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필요도, 가치도 없었다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사람이
나를 그렇게 괴롭히면서까지 나에게서 빼앗고 싶었던 것들,
그토록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면서까지 얻고 싶었던 것들을
끝끝내 얻지 못하고 초라한 모습이 되어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한때는 참 많이 힘들었다,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와 플라잉몽키들 때문에.

하지만 나는 나를 스쳐 지나간 해로운 사람들 대신,
내게 새로이 다가와 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했고, 행복하며,
결국 지금은 훨씬 더 잘 되어 있다.

그 동안 그 사람과 나의 차이는 점점 벌어져 여기까지 왔고,
이제 앞으로 더더욱 벌어지겠지.
감히 날 시샘하지도 못할 만큼.

나르시시스트의 곁에 더 이상 플라잉몽키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히 흩어져 버릴, 겨우 그런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외롭고 초라한 나르시시스트를 보면서,
하다못해 고소하다는 생각조차도 없고 그냥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 그럴지도 모른다.
스포일러까지 이미 다 봐 버린 영화를 굳이 재확인한 기분이랄까.
시들하고 관심조차 안 갈 뿐 다른 감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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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해로운 기억을 곱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트라우마는 남아있고 아마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기억에 시달리는 일도 고통도 계속 계속 줄어들고 있다.
완전히 0이 되지는 않겠지만 0에 가까워질 수는 있겠지.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사람들 때문에
내가 그렇게까지 괴로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가치도 없었다.
그들로 인해 괴로워했던 그 시간들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시간과 내 감정을 허비한 만큼이 아깝다.

사자와 호랑이도 물론 파리가 성가시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날파리에게는 사자와 호랑이에게 상처 입힐 능력이 없다.
그들 또한 내게 상처 입힐 권리가 처음부터 없었다.

그것을 오늘 확실히 깨닫게 되었고,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