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게임] Office Lover 공략 chapter.4 - 두근두근 하트 <上>

 

chapter.4 - 두근두근 하트 <上>

 

 

 

"여보세요, 방문 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 안녕하세요. 키타자와 씨 계신가요?"

"네,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그의 내선 번호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손님이 와 계십니다, 부장님."

"곧 가지."

​ 

그와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지만, 아무튼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만 한다.

 

"이 쪽입니다, 손님."

 

나는 손님을 안내했다.

 

 

 

"그러니까 저가형 아이템 컨셉만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말씀이시죠."

"예, 아울렛에서의 고객들 반응이 꽤 선별적이거든요.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유지해 온 올드한 스타일에서의 탈피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이 쪽 매장만을 위해 차별화된 새로운 스타일을 고려해 봐야겠군요."

"아주 좋아요."

 

노크를 하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진지한 담화가 진행 중이었다.

 

"여기 차를 준비해 왔습니다."

"오, 고맙습니다."

"……."

 

키타자와는 나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들고 있는 자료 문서들만 계속 살피고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손님의 오른편에 서서 차를 권했다.

순간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나는 자료실에서의 그가 퍼부은 거칠었던 키스를 상기해 내고는 그만 나의 페이스를 잃어버렸다.

 

"앗!"

 

컵이 손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어맛!"

 

방금 끓인 뜨거운 차가 내 손과 재킷에 쏟아졌다.

 

"죄…죄송합니다, 손님! 곧 새 차를 준비해 오겠습니다."

 

나는 얼른 사과를 하고 바닥에서 나뒹구는 컵을 집어 들려고 했다.

그 때 키타자와가 일어나 나에게로 달려왔다.

 

 

 

"화상이라도 입었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든 키타자와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 내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부…부장님, 전 괜찮습니다."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잖아."

 

그는 내 재킷 단추부터 풀려고 했다.

 

"꺅?!"

"화상이니 몸부터 식혀야 해."

 

손님은 그가 내 재킷을 벗기려 하는 광경을 보며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제…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회의실을 박차고 나왔다.

 

 

 

'맙소사. 손님 앞에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내가 그를 난처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나를 심하게 걱정해 주다니, 조금은 기뻤어.

 

'하지만 부장님께는 이미 애인이 있잖아? 이 이상은 안 돼.'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며칠 뒤.

나는 그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자료실이든 탕비실이든 항상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발을 들여놓았고,

그가 말을 걸었을 때는 일에 대해서만 집중하며 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도록 유의했다.

 

이건 비서로서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하지만 계속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인다면 나는 그를 거부하지 못할 거야.

 

'그는 애인이 있고, 나를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것 뿐이야.'

 

그가 나를 붙잡았을 때, 그의 입술이 닿았던 느낌이 다시금 떠올랐다.

 

'안 돼, 일을 해야지.'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그가 주문한 차를 들고 부장실 문을 두드리면서, 나는 혼자 그렇게 다짐했다.

 

 

 

부장실에는 우리 회사에 갓 입사한 남자 신입사원이 있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이게 자네가 요전에 말했던 새 디자인인가?"

"예, 부장님!"

 

남자 신입사원은 꽤 긴장한 표정이었다.

나는 조용히 기타자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 준비된 차를 책상 위에 얹어 놓았다.

그러나 그는 나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일할 때만큼은 대단한 집중력이야….'

 

그 때 키타자와는 갑자기 연필을 집어들었다.

 

"이 쪽이 더 나을 것 같군."

 

그는 신입사원이 제출한 디자인 위에 연필을 덧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 앞에서 신입사원의 디자인이 개선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름답다….'

 

거침없이 그려 나가는 키타자와의 손을 쳐다보며 신입사원이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 스케치에 열중했다.

그의 연필 소리만이 부장실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이런 느낌으로."

 

그는 한숨을 내쉬며 완성된 디자인을 내보였다.

그가 개선시킨 디자인은, 그러니까….

멋지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와아…."

 

나는 감탄하고 말았고 키타자와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차, 내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챈 건가…?!'

 

"……."

 

나는 긴장했고 키타자와는 비꼬듯이 입을 움직였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신입사원에게 디자인을 되돌려 주었다.

사원이 부장실을 나가는 것을 지켜본 키타자와는 몸을 일으켜 나를 향했다.

 

"그래…."

 

'맙소사, 우리 또 둘만 남았네.'

 

그의 키스가 아직도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나를 보며 키타자와는 씩 웃었다.

 

 

 

"그렇게 굳어 있을 필요 없어. 내 마음이 안 좋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팔꿈치를 책상에 올려놓고 턱을 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넌 내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만들 수도 있지. 네가 나를 경멸한다면…. 나는 걱정하고 실망하게 될 거야."

 

그제야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한 말은 내가 최근에 고수해 온 태도에 대한 신사적인 항의와도 같았다.

키타자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전의 그 일 때문에 아직도 내게 화가 나 있는 건가?"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내 디자인을 보면서 너무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듯이 너무나도 침착했다.

 

"귀엽다구요…?"

 

그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반응은, 네가 날 경멸하지는 않는다는 뜻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그건, 그러니까…."

 

결국 내가 이 자리에서 도망치려 할 때, 그는 입술을 살짝 찡그렸다.

 

"그렇다면 왜…?"

 

 

 

마치 사냥감을 노리듯이 그는 여전히 나를 쳐다보며 다가오려 했다.

그가 내게 막 가까워졌을 때, 내 책상 위의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맥이 탁 풀린 듯한 표정이 순식간에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저, 전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인사한 뒤 뛰쳐나왔다.

 

 

 

전화를 받기 위해 부장실에서 그로부터 도망쳐 나온 나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생각했다.

그 방에 계속 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하고.

 

어쩌면 그와 함께 좀 더 멀리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애인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 날 밤.

보통 비서들이 하는 일은 야근까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 자료는 도무지 끝나질 않네…."

 

퇴근 직전에 내 비서실 동료가 도움을 청해 온 것이다.

실수로 사장님의 일에 관련된 협업사 사람들의 연락처를 모두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미안해, 그러니까 나 좀 도와 줘!"

 

나는 패닉에 빠진 동료 비서를 달래고, 밤 8시부터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의 명함들은 이미 모두 소실되었지만, 데이터만큼은 어느 것 하나도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었다.

그 모든 자료들이 사장님의 일과 직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모든 내용을 복구하기 위해 예전 자료들을 뒤지며 데이터를 새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각자 사무실에 앉아 작업을 계속했지만, 오늘 안으로 끝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아…."

 

밤 10시.

길게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시죠?"

 

고개를 들어 보니 키타자와였다.

 

 

 

"음, 아직 있었나."

"부장님도요."

 

그는 생각에 잠긴 듯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자리로 다가왔다.

 

"오늘 일이 아직도 남았나?"

"네, 부장님…. 비서실 동료를 좀 도와주고 있었어요."

"도와준다고?"

"안 되나요?"

"아니, 그냥 너답구나 싶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씩 웃더니, 이내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 또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그를 외면하며, 태연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음…. 혹시 괜찮다면, 아마네…."

"괜찮다면?"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깐 같이 바람이나 쐬지."

 

그는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고는,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나는 아직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저 사람다워.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 깊이 관여해선 안 돼.'

 

그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쩐지 거부할 수 없는 면이 있다.

나는 그를 따라 뛰쳐나갔다.

 

 

 

먼저 도착해 있던 키타자와는 담배를 피우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잘생겼구나.'

 

나를 발견한 그는 손을 들어 보였다.

 

"왔군."

"네. 뭘 보고 계셨어요?"​

 

내가 그렇게 물으니 키타자와는 말없이 하늘을 가리켰다. 어두운 하늘에 불을 밝힌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비행기?"

"응."

 

그는 담배를 비벼 껐다.

 

"밤에 날아오는 비행기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지 않아?"

 

키타자와는 소년처럼 말하며 눈이 반짝였다.​

 

"부장님은 낭만주의자네요."

"낭만주의자라고?"

"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까지는 못할 거예요."

"밤하늘처럼 낭만적인 건 없지, 안 그래?"

 

 

 

키타자와가 쏘아붙이는 것이 너무 우스워서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그가 내 머리를 가볍게 쳤다.

 

"그만 좀 웃어."

 

그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그과 이렇게 대화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우리는 그렇게 함께 웃었고, 문득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응? 아마네, 여기 뭔가 묻었군."

"네? 어디에요?"

 

키타자와의 커다란 손이 내 목에 닿았다.

 

"……."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

 

키타자와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고, 우리는 두 번째 키스를 했다.

그는 지난 번과는 사뭇 다르게, 밀고 당기듯 가볍게 내 입술을 스쳐 지나가듯이 입을 맞추고는 곧 떨어졌다.

내 기분을 확인하기 위한 키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 또한 그의 기분을 확인하려는 듯 그를 응시했다.

 

나는 정말로 그와 거리를 두고 싶고, 또 그래야 한다.

하지만 그와 있으면 행복한 것도 사실이야.

 

키타자와는 내 눈을 뜨겁게 바라보다가 내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우리가 더 이상 가까워져서는 안 되는 것도 사실이야. 그는 분명 내게 상처를 줄 거야.'

 

나는 몸을 비틀어 그의 품으로부터 벗어났다.

 

"미안. 난…."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머리를 좀 식혀야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로 먼저 돌아갔다.

나는 한숨을 쉬며 홀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내 감정을 갖고 노는 건 싫어.

 

키타자와 씨가 바라보던 비행기는 반짝이는 별처럼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계속>