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게임] Office Lover 공략 chapter.6 - 포기할 수 없어 <下>

 

chapter.6 - 포기할 수 없어 <下>

 

 

 

그와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내고 돌아간 날로부터 며칠 뒤….

 

나는 퇴근하고 회사 출입구 주변을 지나고 있었다.

 

'오늘도 너무 피곤한 하루였어…. 집에 도착하면 뭘 할까?'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있는데, 한 여자가 입구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녀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 저러지, 날 아는 사람인가? 그러고 보니 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나는 곧 그녀가 누군지 기억해 냈다.

 

'맞아, 사리나 미치야마! 키타자와 씨의 애인이야.'

 

퍼뜩 불안한 기분이 들어 재빨리 입구를 떠나려고 했다.

 

"당신, 거기 서 봐!"

 

그녀가 소리쳤지만 나는 못 들은 척 계속 걸었다. 그리고─

 

"기다리라고 했지, 내 말 못 들었어?!"

 

 

 

그렇게 소리치며 그녀는 내 어깨를 움켜쥐고 나를 억지로 돌려 세웠다.

나는 그녀의 엄청난 팔 힘에 겁에 질렸다.

 

"너지?"

"저…. 무슨 말씀이신지?"

"너, 오우미의… 키타자와 오우미의 비서 맞지?"

 

순간 내 몸은 경련하듯 반응했다.

그녀는 키타자와의 이름을 언급했다.

의기양양한 듯 미치야마는 나를 비웃었다.

 

"맞구나? 이 도둑고양이 같은 년!"

"도…도둑고양이?!"

 

내가 대꾸하자 미치야마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었다.

 

"가증스러운 년 같으니, 내 앞에서 순진한 척 마!"

 

나는 그녀의 모욕적인 말과 분노로 가득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사리나 미치야마는 내가 발 끝에도 못 미칠 미인이었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미치야마는 발을 구르며 소리질렀다.

 

"지금까지 오우미를 괴롭혀 온 게 너라는 걸 알고 있어. 지금 당장 그만 둬."

"제가 그 분을 괴롭힌다구요? 말도 안 돼요."

"넌 비서 업무를 넘어섰어. 다시 말해서…. 그를 좋아하고 있잖아, 내 말이 틀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말을 잃은 것을 보고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줄 알았지. 지금 이 순간부터 당장 오우미에게서 손을 떼!"

"……."

"지금 당장 여기서 맹세하지 않으면…, 이것들을 레스트 폴에게 넘기겠어."

"그건…!"

 

미치야마가 내보인 것은 키타자와가 지휘하는 그의 팀이 현재 작업 중인 최신 디자인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거지?

 

"이것들을 레스트 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오우미에게서 떨어져."

"아…."

 

미치야마가 지금 들고 있는 디자인들…,

그것들은 키타자와가 팀원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열심히 작업한 소중한 디자인이다.

그런 소중한 물건을 경쟁자에게 건네 줄 수는 없어.

그것은 키타자와 팀이 힘써 온 그 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수는 없어, 절대로.

 

일전의 협박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나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미치야마 외에 그 누가 있을 수 있겠어….

그녀의 집착에 나는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내가 항복하자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정말 오우미한테서 떨어지겠단 말이지?"

"그래요. 그러니 그 디자인들을 레스트 폴에게 건네지 말아 줘요."

 

하고 말하고, 미치야마가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참 착한 아가씨로군, 응?"

"……?"

"내가 이 모든 고통을 뒤집어쓰면, 키타자와의 디자인은 지킬 수 있을 것이고 나는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지 않겠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나는 사리나 미치야마를 노려보았고 그녀는 기쁘다는 듯 웃었다.

 

"그래, 그게 내가 원하는 표정이야!"

 

만족한 미치야마는 그림을 가방에 넣었다.

 

"좋아, 약속을 잊지 말라고. 이제부터는 절대로 오우미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하지 마."

 

미치야마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만약 네가 지금 겪은 일을 누군가에게 한 마디라도 흘린다면, 이 디자인들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장담 못 해. 알겠어?"

 

그 말을 남긴 미치야마는 도도하게 입구를 나갔다.

 

"아…."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누구일까, 하필 이런 때….

화면을 들여다 본 나는 한숨을 쉬었다. 발신자는 키타자와였다.

 

'키타자와… 이런 때에?'

 

나는 도저히 그 전화를 받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나야."

 

수화기 너머에서 키타자와의 평소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거의 울기 직전이 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네, 무슨 일이지? 지금 울고 있나?"

"…아뇨."

 

일부러 냉정하게 대답하자 그가 낮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에게 거짓말하지 마."

"……."

"어디 있는지 말해 줘. 가는 길이야."

 

키타자와의 시무룩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그가 얼마나 나를 걱정하고 있는지 전해져 온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전 괜찮아요."

"…아, 그래. 그럼 같이 식사라도 하지."

 

듣기 괴롭지만, 여전히 자상하고 온화한 그의 목소리.

나는 대답했다.

 

"아뇨, 오늘은 됐어요."

"오늘 바쁜가? 그럼 내일은 어때"

"잘 모르겠어요"

"좋아, 그럼 모레."

"미안해요, 그 후에도 앞으로 어떨지 모를 것 같아요."

 

키타자와는 마침내 나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듯 했다.

그가 작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네,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안녕히 계세요."

 

나는 어떻게든 그의 목소리를 빨리 끊고 싶어서 간신히 그렇게 말하고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가방에 넣었다.

 

'참아야 해….'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가다듬고 걷기 시작했다.

 

 

 

벌써 다음 날 아침….

나는 어젯밤에 거의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차라리 하루 쉬는 게 낫지 않을까…? 키타자와 씨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어.'

 

내가 키타자와에게 접근하는 순간, 그 디자인들은 우리의 경쟁사에 넘겨질 것이다.

나에게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겠는가.

 

'하지만 하루 쉰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

 

"하아…. 출근 준비나 해야지."

 

나는 일어나서 천천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린! 어떻게 된 거야, 너 얼굴이 엉망이잖아! 잠 못 잤어?"

"음, 그게 좀…."

"어머, 부장님."

"……!"

 

'그는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 했는데.'

 

"지금 뭐 하니, 린?"

 

나는 몸을 피할 곳을 찾아 헤맸지만 물론 내가 숨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키타자와는 내 옆에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그래, 좋은 아침."

 

키타자와는 와카코를 흘끗 쳐다본 후,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네, 좋은 아침."

"아, 안녕하세요…."

 

키타자와는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시선을 돌렸다.

 

"……?"

"아,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나는 그에게 말을 붙일 틈도 주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나는 그런 식으로 키타자와를 계속 피하게 되었다.

물론 비서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업무는 고수하고 있었으니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키타자와 씨는 다 눈치 채고 있겠지….'

 

나는 점심 시간에 혼자 밖으로 나왔다.

정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덤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구일까?'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진다.

나는 슬슬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 아마네 양이었군."

"시라이시 씨?"

 

시라이시 씨는 옷에 붙은 나뭇잎을 털어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데서 뭘 하고 있어?"

"시라이시 씨도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음, 그러니까. 찾고 있었어."

"뭘 찾으시는데요?"

 

내가 물었고 시라이시는 대답하기 전에 조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뭐, 결국엔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

 

나는 그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캐물을 이유는 없었다.

내가 어떻게 질문해도 그는 대답을 회피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그는 키타자와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니까….'

 

키타자와에 대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일이 온통 마음에 걸렸지만, 그에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마네,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어? 누구로부터 도망이라도 치려고 나온 건가?"

"네…?"

"어떻게 알았지, 하는 눈빛이네. 네 얼굴에 다 써 있는걸. 뭔가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나 보네."

"괜찮다면 나랑 같이 먹지 않겠어? 나한테라도 얘기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시라이시 씨는 활짝 웃었다.

 

 

 

"뭐, 아주 장담하는 건 아니지만 말야. 기분이 나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아, 하하…."

 

나는 조금 웃었고, 그럼으로써 조금은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그에게 말해 보자. 시라이시 씨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그에게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이라면.

나는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실은…."

 

나는 간단하게 키타자와 씨의 애인이라는 여자를 만났다고 했다.

다만 그녀가 협박한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숨겼다.

내 이야기를 들은 시라이시 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다.

 

"린, 너는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오해라구요?"

"그래. 내가 아는 한…, 키타자와에게는 애인이 없어."

"네…?"

 

한동안 시라이시 씨는 골똘히 생각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얼굴을 들었다.

 

"미안해, 아마네 양.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 먼저 실례해도 될까."

"네, 물론이죠."

 

내가 대답하자 시라이시는 급히 떠나려다가 돌아섰다.

 

"아마네 양! 그렇게까지 걱정스럽다면, 직접 그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

"저는…."

"내가 널 위해 그에게 무슨 말을 전해도, 여전히 너는 불안할 거야."

"하지만 최근까지의 그의 행동들을 돌이켜 본다면, 분명 너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그의 최근 행동들….

우리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시라이시 씨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다시 회사 건물로 향했다.

 

 

 

홀로 남겨진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라이시 씨가 말한 의미가… 모두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난….

 

 

 

나는 여전히 착잡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무실 안에 웅성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어떻게 된 거야?"

"린! 이것 좀 봐!"

 

그녀는 두 손을 내밀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 주었다.

그것은….

 

 

 

"…고양이?"

 

작고 하얀 고양이가 가냘프게 울었다.

고양이의 목에는 보석이 걸려 있었다. 상당히 값비싸 보이는 물건이었다.

 

 

 

"어디서 난 고양이야?"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아."

"목걸이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주인이 있는 고양이가 분명해."

 

사람들의 관심이 싫지 않은 듯, 고양이는 하품을 했다.

 

'너무 귀여워….'

 

 

 

"이게 무슨 소란이지?"

 

키타자와 씨…!

 

"부장님, 이 고양이 좀 보세요!"

 

와카코는 방금 나에게 보여 주었던 것처럼 그에게 고양이를 내밀었다.

 

"…고양이?"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이 한 무리의 어른들이 모두 새끼 고양이 때문에 야단법석을 피웠단 말이군."

"바보같이 굴지 말고 다들 하던 일이나 계속 하도록."

 

그는 그렇게 말하며 부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고양이 너머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사실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어."

"하지만 고양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목걸이도 있으니 그냥 돌려 보내는 게 어때? 안뜰에 두면 주인이 찾아갈지도 몰라."

 

아와무라 씨 말대로 주인을 찾아 줘야 할 텐데, 우리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다 버리는 것도 내키지 않아….

 

그래서 하던 일을 끝마친 내가 고양이를 정원에 데려다 놓기로 했다.

 

 

 

'이 근처였던가…?'

 

나는 우유를 들고 정원을 찾아 헤맸다. 새끼 고양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 문득 낯익은 재킷이 눈에 띄었다.

 

'키타자와 씨? 여기서 뭘 하시는 거지?'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뭔가를 안아 들고 있었다.

 

'뭘 들고 있는 거지…?'

 

나는 좀 더 잘 보려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어?'

 

 

 

"……."

 

그는 새끼 고양이를 안고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서 왔니, 꼬마야?"

 

고양이가 대답하듯 야옹 소리를 내자 키타자와는 조용히 웃었다.

그는 새끼 고양이의 솜털 같은 흰 털을 한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양이의 눈은 마치 나무늘보처럼 변하며 기분이 좋은 듯 가르랑거리기 시작했다.

 

 

 

"풋…. 그런 얼굴을 하니 저항하기가 힘들군. …마치 그녀 같아…."

 

키타자와는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는 넋을 잃고 그를 지켜보다가 그만 나뭇가지에 부딪히고 말았다.

인기척이 들렸고, 그가 그걸 알아채지 못하리라고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

 

"누구지?!"

 

그는 내가 숨어 있던 곳으로 시선을 던졌고 결국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아마네…."

"아…."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너였군."

 

나는 본능적으로 그에게로 다가갔고, 그는 나의 행동에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이 그에게 애인에 대해 물어 볼 기회인 것 같다. 나는 단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키타자와 씨, 저…."

 

그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줄곧 참아 왔던 말을 했다.

 

"애인 있으세요?"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희망과 불안이 묘하게 뒤섞여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뭐…?"

 

바람이 나무 사이로 불어 들어왔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고, 곧 키타자와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없는데…. 지금 그 말은…."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약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요?"

"…넌 정말 내가 애인이 있는데도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했나?"

 

나는 문득 두려워졌지만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숨을 쉬고는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넌 아직도 나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 그렇지?"

"그건…."

 

그는 내 팔꿈치를 붙잡았고,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애인이 있는데도 다른 여자한테 손을 뻗칠 정도로 내가 못 미더워 보여?"

"전…."

"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군…."

 

그는 내 입술을 덮쳐 왔다.

 

"아, 키타자와…."

 

곧 내 숨이 거칠어졌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셔츠를 움켜잡았다.

그는 살며시 웃으며, 얼굴을 아래로 내려 내 목에 키스를 퍼붓더니 가볍게 목덜미를 물었다.

 

"읏…."

 

내가 신음소리를 억누르자 그는 내가 숨을 쉴 수 없게 코를 막아 버렸다.

참지 못하고 입을 벌리는 순간 그의 혀가 내 입 속으로 침범해 들어왔다.

 

"내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그 동안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고 싶어…."

 

그의 혀는 내 입안을 휘저으며 내 숨결과 신음소리를 훔쳤다.

산소 부족으로 머리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키타자와 씨…, 고양이가 보고 있어요…."

"마음껏 보라고 해…." 

 

 

 

그는 내 목덜미를 입으로 애무하며 완전히 내 정신을 빼 놓았다.

그는 욕망으로 흐려진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속삭였다.

 

"넌 운이 좋아. …너와 함께 있을 때마다 나는,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돼…."

 

그는 다시 내게 키스했다.

그의 키스는 힘차고 거칠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진심을 알고 기쁜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그의 디자인에 대한 협박은 아직 내 마음 속에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가 같은 감정이라는 것은 확실해졌지만, 여전히 이 마음을 억제해야 할 것만 같았다.

물론 그 생각은 너무나도 괴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나는 그가 내게 주는 행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에게 내 마음을 줄 수밖에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