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32화- 역시 센스 있는 남자?

판매원：단 하루! 오늘만 특가 세일! 최고 90% 세일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특가 세일 날!)
(나는 예리한 눈으로 세일 상품 중 가장 괜찮은 물건을 포착해 냈다.)
(다만 문제는….)

아줌마１：아줌마! 밀지 좀 마요!
아줌마２：이봐요! 그건 내가 먼저 잡은 거거든요?!
아줌마３：아, 좀 비켜 봐요!

(아줌마들 틈바구니에 껴서 치이고 있다는 점이지.)

매니저：으, 손이 안 닿아!
매니저：조금만, 조금만 더…!
매니저：됐다! 잡았…!

- 덥썩 -

(노리고 있던 물건에 막 손이 닿으려던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손이 점 찍어 둔 물건을 홀랑 들고 가 버렸다.)

매니저：안 돼!! 그거 내가 찜한 건데!
매니저：…어?

 

채경욱：안녕.
매니저：엇, 선생님!
채경욱：잡으려던 거, 이거 맞지? 자.
매니저：감사합니다.

매니저：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채경욱：볼 일이 좀 있었는데….
채경욱：음…. 매니저, 이 이후에 많이 바쁘니?
매니저：아뇨, 안 바빠요.
채경욱：이번에 새로 나온 뮤지컬, 베누스 봤어?
매니저：아뇨, 아직 안 봤는데….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채경욱：그게…. 하하, 실은 약속이 펑크나 버려서 곤란하던 참이거든.
채경욱：레스토랑까지 풀 코스 약속이었는데 전부 다 펑크나 버렸어.
매니저：저런.

채경욱：그래서 말인데, 매니저.
채경욱：나랑 데이트하지 않을래?
채경욱：뮤지컬에 저녁 식사까지 내가 확실하게 책임질게.
매니저：어…, 저요?
채경욱：응. 왜, 혹시 곤란해?
매니저：아뇨, 곤란한 건 아니지만….
채경욱：그럼 가자. 선생님이 맛있는 거 살 줄게.
매니저：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선생님과 나는 뮤지컬을 관람한 후,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다.)

매니저：…그래서 그 때는 정말 큰 일이었어요.
채경욱：하하, 그게 방송 사고였어?
매니저：네. 다행히 어떻게 어떻게 애드리브로 때우기는 했지만요.
채경욱：전부터 순발력이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역시 보통이 아닌데?
매니저：저야 저희 애들에 비하면 보통이죠.
채경욱：겸손은….

(그나저나 아까부터 계속 나만 이야기하고 있네.)

매니저：선생님, 혹시… 지루하세요?
채경욱：아니, 전혀. 왜?
매니저：아까부터 저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요.
채경욱：하하, 미안 미안.
채경욱：네가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그런 건데….
채경욱：신경 쓰이게 했나 보네.
매니저：아, 아녜요. 미안하실 것까진….
채경욱：그럼 내 얘기도 좀 늘어 놔 볼까?
매니저：네! 얼마든지요.

(…….)

 

(선생님은 주변이나 학원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늘어 놓으셨다.)

매니저：요즘 학원 일이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채경욱：응. 수강생이 부쩍 늘었거든.
채경욱：어디서 입소문을 듣고 왔는지….
매니저：학원이 잘 되면 좋은 일이죠.
채경욱：뭐, 그렇지. 장사가 잘 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채경욱：너무 유명해지면 골치 아픈 일들도 따라오는 법이니까.
매니저：골치 아픈 일이요?

채경욱：응. 내 현역 시절 고객들 중에 좀 귀찮은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말이야.
매니저：귀찮은 일이라면…. 헉, 설마 스토킹 같은 거요?
채경욱：아니, 그런 건 아니고.
채경욱：쓸데없이 꽃다발을 보낸다거나, 여기저기 내 소문을 낸다거나…. 그런 식으로 성가시게 굴어.
채경욱：이 쪽은 부탁한 적도 없는데 말이지.
매니저：소문이라면 나쁜 소문이요?
채경욱：아니. 그런 건 아닌데….
채경욱：자기들 딴에는 도와 주려는 것 같은데 솔직히 부담스럽거든.

매니저：음…. 이건 순전하게 제 생각이지만.
채경욱：응. 말해 봐.
매니저：호의를 불편하게 여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매니저：선생님꼐서 보시기에도 도와 주시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면, 나쁜 뜻으로 그러신 건 아닐 테니까요.
채경욱：그거야 알지만….
매니저：뭐, 그래도 정 부담스러우시면, 넌지시라도 말씀해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채경욱：…들어 먹지 않을 것 같은데.
매니저：에이, 시도해 보시기 전엔 모르는 일이죠.
매니저：안 들어 먹으시면 선생님도 신경 끄시면 될 일이구요.
채경욱：…그런가?
매니저：네! 그럼요!

채경욱：…후후, 이상한 일이네.
매니저：네? 뭐가요?
채경욱：너랑 이야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가벼워졌어.
매니저：음…. 전 아무것도 해 드린 게 없는 것 같은데요?
채경욱：글쎼? 오늘 난 벌써 두 번이나, 너한테 도움 받았는걸.

(뭐지? 첫 번째는 펑크 난 약속 대신 어울려 드린 거라고 해도, 나머지 하나는….)

채경욱：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매니저：아, 아녜요. 아무것도.
채경욱：그럼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
매니저：네!

(…….)

 

(선생님과의 일정이 마무리된 것은 늦은 저녁이었다.)

채경욱：자, 도착했어.

(선생님은 사무실 바로 앞에 차를 세워 주셨다.)

매니저：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채경욱：당연한 걸. 다 큰 아가씨를 혼자 보내면 위험하잖아.
채경욱：그나저나…. 오늘 어땠어? 즐거웠어?
매니저：즐거웠어요! 뮤지컬도 재밌었고 음식도 맛있었구요.
채경욱：정말? 그랬다면 나야 기쁘지만….
매니저：아무튼, 덕분에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채경욱：그건 내가 할 말인데?
채경욱：너 아니었으면 혼자서 쓸쓸하게 공연 보고 밥 먹었을 거야.
채경욱：어울려 줘서 정말 고마워.
매니저：저야말로 선생님 덕분에 호강했는걸요.
매니저：아무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봬요!
채경욱：응. 다음에 보자.

(그리고 차에서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는 순간….)

채경욱：…아, 매니저!
매니저：네?
매니저：잠깐 이리 좀 가까이 와 볼래?

(선생님의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내 얼굴 쪽으로 다가왔다.)

 

- 스윽 -

매니저：…어….

(선생님의 손은 살그머니 내 머리카락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채경욱：응, 됐어.
채경욱：실밥이 붙어 있길래.

(선생님의 손가락 끝에서 나풀거리고 있는 건…. 실밥이었다.)

매니저：아, 감사합니다.
매니저：아무튼 진짜로 들어가 볼게요.
채경욱：응. 조심해서 들어가렴.

- 달칵 -

- 탁 -

채경욱：…흐음. 눈치가 없어서 큰일이네.
채경욱：정작 엉뚱한 곳에선 예민하면서 그런 쪽으론 둔해도 너무 둔하단 말이야.
채경욱：…누군지 몰라도 저 아이 옆에 있는 녀석은 고생 깨나 하겠는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