다보며 다가왔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지?"

"글쎄, 네가 이 아가씨를 끌어안으려고 할 때부터쯤?"

"끌어안으려고 하지 않았어…."

"그럼, 키스라도 하려고 했었나?"

"그런 것도 아니야!"

"이렇게 외딴 구석에서 남녀가 단둘이 있으면 그렇게 보일 만도 하지. 안 그래?"

 

이 사람은 누구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그는 마치 키타자와를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이내 그 남자는 내 시선을 눈치 채고는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영업 전략부 부장 시라이시."​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아마네 린이라고 합니다."

"하하, 알고 있어.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거든."

 

시라이시 씨는 내 손을 잡았다.

 

"역시 내가 상상했던 대로 귀여운 아가씨네."

"에…."

 

시라이시 씨는 내 손을 잡고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옅은 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일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키타자와 부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멋진 외모.

 

그 때, 키타자와가 참지 못하고 짜증스럽게 그를 가로막았다.

 

"내 비서를 놀리지 마."

"알았어, 알았어."

 

시라이시 씨는 키타자와의 일침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게 손 대지 않겠다는 듯 얼른 손을 떼어 내며 뒷걸음질 쳤다.

 

"처음 만났는데 마음대로 만져서 미안해요. 일본에서는 연인이 아닌 한 사람들끼리 함부로 스킨십 하지 않는다는 걸 잊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키타자와와 나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원하는 게 뭐야?"

 

'무, 무서워….'

 

"오, 비서 아가씨에 관련된 일이면 그렇게 금방 끓어오르나 보군."

"……."

 

키타자와는 그를 노려보았다. 시라이시 씨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난 그저, 축하해 주러 왔을 뿐이야."

"축하라구요…?"

 

"그래, 아마네 양. 키타자와가 이번에 받은 디자인 상 덕분에 그의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기회를 얻었거든. 그래서 곧 발표회를 열게 될 거고, 곧 바빠지게 되겠지."

 

"아, 정말요? 멋져요! 축하드려요, 부장님."

"별 것 아니다. 그래서, 겨우 그 말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건가?"

"응? 뭐, 그렇지. 그것도 있고, 네가 아끼는 아가씨가 궁금해서 보고 싶기도 했고."

"아끼는…?"

"여기저기서 소문이 자자하거든. 어제 화보 촬영장에서 카메라 맨이 아마네 양을 붙잡았는데 네가 급히 구하러 와 줬다고 말이야."

"이봐, 이제 그 얘긴 그만 하지."

 

키타자와가 으르렁거리듯 말하자 나는 본능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나 시라이시 씨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능청스러웠다.

 

"그래, 이만 피해 줄게. 아마네 양, 다음에 키타자와 없이 둘이서 느긋하게 얘기라도 해요."

 

시라이시 씨는 돌아서면서 내 손을 키타자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 네…."

"시라이시!"

"오케이! 그리고─"

"또 뭐야?"

"사랑의 밀회는 신중하게. 대낮에 이렇게 대놓고 그녀를 데리고 다니면, 그녀도 곤란하지 않겠어?"

 

키타자와의 고함 소리가 정원을 울리는 듯 했다.

 

 

 

잠시 후 시라이시 씨가 떠난 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키타자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라이시 씨는 그가 나를 아낀다고 말했었지….

 

"절… 아끼신다구요?"

 

그렇게 무심코 물었더니 키타자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가 하는 말은 무조건 다 믿을 게 못 돼."

"아, 네 물론이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대답하는 그의 귀 언저리가 붉어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사무실로 돌아가지."

 

키타자와는 평소처럼 무미건조한 얼굴로 되돌아와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